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산책] 비긴 어게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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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08-03 07:53  |  수정 2017-08-03 07:53  |  발행일 2017-08-03 제23면
[문화산책] 비긴 어게인

‘비긴 어게인(Begin Again)’은 말 그대로 ‘다시 시작하다’라는 뜻으로 2014년 여름 개봉된 영화 제목 또는 현재 모 방송국에서 방영 중인 텔레비전 프로그램 제목으로 우리에게 친근하다.

영화 ‘비긴 어게인’은 ‘원스’로 폭발적인 사랑을 받은 존 카니 감독의 두 번째 음악영화다. 스타 음반프로듀서 댄과 싱어송라이터 그레타가 우연히 뉴욕에서 만나 진짜 부르고 싶은 노래를 통해 다시 시작하는 이야기를 그린다. 거리 밴드를 결성한 그들은 친구 집, 차이나타운 뒷골목, 호수의 보트 위, 지하철역, 건물 옥상 등 뉴욕 거리를 돌아다니며 야외 녹음을 시작한다. 두 주인공 각자 모든 게 다 끝나버린 것 같은 힘든 순간에 바로 그들만이 할 수 있는 음악을 통해 다시 희망을 가지고 새로운 인생을 시작한다는 메시지를 전한다.

“난 이래서 음악이 좋아. 지극히 따분한 일상의 순간까지도 의미를 갖게 되잖아. 이런 평범함도 음악을 듣는 순간 아름답게 빛나는 진주처럼 변하지. 그게 바로 음악이야”라고 담담하게 전하는 영화 속 댄의 명대사. 때로는 일상에 지친 우리에게 도전과 위로가 되어주는 ‘음악의 힘’을 대변하고 있어 마음속에 간직하게 된다.

리얼리티 프로그램 ‘비긴 어게인’은 영화 ‘원스’의 주배경인 아일랜드의 수도 더블린을 시작으로 우리나라 유명 가수들이 해외로 떠나 버스킹 공연을 하는 방송이다.

‘버스킹’은 ‘길거리에서 공연하다’라는 의미의 ‘버스크(busk)’에서 유래된 용어다. 자유로운 길거리 공연을 통해 관객과 소통하며 음악을 즐기는 것을 뜻한다. 아름답고 이국적인 풍경 아래 길거리에서 녹음한 음원을 그대로 발매하는 것은 영화 ‘비긴 어게인’의 내용과 비슷하다. 처음에는 낯선 분위기와 뜻하지 않은 청중을 마주하며 설레기도 하고 긴장도 하지만, 점차 자연스럽게 음악에 빠져드는 그들의 모습이 마치 꾸밈없는 삶의 고백처럼 다가오는 것은 나만의 감상일까. 각본에 의해 짜이지 않은 실제 상황들을 오롯이 담아낸 장면들은 잔잔한 감동을 자아낸다.

TV 프로그램 ‘비긴 어게인’은 보는 내내 사람과 음악의 본질이 무엇인지 다시 한 번 되짚어보게 만드는 시간이었다. 괜히 분주한 일상에 쫓기거나 보는 겉모습에 치중하여 자칫 나의 모습이 ‘진짜’가 아닌, 화려해 보이는 포장에 가려지고 있지는 않은지. 어떠한 마음가짐과 자세로 음악이라는 소중한 보물을 대하여야 하는지. 음악뿐만이 아니라 모든 영역에 있어 초심으로 돌아가야겠다는 생각이다. 그리하여 조금 천천히 가더라도 내 삶의 박자에 맞추어 매일매일을 좀 더 새롭고 의미 있게 다시 시작해보리라. 송효정 <피아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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