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미화의 패션스토리] 패션계의 시니어 모델 열풍

  • 인터넷뉴스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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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08-18   |  발행일 2017-08-18 제40면   |  수정 2017-08-18
백발이라 더 빛나는…런웨이 주름잡는 꽃할매·꽃할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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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 F/W 시몬 로샤에 등장한 할머니 모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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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 S/S 셀린느 광고에 등장한 할머니 모델.

패션계는 늘 젊고 신선한 얼굴을 선호한다. 매 시즌 더욱더 어리고, 개성 가득한 얼굴의 모델들이 런웨이와 캠페인(광고)에 등장하고, 모델들은 새로움을 어필하기 위해 파격적인 메이크오버도 서슴지 않는 분위기다. 좋은 예로는, 몇몇 캠페인에서 볼 수 있었던 반삭 헤어 스타일이다. 여성성을 상징하는 긴 머리를 과감하게 밀어버린 모델이 하나둘씩 등장한 것도 아마 패션계가 갈망하는 ‘신선함’을 강하게 어필하기 위함이 아닌가 싶다.

이렇듯 항상 ‘새로운 아름다움’을 찾아 헤매고 연구하는 패션계가 최근 새롭게 선호하는 대상이 있으니, 바로 할머니들이다. 지금까지 중후하고 올드한 이미지의 브랜드가 젊은 모델들을 기용하면서 브랜드의 이미지를 중화시키는 양상이었다면, 젊고 트렌드를 리드하는 브랜드가 할머니를 메인 모델로 내세움으로써 그 누가 입어도 쿨 할 수 있음을 증명하고 나선 것이다.


늘 새로운 아름다움 갈구하는 패션계
시몬 로샤·베트멍·돌체앤가바나 등
젊고 트렌드 리드하는 세계적 브랜드
시니어 모델 기용 세대 초월한 멋 어필

90세 다프네 셀프·95세 아이리스 아펠
모델은 젊은층만 한다는 고정관념 깨고
인간 자체의 美 보여주는 왕성한 활동



◆할머니 모델 패션쇼를 장악하다

시니어 열풍을 내세운 대표적인 브랜드로는 바로 베트멍을 꼽을 수 있겠다. 베트멍의 2017 F/W 런웨이에서 첫 번째 모델로 평범해 보이는 백발의 할머니가 밍크코트에 선글래스를 착용하고 당당하게 걸어나온 것에 이어, 오버사이즈의 트렌치코트에 하이 웨이스트 팬츠를 멋스럽게 소화해 낸 또 다른 할머니가 등장했다. 이번 컬렉션에서는 할머니뿐만 아니라 할아버지 모델까지 중간 중간 등장시켜 시니어 모델의 파워를 확실히 보여줬다. 시몬 로샤 또한 백발의 할머니를 모델로 내세웠는데, 시크함의 상징인 블랙 룩과 할머니의 실버헤어가 조화를 이루었을 때 얼마나 우아한 룩이 탄생되는가를 보여주는 듯했다. 그 외에도 돌체앤가바나, 드리스 반노튼 등 다수의 패션 브랜드에서 톱 모델 대신 할머니 모델을 내세우며 이 새로운 트렌드가 일시적이지 않다는 것을 증명했다. 사실 시니어 모델 열풍은 이번 시즌 이전에도 곳곳에서 드러난 적이 있었다. 2017 S/S 컬렉션에서는 보테가 베네타 런웨이의 피날레 모델로 모델 겸 배우 로런 허튼이 톱 모델 지지 하디드와 함께 다정히 팔짱을 끼고 나타나서 많은 이들의 이목을 집중시킨 바 있다. 그 이후에도 캘빈 클라인의 언더웨어 광고 모델로 새롭게 발탁되어 나이는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는 사실을 입증한 듯했다.

◆시니어 열풍을 패션 광고에서도

최근 들어 이탈리아 남쪽 마을의 가족 풍경을 광고에 담아내고 있는 돌체앤가바나 역시 시니어 모델을 그들의 런웨이에 내세우며 우아하면서도 색다른 아름다움을 전파했다. 사실 이전부터 몇몇 시니어 모델을 등장시키며 관심을 끌어왔고 특히나 2013 F/W에서는 우아한 레이스 룩을 소화한 할머니 모델 다프네 셀프를 등장시켜 노년층의 또다른 매력을 선사했다. 다프네 셀프는 1928년생으로 현재 90세의 고령이다. 2015 S/S 캠페인에는 골드와 레드 컬러의 화려한 왕관을 착용한 채 주얼리 백을 들고 담소를 나누는 듯한 세 할머니가 등장하였고, 아이웨어 캠페인에는 젊은 모델과 함께 다정한 한때를 보내고 있는 할머니 모델이 등장하는 등 시니어 뷰티를 제대로 보여줘왔다. 또 다른 고령의 모델인 95세의 스타일 아이콘 아이리스 아펠은 영국의 패션 매거진 ‘데이즈드 앤 컨퓨즈드’와 ‘솔트’의 커버 모델로 등장한 것은 물론 케이트 스페이드나 아이그너 등 패션 브랜드의 캠페인에서 활약하는 등 왕성한 활동으로 그녀만의 개성을 어필하고 있다. 그 외에도 미국 태생의 유명 소설가 조앤 디디온을 전면에 내세운 셀린느의 이번 2017 F/W 캠페인 또한 주목할 만하다. S/S 캠페인 또한 긴 머리에 블랙 코트를 입은 시니어 모델을 등장시키며 연속하여 중후한 아름다움을 표현하고 있는 셀린느를 비롯해 뮤지션이자 화가인 조니 미첼이 등장한 생로랑의 예전 캠페인, 무용수 출신 재클린 머독의 등장으로 완숙한 아름다움을 뽐낸 랑방의 캠페인까지, 시니어 모델은 런웨이뿐만 아니라 캠페인과 화보 등으로 그들의 영역을 확실히 키워나가며 그들만이 가지고 있는 아름다움을 보여주고 있다.

이제껏 모델이라는 직업은 10대와 20대 초중반의 젊은층만 할 수 있다는 고정관념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다. 모델이 배우, 스타일리스트, 뷰티 관련 사업가 등 새로운 길을 찾아나서는 것은 모델이라는 직업의 짧은 수명과 상당한 연관성이 있다. 이런 점에서 시니어 모델의 등장은 매우 긍정적인 반응을 불러일으킬 만하다. 나이를 불문하고 인간은 그 자체로 아름답다는 인식이 널리 퍼졌다는 전제가 있어야만 시니어 모델이 왕성한 활동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시니어 모델이 패션 브랜드의 캠페인에 등장하거나 런웨이를 활보하는 장면을 볼 때면, 그 모델이 수십 년을 살아오면서 겪어왔던 경륜 또한 엿볼 수 있다. 편견이 차츰 사라질수록 시니어들은 더더욱 다양한 분야에서 시니어 열풍을 불러일으킬 것으로 예상된다.

패션저널리스트 mihwacc@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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