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주의 영화] 내일의 안녕·혹성 탈출: 종의 전쟁

  • 인터넷뉴스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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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08-18   |  발행일 2017-08-18 제42면   |  수정 2017-08-21
하나 그리고 둘

내일의 안녕
시한부의 삶 속에서 행복을 일구다


20170818

비정규직 교사인 ‘마그다’(페넬로페 크루즈)는 실직을 앞두고 유방암 판정을 받는다. 별거 중인 남편은 제자와 휴가 중이다. 축구선수가 꿈인 아들, ‘다니’(테오플라넬)를 친척 집에 보내놓고 마그다는 혼자서 암 치료를 받는다. 암 검사를 받던 날, 훌리안의 검진실에서 마그다는 한 러시아 소녀의 사진에 마음을 뺏긴다. 영화의 첫 장면에도 강렬하게 등장하는 그 소녀, ‘나타샤’는 훌리안이 입양하려다가 결국 포기하게 된 아이다. 마그다는 시베리아의 살인적 추위 속에 서 있는 나타샤가 못내 안쓰럽다. 누구의 도움도 받을 수 없는 그녀의 쓸쓸한 처지가 소녀와 겹쳐지면서 마그다는 나타샤를 계속 자신의 시야 한 켠에 위치시킨다. 마그다의 환상 속에서 나타샤는 더 이상 혼자가 아니며 추위에 떨지도 않는다. 마그다가 생면부지의 나타샤에게 느끼는 묘한 부채의식과 이타심, 인간애야말로 이 영화의 출발점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사려 깊은 주치의, ‘훌리안’(에시어 엑센디아)과 레알 마드리드의 유소년 스카우터, ‘아르투로’(루이스 토사)가 그녀에게 베푸는 친절도 마그다의 성정 및 영화의 주제와 맞닿아 있다.


절망을 희망으로…강한 모성애를 소재로 한 영화
훌리오 메뎀 감독, 현실·환상 넘나드는 영상 눈길
마그다役 페넬로페 크루즈 혼신의 연기 감동 더해



‘내일의 안녕’(감독 훌리오 메뎀)은 깊은 절망 속에서 사람을 통해 위로받으며 상실감과 고통, 두려움을 극복해 나가는 한 여성의 이야기다. 갑작스러운 사고로 아내와 딸을 잃은 아르투로에게 먼저 손 내밀어주었던 마그다는 그 따뜻한 위로를 몇 배로 돌려받는다. 가슴절제술 이후 여성으로서 심리적 나락을 맛보게 된 마그다에게 아르투로의 사랑은 아이러니하게도 이전까지 느껴보지 못한 안정감과 행복을 선사한다. 슬픔에 잠긴 이들이 서로를 위로하며 삶을 지탱해주는 이야기가 영화 내내 가슴을 뭉클하게 한다.

‘북극의 연인’(1998), ‘루시아’(2001) 등을 통해 감각적인 영상을 선보여왔던 훌리오 메뎀 감독은 종종 현실과 비현실의 경계 및 과거, 현재, 미래의 경계를 허무는 방식으로 마그다의 복잡한 심리를 묘사함과 동시에 영화 전반에 신비스러움을 더하고, 한 인물의 암투병 과정이라는 서사의 무게감을 덜어낸다. 관습적인 것과 비관습적인 것을 적절히 조화시켜 자칫 신파로 끝나버릴 수 있는 소재를 새로운 식감으로 요리해낸 데서 이순(耳順)을 앞둔 감독의 노련함을 느낄 수 있다. 그 가운데는 죽음의 문턱을 향해 가면서도 주어진 하루의 삶에 충실하고 감사하며 즐거워하는 마그다가 있다. 페넬로페 크루즈가 혼신을 다해 생기를 불어넣은 이 캐릭터는 기존 영화들에서 보기 드물게 밝은 암환자라고 할 수 있는데, 용기 있고 열정적일 뿐 아니라 끝까지 그녀의 죽음 뒤에 남겨질, 그녀가 없이도 삶을 지속해나가야 할 주변인들을 배려하는 성숙함을 가진 인물이다.

마지막 순간까지 암환자라는 대명사가 아니라 자기 고유의 모습으로 살고자 발버둥치는 모습은 치매 환자의 이야기를 다룬 ‘스틸 앨리스’(감독 리처드 글랫저, 워시 웨스트모어랜드)의 주인공과도 유사한 지점이 있다. 그러나 슬픔을 ‘오늘’의 행복 아래로 밀어 넣고 환하게 지어보이는 마그다의 미소는 매우 특별하다. 오만가지 감정을 유머로 승화시킬 줄 아는 그녀에게 ‘안녕’은 ‘내일’의 것일 수밖에 없다.

영화는 몇 차례 심장의 이미지를 등장시켜 극을 환기시키고 인물의 감정을 간접적으로 표현한다. 가슴을 도려냈어도 여전히 생명력을 가진 심장처럼, 마그다의 죽음 이면에는 새로운 삶을 시작하는 나타샤가 있다. ‘죽음은 삶의 반대편이 아닌, 그 일부로 존재한다’는 무라카미 하루키(‘상실의 시대’)의 말을 떠올리게 하는 작품이다. (장르: 드라마, 등급: 15세 이상 관람가, 러닝타임: 111분)


혹성 탈출: 종의 전쟁
진화한 유인원 vs 퇴화한 인간의 최후


20170818

‘혹성 탈출: 종의 전쟁’(감독 맷 리브스)은 ‘혹성탈출’의 리부트 3부작 중 마지막 작품으로 충분히 오락적이면서도 현대 사회에 대한 예리한 분석과 성찰이 담긴 철학적인 블록버스터다. 1, 2편에서는 인간의 과학 실험에 의해 지능을 갖게 된 유인원 ‘시저’의 이야기와 그가 인간과 유인원의 공존을 모색함에도 불구하고 인간을 증오하는 또 다른 유인원 ‘코바’에 의해 전쟁이 시작되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혹성 탈출: 종의 전쟁’에는 인간의 공격으로 가족들을 잃게 된 시저가 사적 복수심과 공적 분노를 느끼며 인간에 맞서게 되는 내용이 담겨 있다.

두 종 간의 전쟁이라는 상황 속에 전투신과 추격신이 종종 등장함에도 불구하고, 심리극이라고 할 만큼 시저의 내적 갈등과 심리 변화에 초점을 맞춘 점이 인상적이다. 시저는 가족들을 잃은 후에야 코바를 이해하게 되고, 자신도 코바처럼 감정적이 될 수 있음을 인정한다. 그리고 포로가 된 유인원들을 무자비하게 혹사시키는 인간의 모습을 보면서 참을 수 없는 분노를 느끼고 다시 동족들을 이끌고 탈출할 계획을 세운다. 끊임없이 리더로서의 자격을 의심하며 내려놓을 줄도 아는 시저의 모습은 우리 사회에 필요한 바람직한 지도자상에 대해 재고하게 한다. 카리스마와 소통 능력뿐 아니라 자신을 객관화하는 겸손함도 지도자의 요건 중 하나임에 틀림없다.


맷 리브스 감독의 ‘혹성탈출’ 리부트 시리즈 완결편
유인원의 리더 시저를 통해 인간다움에 대한 고찰
오락적이면서 현대사회 성찰 담은 철학적 블록버스터



한편, 고뇌하는 시저에게서는 인간과의 차별점이 거의 느껴지지 않는다. 또 하나의 중요한 테마가 바로 이 지점에서 발견된다. 영화는 시저가 겉모습조차 인간과 거의 유사하다는 대사를 비롯해 진화한 유인원과 퇴화한 인간의 대비를 통해 두 종간의 경계를 무너뜨린다. 인간은 대다수 야만적이고 유인원은 지극히 인간적이다. 인간의 편에 선 유인원, 유인원 편에 선 인간을 등장시키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결정적으로 영화는 어느 시점에서 전쟁의 주체인 ‘종’과 ‘종’을 부각시키는 대신 ‘돌연변이’에 대한 혐오의 문제를 꺼내놓는다. 유인원의 반란과 부상은 우리 사회가 격리시키고 몰살하려는 돌연변이에 대한 공포로 읽을 수 있을 것이다. 무엇이 인간을 인간답게 만드는가라는 철학의 영원한 주제는 스크린에서도 여전히 진행 중이다. (장르: 액션 등급: 12세 이상 관람가, 러닝타임: 140분)

윤성은 영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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