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와 세상] 시대정신의 독해가 리더십의 핵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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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12-29   |  발행일 2017-12-29 제22면   |  수정 2017-12-29
이명박 시대의 4대강 사업
박근혜 시대의 제왕적 전횡
시대정신 변화 읽기의 실패
러더가 시대정신을 읽을 때
가장 중요한 건 미래지향성
[경제와 세상] 시대정신의 독해가 리더십의 핵심이다
신동엽 (연세대 경영대학 교수)

서점에 들러보면 출판업계에서 가장 인기있는 주제 중 하나는 리더십이라는 것을 금방 알 수 있다. 무수한 저자들이 이상적인 리더십에 대해 나름대로의 모델을 제시해왔다. 구성원들과의 신뢰를 성공적 리더의 관건으로 강조하기도 하고, 과업에 대한 전문성과 핵심 역량을 좋은 리더의 요건으로 제시하기도 한다. 동시대인의 주목을 한몸에 받는 스티브 잡스나 엘론 머스크 같은 스타 리더들의 전기를 통해 리더십의 롤모델을 제시하기도 하고, ‘성공하는 리더의 일곱 가지 습관’과 같이 리더의 실천항목 리스트를 추천하기도 한다.

그러나 리더십에 대한 과학적 연구 결과에 따르면 모든 상황에서 다 통하는 이상적인 리더십 모델은 존재하지 않으며, 리더십이 발휘되는 상황에 따라 성과가 달라진다고 한다. 즉 똑같은 자질을 가진 리더가 똑같은 행동을 해도 상황에 따라 그 결과가 전혀 다르다는 것이다. 따라서 바람직한 리더란 특정한 리더십 모델을 고수하는 사람이 아니라, 상황별로 적합한 리더십을 발휘하는 사람이다. 그런데 리더십이 발휘되는 상황은 시대별로 변하기 때문에 좋은 리더가 되는 가장 중요한 요건은 시대별 환경의 논리와 요구, 즉 시대정신을 정확하게 읽는 것이다.

뛰어난 리더감으로 기대를 받다가 막상 뚜껑을 열어보면 큰 실망을 주는 사례들은 대부분 시대정신을 읽는데 실패했기 때문이다. 최근 우리나라 대통령들의 예를 보면 리더가 시대정신을 읽는데 실패했을 때의 심각한 결과를 잘 알 수 있다. 대표적 예가 이명박 대통령의 4대강 개발이다. 4대강 개발이라는 대규모 토목공사에 투자해 성장을 추구하겠다는 시도 자체가 나쁜 것은 아니다. 그러나 문제는 시기다. 토목공사와 기간산업 건설을 통한 경제성장은 1960년대 ‘박정희 시대’에 시도했으면 효과적이었을 것이나 이명박 대통령이 재직한 2010년경에는 한마디로 시대착오적 발상이었다. 당시는 4차 산업혁명으로의 대전환이 시작된 시기로 대부분의 선진국이 새로운 시대에 대비하기 위해 초연결과 초지능 기술인프라에 국가적 투자를 서두르던 때였다. 그런데 이명박 대통령은 엄청난 자원과 국력을 시대착오적 토목사업에 쏟아 붓다가 4차 산업혁명 체제로의 전환 타이밍을 놓쳐버렸고 그 결과 우리나라 경제는 패러다임 위기에 봉착하게 되었다. 40~50년 전 부친 시대의 권위주의적 리더십 모델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제왕적 전횡을 거듭하다 비참하게 무너진 박근혜 전 대통령의 비극도 시대정신의 변화를 읽지 못한 결과다.

기업 경영의 경우 시대정신의 정확한 독해 여부는 기업의 생존을 좌우한다. 지난 20세기 100여 년간 세계 최고의 기업으로 군림하다 최근 갑자기 몰락한 코닥, 모토롤라, 소니, 노키아, 시어즈, GM 등의 위기 원인은 바로 시대정신의 변화를 읽지 못한 까닭이다. 양적 효율성 극대화라는 20세기 산업사회형 경쟁으로부터 상시 창조적 혁신이라는 21세기 창조사회형 경쟁으로 게임의 규칙이 근본적으로 변했는데도 기존 경쟁방식을 고수하다 무너진 것이다. 이런 면에서 CEO의 가장 중요한 리더십은 환경변화의 본질을 정확하게 독해하는 것이다. 만일 단순히 경쟁이 심해진 것이라면 기존 핵심역량을 더 강화하고 개선하면 된다. 그러나 경쟁의 규칙이 바뀐 것이라면 핵심역량 자체를 바꾸는 패러다임 전환이 반드시 필요하다.

리더의 시대정신 독해에서 가장 중요한 대원칙은 미래지향성이다. ‘앞에서 이끌고 가는 사람’을 뜻하는 리더라는 단어가 시사하듯이 리더십의 핵심은 조직이나 사회를 시대정신이 요구하는 바람직한 미래로 이끌고 나가는 선도자 역할이다. 현재 우리나라가 당면한 환경은 4차 산업혁명으로 불리는 경제적 대변혁은 말할 필요도 없고 정치·외교·교육·문화 등 모든 면에서 새로운 시대로의 근본적 전환을 요구하고 있다. 역사적 대전환기를 맞아 문재인 대통령을 비롯한 우리나라의 리더들이 과연 시대정신을 정확하게 읽고 있는지, 시대정신이 요구하는 새로운 미래로 나아가고 있는지 여부가 우리나라의 운명을 결정할 것이다. 신동엽 (연세대 경영대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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