대학 서열화 해소·계층 사다리 복원 …‘교육 균형발전’ 이룬다

  • 박종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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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07-21 07:20  |  수정 2017-07-21 07:20  |  발행일 2017-07-21 제3면
지방 거점 국립대·공영형 사립대 육성
20170721
정부의 거점 국립대 육성과 공영형 사립대 운영방침으로 내년부터 지역 대학에 메가톤급 변화가 예고되고 있다. 경북대, 영남대, 계명대, 대구대 전경(맨 위부터 시계방향). <영남일보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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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정부의 국정운영 5개년 계획 100대 국정과제에 포함된 고등교육분야 기본 철학은 대학에 대한 국가의 공공성 강화와 지역균형발전을 위한 지방대 육성 및 대학서열화 해소다. 그동안 국가가 고등교육 투자에 소홀함으로써 지방대 몰락, 대학 서열화, 나아가 계층사다리 붕괴 등의 부작용을 낳은 만큼 국가가 책임지고 고등교육에 대한 역할을 확대하겠다는 게 근본 배경이다. 특히 지방대 육성을 통해 우수인재가 그 지역대학에서도 충분히 양질의 교육을 받도록 함으로써 가정의 교육비 부담을 줄이는 것은 물론 지역대학이 그 지역 발전의 허브가 돼 국토균형 발전을 촉진하겠다는 의지가 담겨있다.

◆거점 국립대 육성

국가의 대학 공공성 강화는 1차적으로 지역 인재가 수도권으로 유출되지 않도록 거점 국립대를 집중 육성하는 데 있다. 정부는 전국 9개 거점 국립대가 등록금 부담을 줄이고, 우수교수 충원, 시설확충 및 첨단장비 도입 등 질적 수준 향상을 통해 수도권 명문대 못지않은 대학여건이 조성되도록 할 방침이다. 거점 국립대인 경북대는 정부 투자가 이뤄질 경우 연구여건 향상으로 우수 교원 확보는 물론 학부생과 우수 석·박사 과정생이 몰리면서 길지 않은 기간에 탄탄한 경쟁력을 확보할 것으로 보고 있다. 또 정부가 추진 중인 9개 국립대 연합대학이 성사될 경우, 미국 캘리포니아대학·프랑스 파리대학 등과 같이 공동입학·공동학위제 등으로 학생의 선택 폭이 크게 넓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현행 입시제도상 3년 전 예고 방침에 따라 이르면 2021학년도부터 9개 거점 국립대가 공동입시제도를 운영하게 되지만, 그 전에 공동학위·학점 교류 등 협력방안이 많아 거점 국립대들의 의지에 따라선 단기간에 수도권 대학과 경쟁체제를 갖출 수도 있다.


지역 거점 국립대 교육비 지원
전국 9개大 공동입시제도 추진
경쟁력 확보해 인재 유출 차단

정부와 협약 사립대 재정 지원
국·공립대 수준 공공책무 요구
사학재단 투명성 강화 이끌어

학령인구 급감 등 버거운 현실
일반 사립대·전문대 타격 우려



또 거점 국립대의 경쟁력이 향상될 경우 그 지역 사립대 경쟁력이 동반상승하는 시너지 효과가 기대돼 정부는 거점 국립대를 대학서열화 해소 및 계층사다리 복원의 지렛대로 삼기로 한 것으로 분석된다. 학령인구 감소에 따라 대학구조개혁이 불가피하지만, 거점 국립대와 지역중심 국립대 등 국립대 정원은 그대로 유지함으로써 자연스럽게 국가의 고등교육 기능 확대와 가계의 학비 부담 완화라는 ‘두마리 토끼’를 잡자는 게 정부의 의도로 보인다.

◆공영형 사립대

최근 사립대의 핫 이슈는 ‘공영형 사립대’다. 정부의 공영형 사립대 추진배경에 대해 여러가지 설(說)들이 많지만 거점 국립대 육성과 같은 연장선상에서 국가의 고등교육 공공성 확대가 그 바탕에 깔려있다. 공공성 확대를 위해선 국공립대를 새로 설립하는 게 원칙이지만 그럴 경우 학령인구 감소로 대학 구조조정을 해야 할 상황과 맞지 않다. 그렇다고 지난 정부처럼 재정지원사업을 펴봐야 국립대와의 차이를 좁히기엔 역부족인 상황이라 공영형 사립대라는 아이디어를 낸 것이다.

공영형 사립대는 아직 밑그림을 그리고 있는 중이지만, 정부와 사학이 공동으로 운영하는 대학으로 이해하면 될 것 같다. 정부와 협약을 맺은 학교에 재정지원을 강화하는 대신, 이들 학교가 고등교육 개혁 과제를 실행하는 등 국·공립대에 버금가는 책무성을 갖도록 한다는 게 기본구상이다. 공영형 사립대는 정부가 사학에 일정 비율 이상 운영비를 지원하고 공익이사를 임명·파견해 이사회를 함께 꾸리는 방식이 될 가능성이 크다. 대학 관련 단체 등의 분석에 따르면 1개 공영형 사립대로 전환하는 비용은 연간 350억~500억원 정도로 추산됐다. 정부는 이들 대학을 국립대 수준으로 끌어올려 학생 등록금 부담도 줄이고 교육의 질도 높이자는 것이다.

또 공영형 사립대는 새 정부 버전의 대학구조개혁으로 봐도 무방하다. 과거 이명박정부와 박근혜정부에선 대학구조개혁평가와 대학재정지원사업을 통한 정원감축과 학과 구조조정 등 규모를 줄이는 방식으로 대학구조개혁을 진행해 대학의 반발이 적지 않았다. 외형적으로 정원감축 실적은 있지만 대학경쟁력이 전반적으로 하락하고 인문학 등 기초학문 홀대 등으로 오히려 4차 산업 혁명기에 필요한 융합교육 여건이 퇴보하는 부작용을 낳았다. 이에 성장잠재력이 있는 사립대에 오히려 집중투자해 국립대 수준으로 경쟁력을 올리자는 정책의 성과물이 공영형 사립대인 셈이다.

나아가 대학의 80% 가까이를 점하고 있는 사학재단의 투명성을 강화하자는 의도도 있다. 정부는 사학지원을 강조하면서도 오랜 기간 사회적 문제였던 사학비리 척결을 위해선 사립학교법을 개정해 비리를 저지른 재단 관계자 등이 경영에 다시 참여하는 것을 최대한 차단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일반 사립대 운명은

정부는 이른바 ‘SKY(서울대·고려대·연세대)’를 비롯한 수도권 명문 사립대엔 굳이 재정지원을 통해 정부방침에 따르라고 하기보단 사학 운영 자율성을 최대한 보장하는 방향으로 나갈 가능성이 많다. 학교 자체 경쟁력을 바탕으로 등록금 인상 등을 자율화해 학교에서 필요한 신입생 모집을 하도록 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공영형으로 전환하지 않은 지역 사립대엔 일정수준의 재정지원은 이뤄질 전망이다. 대학구조개혁 평가나 여러가지 지표를 활용, 지역 사립대·강소대학 등에 대한 포괄적 지원은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이들 사립대는 공영형에 비해 정부지원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만큼 경쟁력 강화를 위한 자체 재정을 어떻게 마련하느냐가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나아가 학령인구가 급감하고 있는 현실에서 거점 국립대와 공영형 사립대가 낮은 등록금과 우수교원 및 첨단기자재 등을 확보해 앞서갈 경우, 일반 사립대가 경쟁하기는 상당히 버거운 환경에 처하게 된다. 미래가 불투명한 상황에서 대규모 투자를 하기에는 위험이 따르고, 그렇지 않을 경우 경쟁력 하락이 불가피해 중대선택에 직면할 가능성이 많다. 자율 통폐합이나 대학 간 공유 및 협업체계 구축 등 위기돌파를 위한 다양한 자구책을 마련할 것으로 전망된다. 결국 사립대가 공영형을 택할 것이냐, 아니냐는 대학 구성원의 몫으로 전반적 학내외 상황을 고려해 선택지를 결정해야 할 운명이다.

◆전문대 ‘고립무원(孤立無援)’ 위기

정부는 고등교육체계를 고등교육·평생교육·고등직업교육 위주로 재편할 방침으로 알려졌다. 여기에서 고등교육은 연구기능을 갖춘 일반대학(4년제)을 의미하며, 평생교육은 지금까지의 교육부 정책을 고려하면 일반대와 전문대 모두 해당된다. 고등직업교육은 현재의 전문대와 연구기능이 취약한 일반대를 위한 정책으로 판단된다. 단순화하면 연구기능을 갖춘 4년제 대학을 고등교육기관으로 하고, 연구기능이 취약한 4년제 대학과 전문대를 고등직업교육기관으로 재편할 수도 있어 보인다. 하위권 4년제 대학과 전문대에는 취업중심의 직업교육을 강화하겠다는 것으로 전문대가 요구해온 고등교육기관 개편 방향과 접점이 있다.

김상곤 교육부 장관은 지난 청문회에서 전문대는 고등직업교육기관으로서 평생학습시대와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대응해 지역사회의 직업교육 중심기관으로 역할을 강화할 필요성을 언급한 바 있다. 현재보다 재정지원을 늘리고 지원을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아직 가시적인 전문대 정책이 제시되지 않아 전문대의 불만을 사고 있다. 정부의 거점 국립대 육성·공영형 사립대 방침이 결과적으로 전문대의 입지여건 약화로 이어질까 크게 우려하고 있다.

외국은 대부분 전문대가 100% 가까이 국공립이지만 우리는 거꾸로 대부분 사립대인 특성상 정부가 어떤 정책을 내놓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정부의 고등교육 철학에 바탕을 둔다면 공영형 전환이 순리이지만 재원 확보와 전문대의 반발 등이 예상돼 정책결정이 쉽지 않을 전망이다.

지역 전문대는 전문대 재학생이 저소득층이 많고 사회적 약자들이 많은 실정을 고려하면 일반대에 앞서 전문대에 대한 지원을 확대하는 것이 순리라는 입장이다.

박종문기자 kpjm@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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