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와 세상] 리더의 균형잡힌 사고

  • 인터넷뉴스팀
  • |
  • 입력 2017-11-03   |  발행일 2017-11-03 제22면   |  수정 2017-11-03
경영자든 국가의 지도자든
으뜸 자질은 균형잡힌 사고
리더가 균형을 잃어버리면
의사결정의 왜곡을 부르고
조직 전체를 위기에 빠뜨려
[경제와 세상] 리더의 균형잡힌 사고

개인적 삶이나 기업 경영에 대한 자문을 구하면 가장 흔히 듣는 조언은 선택과 집중일 것이다. 온갖 다양한 것들에 관심을 가지거나 다 잘하려 하지 말고 자신의 강점과 신념에 집중해 일로매진하라는 것이다. 주어진 시간과 자원이 유한하다는 사실을 고려할 때 합리적인 제안이기는 하나, 선택과 집중은 특정 대상에만 몰입하다 편중과 편견에 빠지게 되는 위험도 동시에 가지고 있다. 즉 자신이 잘하는 분야나 중시하는 가치관을 강조하는 것이 지나치면 다른 것들을 경시하고 심지어 적대시하게 된다.

어떤 조직이나 사회를 한 단계 발전시킨 탁월한 리더들은 공통적으로 균형 감각이 뛰어나다. 이들은 강력한 카리스마와 불굴의 자세로 자신의 신념을 절대 양보하지 않을 것 같지만 실제로 만나보면 오히려 다양한 관점들을 수용해 개방적으로 의사를 결정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어서 너무 타협하는 것이 아닌가라는 느낌이 들 정도다. 이들은 자칫 공황상태에 빠져 우왕좌왕하기 쉬운 긴박한 위기상황에서도 냉정과 합리성을 잃지 않고 다양한 요소들을 고려한 균형잡힌 의사결정을 한다.

균형은 개인에게도 중요하지만 기업 최고경영자나 대학 총장, 국가의 대통령과 같은 리더들에게 특히 필수적인데, 그것은 조직이나 사회와 같은 집합체가 발전하려면 어느 한 가지만 확실하게 잘하면 되는 것이 아니라 언뜻 사소하게 보이는 요소들까지 모두가 함께 움직여야 하기 때문이다. 기업이 제대로 운영되려면 전략기획, 연구개발, 생산, 판매, 인사, 재무 등 필수적인 기능분야만 해도 최소한 7~8가지나 된다. 기계도 마찬가지다. 주요 부품만 2만5천여 가지인 자동차의 경우 엔진이나 트랜스미션 같은 핵심 부품이 아니더라도 작은 나사 하나만 빠져도 멈추게 된다.

개인적 재능만 뛰어나면 될 것 같은 예술도 마찬가지다. 훌륭한 예술품이 탄생하는 실제 과정을 보면 예술가를 가르치는 교사, 영감을 주는 멘토, 작품을 전시하거나 무대에 올리는 기획자, 의미를 부여하는 비평가, 관객들과 연결시켜주는 유통업자, 창작에 필요한 자원을 제공하는 후원자 등 무수한 사람들이 기여해야 하고 이 중 어느 하나만 작동하지 않아도 좋은 작품이 나오기 어렵다. 따라서 최근 예술 연구에서는 개인 예술가의 재능보다는 예술계의 여러 분야들이 얼마나 균형있게 발전했느냐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문제는 조직이나 사회에서 절대적 영향력을 가진 리더가 균형을 잃을 때 발생한다. 모든 사람은 서로 다른 저마다의 역량과 가치관을 가지고 있는데 이런 개인적 배경이 각자의 생각과 의사결정에 영향을 미치게 된다. 그러나 리더가 자신의 전문분야와 가치관에 경도되면 조직 경영의 균형이 무너져서 결국 위기에 빠지게 된다. 국내외를 막론하고 기업의 위기 원인을 조사해보면 최고경영자의 개인적 성향에 의해 경영 의사결정이 왜곡된 경우가 많다. 최고경영자가 개인적으로 관심있다고 해서 기업의 사업분야와 상관없는 신사업에 진출하거나, 최고경영자가 오래 꿈꾸던 대상이라고 해서 회사 상황과 상관없이 무리한 투자를 하기도 하고, 기업 경영을 구성하는 여러 기능 분야들 중 자신의 전문분야만 집중적으로 지원하고 힘을 실어주다 결국 기업이 위기에 빠지게 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따라서 필자는 뛰어난 최고경영자의 가장 중요한 요건으로 균형잡힌 사고를 꼽는다. 그런데 좌우를 막론하고 최근 우리나라의 최고경영자인 대통령들이 공통적으로 약한 덕목이 바로 균형잡힌 사고였다. 공과 사의 균형이 완전히 무너져 비극적으로 퇴진한 박근혜 전 대통령은 말할 것도 없고, 균형잡힌 정치인의 이미지를 가졌던 문재인 대통령도 당선 후에는 특히 인사에서 편중된 결정을 해서 쓸데없는 논란을 야기하고 있다. 또 문 대통령은 자신의 이념적 성향에 경도되어 경제정책에서 소득주도 성장만 강조하다 그 소득의 창출에 필요한 성장모델을 경시하는 우를 범하기도 했다. 최근 소득주도 성장 못지 않게 혁신성장이 중요하다며 다시 균형을 회복하는 모습을 보여 그나마 큰 다행이다. 리더가 균형을 잃어버리면 사회 전체가 균형을 잃고 결국 기울어지게 된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신동엽 (연세대 경영대학 교수)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오피니언인기뉴스

영남일보TV





영남일보TV

더보기




많이 본 뉴스

  • 최신
  • 주간
  •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