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삶과 예술의 접점 대구오페라축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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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10-17   |  발행일 2017-10-17 제29면   |  수정 2017-10-17
[기고] 삶과 예술의 접점 대구오페라축제

지금으로부터 1년여 전, 민간 영역에서 창조도시 관련 포럼이 개최된 적이 있다. 당시 포럼 내용 가운데 ‘무엇이 시민들이 꿈꾸는 창조도시의 모습인가’라는 부분이 눈길을 사로잡았다.

다양한 계층의 대구시민들은 ‘생활이 여유로운 즐거운 도시’를 창조도시의 한 모습으로 꼽으며, 창조도시인지 아닌지를 가르는 하나의 중요한 지표로 ‘문화공연 관람횟수’를 내세웠다. ‘즐거운 도시’에 산다는 것은 일년에 몇 편 정도는 공연을 즐길 수 있는 삶이라는 해석이 가능했다.

2017대구국제오페라축제가 최근 개막돼 한 달간의 대장정에 돌입했다. 2003년 개관한 대구오페라하우스를 기반으로 시작된 축제가 올해로 벌써 15회째를 맞으며 ‘오페라’라는 콘텐츠로 대한민국을 넘어 세계적인 공연예술축제로 당당하게 성장하고 있다. 해외 유명극장 또는 페스티벌 관계자들이나 성악가 등 예술인들은 “기회만 되면 대구오페라하우스 무대에 서고 싶다”거나 “축제에 함께하고 싶다”는 바람을 종종 드러낸다. 오페라하우스가 있고, 정기적으로 페스티벌이 열린다는 점에서 이미 대구는 세계적인 문화도시 반열에 올랐다는 평가도 받는다. 대단히 기분 좋은 일이며, 대구가 이룬 큰 성과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막상 상당수 시민은 여전히 오페라를 어려워할 뿐 아니라 소수 엘리트를 위한 분야로 여긴다. 이 거리감을 좁힐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가끔은 문화공연을 관람하며 즐겁게 살고 싶은 시민들에게 바로 지금, ‘오페라축제’를 권하고 싶다.

축제란 예술이 일상과 만나는 지점이다. 오페라가 평소에는 선뜻 다가가기 어려운 분야였으며, 공연장을 찾기가 다소 어색했다 하더라도 축제는 다르다. 준비된 공연이나 행사가 다채롭고 풍성할 뿐만 아니라 반드시 비싼 입장료가 필요한 것도 아니기 때문에 이를 계기 삼아 공연 한 편 보는 것으로 문화생활을 시작해보자는 것이다.

제15회 대구국제오페라축제를 구성하는 주요 프로그램은 베르디의 ‘리골레토’와 ‘아이다’, 푸치니의 ‘일 트리티코’, 그리고 창작오페라인 ‘능소화 하늘꽃’ 등 전막오페라 4편이다. 베르디와 푸치니는 최고의 오페라 작곡가이며, ‘리골레토’의 ‘여자의 마음’이나 ‘아이다’의 ‘개선행진곡’ 같은 유명한 아리아, 그리고 합창곡은 누구라도 흥얼거릴 수 있을 만큼 잘 알려져 있다. 세 편의 단막오페라가 하나의 작품으로 만들어진 ‘일 트리티코’도 매력적이다.

물론 우리말로 된 작품도 좋다. ‘능소화 하늘꽃’은 조선판 ‘사랑과 영혼’으로 불리며 부부 간의 애틋한 사랑을 그린 작품으로, 안동지역 실화를 소재로 한 만큼 더욱 편안하게 느껴질 수 있겠다.

또 화려한 무대나 의상·분장은 없더라도 음악에 더욱 집중할 수 있는 콘서트형 오페라도 두 작품이 준비돼 있다. 독일 최고 극장인 베를린 도이체오퍼가 바그너의 ‘방황하는 네덜란드인’을, 오스트리아의 세계적 오페레타 축제인 뫼르비슈 페스티벌이 요한 슈트라우스 2세의 ‘박쥐’를 들고 각각 대구를 찾았다. 축제의 폐막을 선언하는 콘서트 역시 기록에 남을 무대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세기의 소프라노 안젤라 게오르규와 함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대구오페라하우스와 공간을 함께 쓰고 있는 삼성창조캠퍼스 야외무대에서 예닐곱 차례 공연이 펼쳐졌거나 예정돼 있다. 어디 그뿐인가. 영화 한 편 보는 값으로 즐기는 소극장오페라도 네 편이 준비돼 있다. 그리고 꼭 공연을 보지 않더라도 대구오페라하우스 로비와 광장에서 열리는 크고 작은 행사와 이벤트는 즐겨보자. 단언컨대, 한 걸음 더 오페라와 가까워질 수 있을 것이다.

대구국제오페라축제의 다양한 현장에서 일상과 교감하는 예술을 체험한 시민들이 대구시와 함께 상상과 창조의 시대에 앞서가는 도시를 만들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한만수 (대구시 문화체육관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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