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와 세상] 리더십의 핵심은 균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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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08-04   |  발행일 2017-08-04 제22면   |  수정 2017-08-04
균형감은 리더 필수 덕목
복지확대·최저임금 인상
조급한 접근 균형깰 우려
뛰어난 리더도 한계 있어
겸손으로 편협함 탈피를
[경제와 세상] 리더십의 핵심은 균형

CEO리더십을 연구하는 필자에게 리더의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한 가지만 추천하라면 주저 없이 ‘균형’이라고 말한다. 이상적 입장을 강하게 주장하는 것이 본업인 학자나 사회운동가와 달리 조직이나 국가를 실제로 책임지고 이끌어나가는 리더는 특정 입장이나 가치관에 과도하게 경도되면 전체 공동체에 큰 낭패를 초래하게 된다. 따라서 리더십에서 가장 위험한 자세는 한 가지만 확실하게 잘 하면 된다는 식의 편협한 태도나 자신의 신념은 무슨 일이 있어도 절대 타협하지 않는다는 경직성이다.

국가경영이나 개인의 인생경영도 마찬가지지만 특히 기업경영의 사례들을 보면 균형이 얼마나 중요한지 금세 알 수 있다. 흔히 기업은 눈앞의 이익에 급급하지 말고 먼 미래를 준비하는 비전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한다. 그러나 실제 기업경영에서 장기 경쟁력에만 몰두하면 단기 생존에 실패해 장기 성과를 창출할 기회 자체를 가지지 못하게 된다. 따라서 모든 기업은 반드시 단기 성과와 장기 성과 간 균형을 유지해야 한다. 최근 4차 산업혁명과 관련해 강조되는 혁신도 마찬가지다. 혁신은 본질적으로 불확실성과 실패 위험이 높기 때문에 혁신에만 집중하는 전략은 극도로 위험하며 반드시 혁신과 효율성 간 균형이 필요하다.

기업경영에 필요한 연구개발, 생산, 판매, 재무, 인사 등 다양한 기능분야 간 관계도 마찬가지다. 기능분야 간 사내 영향력이 CEO의 출신 배경에 따라 달라지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아무리 CEO가 특정 분야 출신이더라도 그 분야가 모든 것을 좌지우지하면 그 기업은 결국 무너지게 된다. 1990년대까지 세계에서 가장 존경받는 전자회사였던 소니는 1990년대에 재무 출신 CEO가 취임하면서 공격적 M&A와 뉴욕증시 상장 등을 통해 재무중심 회사로 변신하는 과정에서 원래의 핵심역량이던 기술과 디자인이 약화되어 디지털 기술혁명에 제때 대응하지 못해 추락했다. 다양한 기능분야 간 균형을 잃어버린 결과인 것이다.

국가 리더십도 마찬가지다. 국가경영의 모델은 다양하며 서로 다른 장단점을 가진다. 그런데 리더가 특정 입장에 경도되어 자신의 모델을 절대선으로 믿고 다른 대안들을 청산해야 할 적폐로 규정해버리면 국가경영의 균형이 무너지게 된다.

최근 문재인 대통령의 국가경영에서 균형이 흔들리는 조짐이 보여 우려된다. 예를 들면 빈곤층 복지확대나 최저임금 인상 등이 필요한 것은 사실이나 특정 계층에 대한 대규모 증세로 당장 해결하려는 조급한 접근은 사회적 균형을 흔들게 된다. 법인세와 고소득층 증세는 필요하면 추진해야 하나 이들에게 모든 부담을 지우는 것 같은 모습은 자칫 계층 간 갈등을 초래할 수 있으므로 보편적 과세의 제스처라도 보여서 상징적 균형을 유지하는 것이 필요하다. 전체 소득자 중 세금을 전혀 내지 않는 사람이 46%가 넘는 상황에서 기존 납세자들의 부담만 급증하면 사회적 균형이 흔들릴 수밖에 없다. 저소득층의 실질적 세금 부담을 늘리지 않더라도 면세선인 연소득 2천만원인 사람이 세금을 1만원만 납부하는 것과 같이 작지만 나름대로 기여한다는 보편적 과세의 상징적 행위만 있어도 충분할 것이다. 성서에서 예수가 ‘동전 한 닢을 헌금한 가난한 과부가 누구보다 크게 기여했다’고 했듯이 이런 작은 액수의 세금이 모이면 우리 국가공동체의 사회적 균형 회복에 큰 상징적 가치를 가지게 될 것이다.

균형은 겸손에서 나온다. 전지전능한 신이 아닌 이상 아무리 뛰어난 리더라도 한계를 가질 수밖에 없다. 독재자들의 예에서 볼 수 있듯이 한계를 가진 인간이 자신의 입장이 절대 타협할 수 없는 가치라고 믿는 순간 일종의 우상이 되어 공동체의 균형을 무너뜨리게 된다. 필자는 대통령 당선 직후 천주교 신자인 문재인 대통령에게 아무리 바쁘더라도 아침마다 혼자 성서를 읽고 기도하는 시간을 가지라고 권하는 글을 쓴 적이 있다. 신 앞에서 겸손하게 자신의 한계를 인식하고 리더로서 균형을 잃지 않게 해달라고 청원하는 자기성찰의 시간을 가지라는 것이다. 균형은 대통령뿐 아니라 각계각층의 모든 리더가 반드시 명심해야 할 리더십의 핵심 중 핵심이다. 신동엽 (연세대 경영대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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