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 코앞인데…친박단체, 구미 사곡고 앞 “박근혜 석방” 행진

  • 조규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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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11-21 07:33  |  수정 2017-11-21 07:33  |  발행일 2017-11-21 제12면
박정희 생가서 사곡고 경유
확성기로 노래·구호 외쳐
수험생 “학습권 침해” 호소
행진 허가 경찰도 비판대상
수능 코앞인데…친박단체, 구미 사곡고 앞 “박근혜 석방” 행진
지난 14일 친박단체 회원들이 구미 사곡고를 지나 도로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 석방 촉구 행진’을 벌이고 있다. <독자 제공>

[구미] 지난 16일로 예정됐던 수능을 이틀 앞두고 고교 정문 앞에서 친박단체가 ‘박근혜 석방 촉구 행진’을 벌여 학습권에 피해를 준 사실이 뒤늦게 밝혀졌다. 대한민국서포터즈봉사단을 포함한 친박단체 회원 100여 명은 지난 14일 구미 상모동 박정희 전 대통령 생가에서 열린 ‘박 전 대통령 탄생 100돌 기념식’을 마치고 ‘박근혜 전 대통령 무죄 석방 촉구 행진’을 벌였다.

이날 친박단체 회원들은 오후 12시30분쯤 박정희 생가를 출발해 사곡고를 거쳐 다시 생가로 돌아갔다. 이들은 행진 과정에 확성기를 이용해 ‘박근혜 대통령 석방하라’ ‘문재인정부 퇴진하라’ 등의 구호를 외치고 노래를 불렀다. 이 때문에 사곡고 학생들은 친박단체의 구호와 함성이 수험생의 학습권을 침해했다며 피해를 호소했다. 당시 친박단체가 행진한 도로는 사곡고 건물까지 불과 30여m 떨어진 곳으로 수험생들은 자습시간에 확성기에서 울려퍼지는 시끄러운 군가와 함성, 연설을 들어야만 했다.

사곡고 수험생 A군은 “포항 지진 때문에 수능이 연기되긴 했지만 당시에는 수능을 코앞에 두고 한참 예민한 상황이었다. 그런데 갑자기 밖에서 군가와 함성이 행진 내내 들려와 자습에 방해가 됐고 점심시간이 끝난 후에도 시끄러운 소리는 계속됐다. 수험생들이 공부하는 학교 앞까지 와서 행진을 벌인 이유가 무엇인지 알고 싶다”고 말했다.

친박단체의 학교 앞 행진을 허가한 경찰도 비난의 대상이 됐다. ‘학습권 보호를 위해 경찰이 학교 주변에 신고된 집회를 금지할 수 있다’는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8조5항)에 따라 사곡고 수험생들을 위한 경찰의 적절한 조치가 필요했다는 지적이다. 경찰 관계자는 “참가자들이 당초 사곡고를 지나 민방위교육장까지 행진할 예정이었으나 코스를 줄여 사곡고에서 생가로 돌아갔다”며 “행진이 학생들의 점심시간에 이뤄졌기 때문에 큰 피해는 없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고 해명했다. 조규덕기자 kdcho@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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