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인 리포트] 골프공에 맞아 쓰러진 힐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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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09-22 07:31  |  수정 2017-09-22 07:31  |  발행일 2017-09-22 제8면
[변호인 리포트] 골프공에 맞아 쓰러진 힐러리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17일 힐러리 클린턴 전 민주당 대선 후보가 회고록을 내며 자신을 비판하자 합성영상을 자신의 트위터에 리트위트했다. 이 영상은 트럼프가 과거 골프샷을 한 장면과 2011년 힐러리가 전용기에 탑승하다가 발을 헛디뎌 넘어지는 장면을 인위적으로 합친 것이다.

결국 리트위트 영상을 보면 트럼프가 드라이브샷을 해 날아간 공이 힐러리의 등에 맞았고, 이 충격으로 힐러리는 비행기 탑승구에서 넘어졌다. 그러나 이것은 사실이 아니며, 비방의 목적이 다분하다. 동영상의 제목 역시 ‘트럼프의 환상적인 골프 스윙, #사기꾼 힐러리’인 것을 보면 의도가 뻔히 보인다. 이러한 거짓 영상을 대통령이 함부로 올려도 되는가 하는 법적 문제는 처음으로 제기됐다. 그런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에선 전두환 전 대통령의 풍자 포스터를 붙였다가 처벌된 사례, 청사초롱에 쥐 그림을 그려 이명박 전 대통령을 풍자했다가 처벌된 사례, 박정희 전 대통령을 풍자하는 벽화를 동성로에 그려 처벌된 사례, 박근혜 전 대통령 얼굴에 영화 ‘웰컴 투 동막골’ 여주인공 복장을 합성했다가 처벌된 사례 등(이상 사례들을 명예훼손죄로 벌한 것은 아님) 민초들이 정치권력을 풍자한 적은 있지만, 대통령이 그러한 짓을 한 사례가 없다.

트럼프 대통령의 행위는 형법상 어떠한 평가를 받을까.

첫째, 트럼프 대통령은 옥외광고물을 부착하거나 타인의 건물 외벽에 포스터를 붙인 건 아니기 때문에 옥외광고물 등관리법위반과 경범죄처벌법(광고물 무단부착)의 적용대상이 아니다. 둘째, 공용물건에 그림을 새겨넣는 방식으로 손상시키지 않았으므로 공용물건손상죄도 적용되지 않는다.

셋째, 트럼프의 돌발 행위에도 불구하고 그 영상이 트위터의 효용을 해한 증거가 없으므로 재물손괴의 적용대상도 아니다(오히려 인기가 올라가 효용이 증진됐을 것이다). 넷째, 힐러리가 트럼프의 골프공에 맞아 넘어진 사실이 없는데 합성 동영상을 올린 것은 정보통신망을 이용한 허위 명예훼손의 가능성이 있다.

다만, 현재의 판례는 타인의 사회적 가치를 저하시켜야 하고, 구체적 사실을 적시하여야 한다고 보는 점에서 명예훼손죄 요건을 완전히 성립시킨다고 볼 수는 없다..

트럼프는 타인의 사회적 가치를 저하시킨 것이 아니라 자신의 품격을 스스로 저하시킨 자학행위를 했고, 골프공에 맞아 넘어진 것이 사실이든 허위이든 그것이 곧 힐러리의 명예를 손상시킬 구체적 사실인지 의문이 든다.

만약 명예훼손죄의 범위를 최대한 넓게 해석해 구성요건에 해당된다고 볼 때 분명 트럼프는 다음과 같이 변명할 것이다.

명예를 훼손시키는 구체적 행위가 아니라고 하거나(구성요건 흠결주장), 자신은 현직 대통령을 비방한 힐러리에 대항해 방어하기 위한 정당한 행위를 했다고 주장하거나(일반적 위법성조각사유), 재미를 제공하고 반대 견해도 있다는 점을 보여 여론을 환기하기 위한 행동으로 공공의 이익에 부합하므로 비방의 목적이 없었다고 주장할 것이다(명예훼손의 특수한 위법성조각사유). 그러나 서두에서 살핀 것처럼 트럼프의 의도가 뻔히 보이는 이러한 사건에서 위법성이 조각될 가능성은 낮다.

천주현 형사전문 변호사(법학박사) www.brotherlaw.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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