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진환의 별난집 별난맛] 대구만의 별미 <하>

  • 인터넷뉴스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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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10-13   |  발행일 2017-10-13 제40면   |  수정 2017-10-13
찜갈비·석쇠불고기·논메기매운탕·떡볶이…‘핫’한 마성의 맛

예전의 대구음식이 아니다. 언론에 노출된 대구 대표 음식 10가지인‘대구십미’도 적잖다. 예전에는 대구음식에 아무런 반응을 하지 않고 있던 연예인들도 덩달아 안지랑곱창골목 등 대구의 유명 맛골목에 오고 싶어한다. 상당수 푸드블로그들은 ‘대구음식이 전국에서 가장 핫하다’고‘엄지척’한다. 예전에는 보기 힘든 광경이다. 대구음식의 맵고 짠 것이 예전에는 단점이었지만 지금은 오히려 장점이 된 것 같다. 투박한 것 같지만 대구음식에는 깊은 맛이 감춰져 있다. 대구음식이 다소 보수적이라서 새로운 건 적지만 한번 흐름을 타면서 단번에 전국구 음식으로 떠오른다.

황토 논서 양식해 만든 논메기매운탕
통메기 쫄깃함과 깊고 매운 국물 일품
달착지근 여운 남는 매운 맛의 찜갈비
양은냄비로 조리시간도 짧아 큰 매력

검붉은 빛의 중독성 강한 매운 떡볶이
12가지 재료 양념·멸치육수로 속도 편안
화근내 솔솔 양념 돼지고기 석쇠불고기
쪄낸 대구만의 찐교스도 내공 깊은 맛


◆논메기매운탕(산정논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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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메기매운탕(산정논메기)

메기는 주로 하천이나 호수의 진흙 바닥 같은 데서 자란다. 논메기는 황토 논에서 가두리 양식으로 기른다. 육질이 일반 메기보다 훨씬 차지고 쫄깃하다. 민물고기 특유의 비린내도 적다. 대구사람들이 많이 먹는 논메기매운탕은 논에서 양식한 논메기로 요리한 것이다.

논메기매운탕은 투박하면서 매운맛이 강해 대구 사람에게 딱인 서민음식이다. 대구도시철도 2호선 서쪽 종점인 문양역 주변 부곡리. 여기 ‘새터마을’은 국내에서 처음으로 논메기매운탕 붐을 일으켜 지금은 ‘논메기매운탕 음식점거리’로 변모했다. 1996년쯤 논농사 대신 논에서 유료낚시터를 운영하던 중 손님이 잡은 메기를 요리해주었고 이게 큰 반향을 불러일으킨다. 2005년 문양역이 생겨나면서 동종 식당이 우후죽순 생겨나고 나중엔 논메기매운탕촌으로 확산된 것이다.

산정논메기는 갓 손질한 통메기를 갖고 요리한다. 마늘, 고춧가루 등 갖은 양념에 당면을 넣고 채소류를 위에 듬뿍 올려 끓여낸다. 먹을 때 초핏가루를 살짝 뿌리면 맛이 더욱 깔끔해진다. 메기 살점은 단단한 편이라 잘 부스러지지 않는다. 수제비를 넣기 때문에 국물 맛이 더욱 깊어진다.

편리한 교통 덕분에 직장동료, 동창회, 동호회, 가족 등 단체 손님이 많다. 요즘 이 먹거리타운은 가까운 마천산이나 삼림욕장을 다녀온 하산객까지 가세해 주말이면 발 디딜 틈이 없을 정도다. 예약해두면 문양역에서 셔틀버스를 탈 수 있다. 달성군 다사읍 달구벌대로 109길 142-13. (053)582-2566

◆동인동찜갈비(낙영 찜갈비 별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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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인동찜갈비(낙영 찜갈비 별관)

찜갈비는 대구십미 중 따로국밥과 함께 서울 강남으로 올라가 크게 어필된 향토 음식이다. 간장소스를 기본으로 하는 궁중음식의 하나인 달달한 갈비찜이 아니고 매콤한 찜갈비다. 전국 어디를 가도 이런 버전은 없다. 강렬하고 화끈한 맛이다. 매콤한 듯하지만 마냥 매운맛도 아니다. 달착지근한 여운이 남는 매운맛이다. 양념의 양조절, 그리고 불조절이 비법이다. 고춧가루가 너무 많아도 마늘이 과해도 매콤한 맛의 각도가 무뎌진다.

찜갈비의 유래는 여러 갈래로 형성된다. 토박이들의 기억이 조금씩 차이가 난 탓이다. 60년대 후반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갈비를 너무 좋아하는 중구 동인동의 한 부부가 갈비를 가마솥에 푹 익혀 소금에 찍어 먹곤 했다. 얼큰한 맛을 좋아하는 남편 때문에 점차 마늘과 고추를 듬뿍 곁들여 먹게 된다. 독특한 맛에 자신이 붙은 아내가 매운 소스를 본격적으로 개발해 찜갈비를 팔기 시작했다. 이렇게 대구 사람들의 입맛에 딱 맞는 음식으로 탄생되었단다. 60년대 후반 한 할머니가 공사장 인부들을 위해 점심 식사를 준비하던 중 갈비찜을 빨리 조리하기 위해 갈비를 갖고 포를 떠서 미리 삶아 두었다가 즉석에서 갖은 양념과 고춧가루를 넣어 요리했던 게 찜갈비의 유래라고 하는 이도 있다. 아무튼 70년대 초 하나둘씩 생겨나기 시작한 찜갈비 집은 동인동을 찜갈비 골목으로 바꿔놓았다.

40여년의 역사를 가진 이 집은 이 골목의 리더격이다. 좌식과 입식을 고루 갖춘 레스토랑 같은 분위기다. 고춧가루, 마늘, 생강 등을 듬뿍 넣는다. 너무 많이 들어가 ‘범벅찜’ 같다. 소갈비를 3~4㎝로 자른 뒤 앞뒤를 넓게 저며 미리 삶아놓고 고춧가루와 마늘 등을 양은냄비에 넣어 빠르게 조려낸다. 조리시간이 짧아 성질이 급한 대구사람에게는 딱 맞는 음식이다. 여기 주인들은 한결같이 양은냄비를 고집한다. 찌그러진 모습도 그렇거니와 다른 용기에 비해 열전도율이 빠르기 때문이다. 중구 태평로 256-15. (053)423-8330

◆찐교스(일소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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찐교스(일소교자)

‘찐교스’. 이것도 대구에만 있는 독특한 만두다. 물만두와는 다르게 찜기에 쪄내는 만두다. 이와 비슷한 찐교자·찐만두는 다른 지역에도 있는 음식이지만 찐교스로 불리지는 않는다. 유래는 명확하지 않지만 ‘증교자(蒸餃子)’의 중국식 발음 ‘장짜오즈’가 억센 억양의 악센트가 들어가는 대구식 사투리 때문에 찐교스로 불리게 된 것 같다. 찐교스는 배추·호박·양배추·돼지고기가 적절히 배합된다.

만두소가 보일 정도로 피가 얇다. 젓가락질을 잘못하면 찢어질 수도 있다. 만두소의 주재료는 돼지고기와 채소. 찌기 때문에 만두피가 촉촉하면서 쫄깃하다. 고기와 채소가 잘 섞여 향과 씹는 질감이 좋다. 찐교스를 구우면 군만두가 된다. 30년 요리 경력의 주인장이 만드는 ‘멘보샤’도 인기 메뉴. 식빵 사이에 새우살을 다져넣고 튀겼다. 중국식 ‘새우토스트’다. 바삭거릴 정도의 식감과 새우의 고소함이 혀를 더없이 즐겁게 한다. 또한 맥주를 부르는 음식이다. 하지만 요리하기가 무척 까다롭다. 새우살과 빵의 튀김온도가 달라 타지 않고 맛을 내는 게 쉽지 않다.

화교가 동네 한 모퉁이에서 소박하게 운영하는 중국집이지만 웬만한 중식당 내공 이상의 맛을 내는 곳이다. 동구 반야월로 142. (053)956-5668

◆매운 떡볶이(윤옥연 할매 떡볶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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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운 떡볶이(윤옥연 할매 떡볶이)

지역에선 ‘떡볶이할매’로 불리는 윤옥연 할머니. 그녀는 76년부터 수성구 범어동 신천시장에서 채소와 소금 등을 팔았다. 어느 날부터 떡볶이를 곁들여 팔기 시작했고 중독성 있는 떡볶이 맛이 학생들을 통해 입소문이 나기 시작한다.

국물이 자박한 매운 떡볶이다. 매운맛이 강하기 때문에 처음 먹는 순간 거부감이 든다. 그러나 그릇이 다 비워질 무렵이면 쉽게 중독이 되는 ‘마약음식’. 덜 달고 마술같이 서서히 코끝을 간질이는 짜릿한 매운맛이다. 국물이 많은 것은 튀긴 만두나 어묵을 적셔 먹기 위해서다. 후추와 고추가 합쳐져 환상적이고 얼얼한 매운맛을 낸다. 화끈한 국물맛에 매끈한 밀가루 떡, 그리고 적신 튀긴 어묵과 만두는 화끈한 맛을 더욱 증폭시킨다. 매운맛을 중화시키려고 쿨피스를 통째 두고 먹는 이도 있다. 하지만 좋은 재료를 통해 뿜어내는 매운맛이라 먹고 나면 속이 편해진다. 12가지 재료로 만든 양념과 멸치로 우려낸 진한 국물로 요리를 한다. 빨갛다 못해 살짝 검은빛까지 돈다.

이 집의 밀가루 떡은 쌀로 만든 것보다 더 맛있다고 한다. 떡볶이는 원래 쌀로 만든 떡으로 예전에는 궁중에서나 먹던 고급음식이다. 밀가루 떡은 오래 끓일수록 떡이 부풀면서 양념이 떡 내부까지 밀려들어가 간이 고루 잘 배게 된다. 또한 밀가루는 쌀보다 단백질 함량이 많아 잘 퍼지지 않는다. 수성구 들안로 77길 11. (053)756-7597

◆석쇠불고기(미도불갈비식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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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쇠불고기(미도불갈비식당)

석쇠불고기는 떡갈비의 변형태로 보이는 한식이다. 이건 양념한 소고기를 석쇠에 올려 굽는 음식이다. 이 스타일의 음식이 활성화된 고장은 대구를 비롯해 전남 광양불고기와 울산 언양불고기 등이다. 대구식 석쇠불고기는 돼지고기를 양념해서 연탄불 위에서 구워낸다. 60년대 말부터 칠성시장, 그리고 대구역 맞은편 옛 국제시장 골목, 후발주자로는 북성로불고기 등이 대구의 석쇠불고기문화를 엮어냈다.

예전 형편이 괜찮은 주당들은 대신네거리 소갈비골목, 형편이 덜한 주당들은 국제시장 골목으로 몰려들었다. 돼지갈비 식당이 그리 많지 않은 시절, 20여 식당이 새벽까지 연기를 자욱하게 피워올렸다. 지금은 많이 사라지고 네 집 정도 남았다. 집집마다 약간은 다른 비법의 간장양념에 얇게 저민 돼지고기를 양념이 잘 배도록 버무려 연탄 석쇠에 올려 초벌로 굽는다. 손님한테 낼 때 무쇠철판 위에 채썬 파를 듬뿍 올려준다. 테이블에서 익혀가면서 먹도록 배려한 것이다. 맛의 비결은 연탄불 위에서 여러 번 뒤집는 기술이다. 그래야 화근내(연탄불 냄새)가 잘 묻게 된다. 가격이나 맛이 만만하다. 살짝 달달한 맛이 부드럽게 씹힌다. 중구 태평로 1가 4-4 . (053)422-7308

음식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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