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명진의 정치풍경] 文대통령의 숙의민주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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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10-26   |  발행일 2017-10-26 제30면   |  수정 2017-10-26
[차명진의 정치풍경] 文대통령의 숙의민주주의

문재인 대통령은 신고리 5·6호 공론화위원회를 ‘국민을 대표한 시민참여단’이라며 정당화했고 ‘숙의민주주의의 모범’이라고 평가했습니다. 공사중단을 반대한 측도 어차피 공사재개로 결론 난 마당에 긁어 부스럼을 만들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는지 공론화위원회 활동을 시시콜콜 비판하지 않고 있습니다. 그러나 한 나라의 국론 결정에 이렇게 어처구니없는 방법이 동원되는 일이 다시는 없어야겠다는 바람에서 나름 평가를 남기고자 합니다.

공론화위원회가 원전공사 중단 여부를 결정하는 것은 ‘원자력 안전법’ 위반이라는 비판이 있는 반면에 ‘에너지법’에 근거해서 정부가 에너지 계획을 수립하고 변경할 수 있다는 반론도 있으니 법 문제는 논외로 하겠습니다. 일부에서는 공론화위원회를 직접민주주의라고 하지만 국민 5천만명 중 임의로 추출된 471명이 행사한 의결권을 그렇게 칭하는 것은 지나친 과장입니다. 그렇다고 공론화위원회가 대의민주제 기구도 아닙니다. 우리 국민 그 누구도 그들을 대표로 뽑은 적이 없기 때문입니다. 그들은 여론조사 전화 받은 사람처럼 그냥 무작위로 추출된 샘플일 뿐입니다.

대통령은 공론화위원회가 숙의민주주의의 모범을 보여줬다고 치하했습니다. 33일간의 간담회와 2박3일의 토론회라는 신중한 과정을 거쳐서 결론에 이른 것을 염두에 둔 듯합니다. 그런데 원래 민주주의란 것이 진지한 토론의 과정과 소수 의견을 존중하는 태도를 필수 요소로 합니다. 그렇지 않은 다수결은 인기투표나 대중주의에 불과합니다.

이번 공론화위원회의 투표결과는 과연 그토록 지난한 89일간의 여정이 필요했을까 하는 의문을 갖게 합니다. 원전 중단을 강변하는 대통령이 소집한 틀 안에서 기계적 형평을 맞춘 토론시간을 거친 후 치러진 투표 결과가 공사 계속 59.5 대 공사 중단 40.5였다는 것은 애초 이런 과정이 필요했나 하는 의문을 갖게 합니다. 결국 우리는 결과가 뻔한 원전중단 논의에 국정운영시간 89일, 3개월간의 일시적 공사중단 기회비용 1천억원, 모임 운영비 46억원을 지불했을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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