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인물 - 이 세계] 박기남 백두대간수목원 본부장

  • 황준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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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11-04 07:34  |  수정 2017-11-04 07:35  |  발행일 2017-11-04 제8면
“시드볼트는 전세계 두 곳밖에 없는 시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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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6일 봉화군 춘양면 국립백두대간수목원 방문자센터에서 열린 ‘국립백두대간수목원 국제 심포지엄’에서 박기남 본부장(왼쪽 앞줄 셋째)이 관계자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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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은 더 이상 개발의 걸림돌이 아니라 신이 내린 축복이며 무한한 가능성의 보고(寶庫)입니다.”

박기남 국립백두대간수목원 기획운영본부장은 대한민국 산림에 대한 자신의 철학을 축복으로 정의했다. 반평생을 산림과 함께한 박 본부장으로부터 국립백두대간수목원과 그는 왜 산림을 사랑하고 빠져 살아가게 됐는지에 대해 들어봤다.

◆“산림 알아가는 과정 재미있어”

지난 5월 국립백두대간수목원으로 부임한 박 본부장은 1958년 전남 광양에서 5남1녀의 막내로 태어나 형을 따라 일찌감치 서울로 상경해 대경상고를 졸업했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1977년 지금으로 따지면 9급 공무원 시험에 합격해 공직생활을 시작했다.

행정직이었으나 산림청으로 발령받으면서 박 본부장과 산, 산림과의 40여년 인연이 시작됐다. 그는 “산림청으로 발령을 받고 첫 근무지가 강릉국유림관리사무소였다”며 “근무를 하면서 우리나라 산림에 대해 하루하루 알아가는 과정들이 당시 참 재미있었던 것 같다”며 옛 기억을 떠올렸다.

이어 “당시에는 대학에 가지 않아 늘 배움에 대해 굶주려 있었고, 공부하는 것이 너무 재미있었다”며 “공직 생활과 함께 공부를 멈추지 않았다”고 말했다.


백두대간수목원 기본 역할
재해·멸종 대비 보존·관리
“산이 많은 한국은 신의 축복
수목원이 행복지수 올릴 것”
“산림과 40년…공부에 매진”



이런 배움에 대한 열정으로 그는 제주도에 있는 국립산림과학원 난대아열대산림연구소에서 근무할 당시 제주대 행정학 학사과정과 고려대 정책대학원 석사과정을 마쳤다. 그러나 이게 끝이 아니었다. 배움에 대한 그의 열정은 끝이 없어 이후에도 방송통신대 경제학과와 행정학과 석사과정을 마쳤다.

그는 “새로운 것을 알아가는 것이 얼마나 재미있는지 모르겠다. 지금도 끊임없이 공부를 하고 있다”며 환하게 웃었다.

지난해 한국수목원관리원이 새롭게 구성되고 국립백두대간수목원으로 자리를 옮긴 박 본부장은 “봉화는 처음이긴 하지만 수목원이 조성될 때부터 관심 있게 지켜본 곳”이라며 “대한민국 힐링 명소와 봉화의 자랑으로 거듭날 것을 확신한다”고 자신감을 나타냈다.

규모면에선 국내 최대를 자랑하는 국립백두대간수목원은 2015년 말 준공 후 시설 보완을 거쳐 2016년 9월부터 시범운영하고 있다. 내년 상반기 중에는 정식 개원할 예정이다.

◆“미래에는 봉화가 각광받을 것”

박 본부장은 “국립백두대간수목원은 기본적으로 산림유전자원을 현지 외에 보존하는 기관으로 백두대간에 있는 자색수정·고산지역 식물 등 산림유전자원을 보존하고 있다”며 “중요한 산림자원이나 수목을 자생지에서 그대로 보존하는 것만으로는 재해와 멸종에 대비하기 어렵기 때문에 안전하게 별도의 장소에서 보존관리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특히 시드볼트는 전 세계적으로 노르웨이와 국립백두대간수목원 두 곳밖에 없다”며 “시드볼트는 영구저장시설로 기후변화나 자연재해, 그리고 인위적인 재난으로부터 지구상의 야생식물 종자를 영구보존해 그 종이 멸종되었을 때 종자를 보존하기 위해 조성된 우리 수목원의 핵심시설”이라고 덧붙였다.

박 본부장은 “봉화가 청정지역으로 좋은 이미지는 이미 가지고 있는데, 앞으로 미래사회에서 다른 지역보다 각광받는 지역이 되기를 희망한다”며 “발전의 중심에 국립백두대간수목원이 큰 역할을 할 것”이라고 자신했다.

그는 “과거에는 산과 산림이 개발의 걸림돌이라고 사람들로부터 외면받기도 했지만, 우리나라처럼 산림이 많은 곳이 또 어디 있느냐. 이건 분명히 축복받은 것”이라며 “무궁한 자원인 산림을 건강한 사회를 만드는 데 이용한다면 국민의 행복지수는 반드시 올라갈 것”이라고 확신에 찬 목소리로 이야기했다.

박 본부장은 “우린 산림자원을 잘 보존해 후손에게 물려줄 의무가 있다”며 “수목원도 이런 역할을 하기 위해 만들어진 것이고 존재 이유”라고 강조했다.

끝으로 그는 “수십 년 수백 년 동안 지켜온 우리 산림이 한순간의 실수로 잿더미로 변하는 만큼 애석한 일이 또 어디 있겠냐”고 반문하고, “산림자원을 보존하기 위해선 무엇보다 국민적 관심이 필요하다”는 당부의 말도 잊지 않았다.

글·사진= 봉화 황준오기자 joono@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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