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주의 영화] 스코어:영화 음악의 모든 것·아이 앰 히스 레저

  • 인터넷뉴스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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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10-20   |  발행일 2017-10-20 제42면   |  수정 2017-10-20
하나 그리고 둘

스코어: 영화 음악의 모든 것
영화 OST의 역사를 한편의 다큐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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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에 있어 음악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이다. 그 자체로 고차원적 예술인 음악은 영상과 함께 영화의 서사를 만들어가며, 장면 장면에 감정을 실어주고, 관객들의 다양한 반응을 불러일으킨다. ‘스코어: 영화 음악의 모든 것’(감독 맷 슈레이더, 이하 ‘스코어’)은 위대한 영화음악가들이 직접 영화음악의 기능과 고전이 된 곡들에 대해 해석을 들려주는 작품으로, 영화를 사랑하는 관객이라면 음악에 대한 지식이 거의 없는 이들부터 영화음악 마니아들까지 모두 만족할 만한 다큐멘터리다.


히치콕의 영화부터 ‘매드맥스’까지 100편 총망라
존 윌리엄스 등 巨匠 제작과정·비화 생생한 인터뷰
영화 속 명곡이 명장면과 함께 파노라마처럼 이어져



영화의 첫 번째 매력은 처음부터 끝까지 이어지는 명곡들의 향연에 있다. 영화음악사에 길이 남을 100편에 가까운 필름 스코어들이 이 다큐의 보이지 않는 캐릭터로 등장해 귀를 즐겁게 한다. 영화는 뤼미에르 형제가 영화를 처음으로 대중들 앞에 유료상영했던 1895년부터 히치콕과 스티븐 스필버그의 영화를 거쳐 ‘매드맥스: 분노의 도로’(감독 조지 밀러)에 이르기까지, 약 120년에 걸친 영화사를 훑어 올라온다. 영사기의 소음을 가리기 위해 피아노를 연주했던 것이 영화 산업의 성장과 함께 오케스트라로 발전했고, 유성영화의 시대를 맞으면서 바로 현대적 영화음악의 개념이 생겨났다는 사실은 시대를 막론하고 영화인과 관객들 공히 ‘잘 만든’ 영화음악을 필요로 했음을 시사한다. 영화음악가는 바로 그 미션을 수행해온 사람들이었다. 그래서 영화음악사는 자연스레 당대의 영화음악가에 대한 소개와 찬사로 이어진다. 그들은 필름 스코어의 도구적 기능에 예술성까지 불어넣은 사람들이었으며 그들의 음악은 일차적으로 영화 안에서 영상을 훌륭하게 뒷받침했을 뿐 아니라 그 자체로 높은 완성도를 성취함으로써 대중에게 더욱 광범위하게 알려지고 사랑받아왔다. 일례로 존 윌리엄스가 만든 일련의 스코어들(‘E.T’ ‘스타워즈’ 등)은 그 영화의 시그니처이기도 하지만, 영화를 보지 않은 이들에게까지 깊이 각인될 만큼 아름답고 강렬하다. ‘스코어’는 불멸의 영화음악을 향한 경이로움과 애정을 한껏 드러낸다. ‘음악의 힘을 이해하도록 끊임없이 노력하는 분들에게 바친다’라는 마지막 자막이 의미하듯 이 다큐는 일반 관객뿐 아니라 음악 전문가들을 위한 작품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CBS의 다큐멘터리 PD 출신인 ‘맷 슈레이더’는 한스 짐머, 대니 엘프먼, 토마스 뉴먼, 하워드 쇼어 등 거장들의 인터뷰를 통해 영화음악의 세계를 폭넓게 제시하는 한편, 작곡과 녹음, 믹싱 등 개별 작업의 기능과 의미를 구체적으로 보여준다. 방대한 양의 자료를 93분으로 압축하고 정리한 솜씨와 인물이나 사건을 소재로 한 다큐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후반부로 갈수록 깊은 감동을 자아내는 극적 연출에서 에미상을 세 번이나 수상한 감독의 저력을 느낄 수 있다. (장르: 다큐멘터리, 등급: 전체 관람가, 러닝타임: 93분)


아이 앰 히스 레저
‘요절’ 히스 레저의 못다 한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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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도 그가 스크린에서 보여준 인물들과 타고난 재능이 전부일 것이다. 우리가 히스 레저에 대해 알고 있는 것은. 제목이 암시하듯 ‘아이 앰 히스 레저’(감독 아드리안 부이텐후이스, 데릭 머레이)는 이 부분에 대한 안타까움이 짙게 깔려 있는 다큐멘터리다. 2008년, 스물여덟 살의 나이로 세상을 떠난 히스 레저는 생전에도 큰 명성을 얻었던 배우지만 대중들이 알고 있는 것은 그의 작은 일부였을 뿐이다. 이 다큐는 히스 레저의 가족과 친구, 동료들을 스크린 안으로 초대해 그와 함께 한 시간과 그에 대한 기억을 털어놓게 한다. 그들의 이야기 속에서 어린 시절부터 숨을 거두던 날까지 한 사람의 인생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지고 영화가 끝날 때쯤에는 세계적인 스타가 아닌 한 인간으로서의 히스 레저가 관객들의 가슴에 오롯이 새겨진다.


불꽃처럼 살다간 배우 히스 레저의 28년 삶 담은 다큐
가족 등 인터뷰에 그의 잘 알려지지 않은 창작물 삽입
남다른 시선과 세련되고 감각적인 아티스트 면모 소개



영화는 일반적인 인물 다큐의 틀에서 거의 벗어나지 않는다. 대신, 잘 알려지지 않았던 히스 레저의 다양한 창작물들을 삽입함으로써 예상치 못한 즐거움과 감흥을 선사한다. 출연했던 영화뿐 아니라 그가 남긴 사진, 영상과 음악 등은 관객들이 ‘히스 레저’라는 이름의 환조를 조각하는데 많은 도움을 준다. 동료 배우인 ‘나오미 왓츠’의 회상처럼, 그는 좋은 외모, 재능, 타이밍, 지인 등 배우에게 필요한 모든 것을 갖춘 사람이었고 그런 만큼 크게 성공을 맛본 인물이었지만 영화는 창작가로서 히스 레저의 에너지와 재능을 보여주는데 많은 시간을 할애한다. 그가 남긴 사진에는 피사체에 대한 남다른 시선이 살아있고, 뮤직비디오를 비롯한 영상물에서는 감각적이면서도 세련된 취향이 느껴진다. 뿐만 아니라 그는 음반 회사를 차리기도 했고, 영화 연출까지 준비하는 등 다양한 분야에 열정을 갖고 도전하기를 주저하지 않았던 인물이었다.

그러나 영화는 히스 레저에 대한 예찬으로 끝나지 않는다. 할리우드에 있는 자신의 집을 개방해놓고 누구나 자유롭게 드나들며 예술에 대해 이야기 나눌 수 있도록 했다는 사실에서 드러나듯 그는 열린 마음을 가진 아티스트였다. 인터뷰이(interviewee)들은 끊임없이 주변 사람들과 소통하고 함께 작업함으로써 지평을 넓혀 가던 히스 레저의 모습을 증언하며 그리워한다. 그의 이타적인 행동들, 타인에 대한 배려와 애정 등은 그의 성공과 무관하지 않았으며 대개 좋은 결과로 이어졌다. 다분히 교훈적이기는 해도, 고인을 추모하는 행위에서 이보다 더 의미 있는 것이 있을까. 그가 남긴 문화적, 정신적 유산을 기억하고 본받는 것. ‘아이 앰 히스 레저’는 바로 그 역할에 충실한 작품이다. (장르: 다큐멘터리, 등급: 12세 이상 관람가 , 러닝타임: 91분) 윤성은 영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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