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인 리포트] 정당방위(Self Defen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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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10-20   |  발행일 2017-10-20 제9면   |  수정 2017-10-20
[변호인 리포트] 정당방위(Self Defence)

지난 11일 서울북부지검 형사2부는 2년 전 발생한 서울 공릉동 살인사건의 피의자에게 무혐의 처분을 했다. 자신의 집에 침입한 군인을 숨지게 했지만, 흉기로 약혼녀를 살해한 군인에 저항하다 일어난 일이어서 정당방위라는 판단이었다. 정당방위는 쉽게 인정되는가.

정당방위는 위법성 조각사유다. 형법 및 특별형법에서 정한 범죄 구성 요건에는 해당하지만, 위법하지 않다는 판단이다. 이 경우 검찰에서는 무혐의, 재판에서는 무죄다. 이와 다른 것으로 심신상실 등 책임이 조각돼 무죄가 되는 경우가 있다(신종 마약을 복용하고 환각상태에서 모(母)와 이모를 살해해 12일 무죄가 선고된 대전고법 판결). 결국 범죄의 성립요건은 구성요건 해당, 위법, 책임의 3요소를 갖춰야 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구성요건에 해당하면 위법성은 추정된다. 따라서 변호인은 위법성 조각사유를 주장·입증해야 한다. 대표적 위법성 조각사유가 정당방위, 긴급피난, 정당행위다. 정당방위는 공세적 방법으로 가해자를 막아도 된다. 반면 정당행위는 경미한 방법으로 저항한 경우 인정된다. 정당방위는 방어에 필요한 행위를 공세적으로 해도 된다는 법리이므로 남용 가능성이 있다. 따라서 법원은 공격의 수위가 의외로 강했다거나 방어 결과가 참혹할 경우 이를 인정하는데 소극적이다. 검찰이 “살인을 하고도 법률적으로 처벌을 받지 않는 경우는 매우 이례적”이라고 밝힌 것은 이러한 점이 배경이다.

자기 또는 타인의 법익에 대한 현재의 부당한 침해를 방위하기 위한 행위로서 상당한 이유가 있는 경우라야 정당방위가 된다. 첫째, 침해는 현재성이 있어야 하므로, 침해행위에서 벗어난 후 분을 풀려고 한 후속 공격행위는 위법하다. 둘째, 싸움은 서로 공격의사로 교차공격하는 것이어서 정당방위가 아니다. 서로 상해진단서를 끊어 와도 쌍방 처벌된다. 셋째, 예외적으로 싸움에서 당연히 예상할 수 있는 정도를 초과한 과격한 침해행위에 대한 반격은 허용된다. 또 싸움이 중지된 상태에서 한편이 다시 공격해 이를 막기 위해 단도로써 상대의 복부를 찌른 것도 허용된다. 넷째, 상당한 이유가 있는 방어행위여야 한다. 정당방위가 성립하려면 침해되는 법익의 종류, 정도, 침해의 방법, 침해행위의 완급 등 구체적 사정을 참작해 방위행위가 상당한 것이었다고 인정할 수 있는 것이어야 한다.

따라서 방위에 필요한 행위가 제한되고, 필요성은 행위 당시를 기준으로 일체의 구체적 사정을 고려하되 객관적으로 판단한다. 적합한 수단을 사용해야 하나, 최후의 수단으로만 방위행위를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나아가 보전되는 법익이 침해되는 법익과 균형을 이루거나 우월할 것을 요하지 않는다. 이처럼 요건이 까다로우니, 정당방위를 인정받은 사례는 손에 꼽힐 정도다. 검사와 법관은 대부분의 정당방위·정당행위 주장을 배척하고, 구체적 사정하에서 형을 감경할 뿐이다.

한편 불법하게 체포한 검사나 경찰에 대항한 경우 공무집행방해가 아니고, 이 과정에서 검사나 경찰관이 상해를 입었더라도 정당방위가 되는 사례가 가끔 있다(대법원 2011도3682 판결, 2006도148 판결, 2006도2732 판결, 99도4341 판결, 대구지방법원 2009고단1743 판결, 대전지방법원 95고단200 판결). 정당방위의 성립을 우리보다 폭넓게 인정하는 나라로 미국을 꼽는 경우가 많다.

천주현 형사전문 변호사(법학박사) www.brotherlaw.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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