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을 영화로 만든 대해 스님 “성경이든 불경이든, 인간의 본질에 대한 이야기는 같다”

  • 최미애
  • |
  • 입력 2017-07-25 07:55  |  수정 2017-07-25 07:55  |  발행일 2017-07-25 제22면
‘신이 있는데 세상은 왜 엉망일까’
금기시된 질문에 대한 답 풀어내
경산 성불사서 촬영한 ‘산상수훈’
모스크바국제영화제서 호평받아
“다음 작품은 불교에 관한 이야기”
성경을 영화로 만든 대해 스님 “성경이든 불경이든, 인간의 본질에 대한 이야기는 같다”
다음 달 개봉하는 영화 ‘산상수훈’의 한 장면. <대해사 국제선원 제공>
성경을 영화로 만든 대해 스님 “성경이든 불경이든, 인간의 본질에 대한 이야기는 같다”
경산 대해사 국제선원장 대해 스님.

신학대생 8명이 어두컴컴한 동굴에 모여있다. 이들은 성경 책을 손에 들고 ‘산상수훈’에 대한 치열한 토론을 벌인다. 토론의 중심에 있는 산상수훈은 신약성서 마태복음 5~7장에 기록되어 있는 예수의 산상(山上) 설교다. 최근에 이를 소재로 한 장편영화 ‘산상수훈’이 만들어졌다. 다음 달 말 개봉을 계획하고 있는 이 영화를 만든 감독은 놀랍게도 비구니다. 지난 21일 경산 대해사 국제선원에서 영화감독인 대해 스님을 만났다.

‘산상수훈’은 지난달 말 모스크바국제영화제에 공식 초청돼 영화제 기간 상영되기도 했다. 관객과 영화 관계자의 반응을 이야기하는 대해 스님은 들떠 보였다. “‘지적이고 철학적인 영화’라며 경쟁, 비경쟁과 같은 부문을 떠나 좋은 평가를 받았습니다. 관객과의 대화도 1시간30분 동안 이어질 정도였어요.”

대해 스님은 2007년 ‘색즉시공 공즉시색’을 시작으로 91편의 중·단편 영화를 만들어왔다. 스님에게 영화는 사람들에게 진리를 쉽게 알려주기 위한 수단이다. 이번 영화 ‘산상수훈’은 성경이 갖고 있는 핵심 주제를 담아내려고 했다. 영화는 대해 스님의 ‘4대 성인(聖人) 영화 시리즈’의 2번째 작품이기도 하다. 주제는 ‘천국’ ‘선악과’ ‘예수님’ ‘누구를 위하여 종을 울리나’ ‘하나님’으로 나뉜다. ‘전지전능한 하나님이 있는데 왜 세상은 엉망진창인가’ ‘아담이 죄를 지었는데, 왜 내가 죄가 있는가’와 같은 질문을 던진다. 스님은 “이 영화에서는 금기된 것처럼 되어버린 질문에 대한 답을 내린다. 아무도 풀려고 하지 않고, 풀리지 않은 질문에 대한 답을 내놓을 수 있는 영화를 만들려고 했다”고 설명했다.

기독교를 소재로 한 영화를 스님이 왜 만들었을까. 대해 스님은 “인간의 본질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 성경도 인간의 본질에 대한 이야기를 써놓은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산상수훈의 내용이 불교 교리와도 비슷하다고 했다. “비판하지 마라, 선과 악을 둘로 보지 말고 똑같이 보라는 이야기는 불교와 기독교 모두 똑같습니다. 산상수훈은 불교처럼 실천적인 방법을 담고 있기도 합니다.”

영화에서 주로 배경이 되는 곳을 동굴로 설정한 것도 본질을 이야기하기 위해서다. 동굴이 내면 깊숙이 보이지 않는 본질을 건드리기에 적합한 공간이라고 봤기 때문이다. 영화를 촬영한 동굴은 경산 성불사에서 법당으로 사용하는 공간이다.

“조용한 곳을 배경으로 하면 관객도 더 집중할 수 있다고 생각했어요. 이외에 모든 장소를 단순화한 것도 이야기에 집중해서 영화에서 얘기하고자 하는 본질을 알아낼 수 있도록 한 겁니다.”

영화 제작에 큰 어려움은 없었지만 배우들에게 내용을 이해시키는 것이 쉽지 않았다. 형체가 보이지 않는 본질에 대한 이야기였기 때문이다. 배우 백윤식의 아들 백서빈을 비롯해 출연 배우들이 기독교 신자이거나 부모가 기독교를 믿는 경우가 대부분이기도 했다. 대해 스님은 “처음엔 부딪쳤는데, 내가 ‘세상은 넓고, 본인이 알고 있는 것이 전부가 아니다’라고 했더니 이해했다. 내 생각에는 내용이 기독교를 비판하는 것도 아니어서 문제가 없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대해 스님은 다음 작품으로 불교에 대한 영화를 제작할 계획이다. “혜능대사의 말씀을 현대에서 어떻게 잘 활용해서 살고 있나를 보여주려고 합니다. 사람이 좋은 방향으로 바뀌는 과정을 담아보려고 합니다.”

글·사진=최미애기자 miaechoi21@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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