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대한민국 트렌드] <상> 누가 뭐래도 올핸 나에게 집중하고 싶어

  • 최미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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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01-11   |  발행일 2018-01-11 제23면   |  수정 2018-01-11
자기 성장·여가 활용 관심 높아져
직장인 중심 ‘원데이 클래스’ 등
간단한 취미활동 서비스도 등장
스터디 인증샷 등 작은 성취 중심
욜로의 방법론으로 ‘소확행’ 제시
20180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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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의 만족을 추구하는 대양주 가심비 여행.’ 최근 한 일간지에 게재된 여행사 광고에 적힌 문구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라는 말이 자주 오르내렸는데, 이제는 ‘가심(心)비’까지 등장했다. 가격 대비 마음의 만족을 불러오는 소비다. 이 용어는 올해 발간된 서울대 소비트렌드 분석센터의 ‘트렌드 코리아 2018’에서 소개되기도 했다. 이렇듯 트렌드는 계속해서 바뀌고 기존에 있던 것보다 한층 높아진 개념으로 발전하기도 한다. 연말에는 그 다음 해의 트렌드를 분석하고 전망하는 도서들이 서점에 쏟아져 나온다. 여기서 거론되는 트렌드는 그저 ‘신조어 만들기’로 볼 수도 있다. 하지만 이 모든 이야기가 최근의 사회 경향을 바탕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앞으로 사회가 나아갈 방향을 엿볼 수도 있다. 올해 트렌드를 전망하는 도서들을 바탕으로 올해 트렌드 전망을 두차례에 걸쳐 살펴본다. ‘트렌드 코리아 2018’을 비롯해 온라인 리서치 기업 마크로밀 엠브레인의 ‘2018 대한민국 트렌드’, KOTRA 해외 주재원들이 전하는 생생한 이야기를 담은 ‘2018 한국이 열광할 세계 트렌드’를 참고했다.

◆‘나’가 중요한 사회= 국가와 사회가 중요했던 기성 세대와 달리 지금의 20~30대는 나자신을 우선 순위에 둔다. 나를 중시하는 태도는 설문조사에서도 나타난다. 마크로밀 엠브레인이 지난해 전국의 만 13~59세 성인 남녀 1천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나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있다는 응답이 79.6%였다. 이들은 높은 연봉을 쫓기보다는 나의 여가를 중요하게 생각한다. ‘트렌드 코리아 2018’은 이들을 ‘워라밸(Work and Life Balance) 세대’라 부른다. 1988년생 이후부터 1994년생 정도까지의 직장인으로, 말 그대로 일과 삶의 균형을 추구하는 세대다. 이들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자신, 여가, 성장이다. 이들에게 점심시간은 직장 동료와 함께하는 것이 아닌 나만의 귀중한 휴식시간이다. 1시간 정도 되는 짧은 점심시간에 휴식을 취하려는 ‘패스트 힐링’이라는 개념도 새로 생겼다. 수면카페, 점심 시간에 한정해 극장 좌석에서 휴식을 취할 수 있는 서비스 등이 대표적이다.

퇴근 후 소파에 늘어지거나 TV만 쳐다보던 저녁 일상도 바뀌었다. 늦게 일하더라도 한밤중에 여가를 즐기는 ‘호모 나이트쿠스(Homo Nightcus)’, 야간에 운동을 즐기는 ‘나포츠(night+sports)족’은 이미 등장했다. 워라밸 세대의 취미는 기존 세대와 달리 ‘나’가 중심이 된다. 어렸을 때 배웠던 피아노, 태권도를 자발적으로 다시 배우는가 하면 각자의 취미 활동을 ‘탈잉’과 같은 재능 공유 플랫폼을 통해 함께 나누고 즐긴다. 짧은 시간에 무언가를 배우는 ‘원데이 클래스’도 충분한 시간을 내지 못하는 직장인을 중심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 취미를 어떻게 즐겨야 하는지 모르는 세대를 위해 석고방향제, 천연가죽 필통 만들기 등 다양한 만들기 키트를 구성해 취미를 즐기게 하는 서비스도 등장했다.

이같은 ‘나 중심’ 사회에서 맞춤 제품 생산이 더욱 활발해질 것으로 보인다. ‘2018 한국인이 열광할 세계 트렌드’는 ‘퍼스널 피팅(Personal fitting)’을 올해의 트렌드 중 하나로 꼽았다. 2013년부터 시작한 미국 남성 정장 브랜드 ‘하이브 앤드 콜로니’는 3D 스캐너를 활용해 맞춤 정장을 제작하고 있다. 기기 앞에 1분만 서있어도 전신 치수가 완벽히 측정돼 바쁜 뉴욕 금융가 직장인에게 좋은 반응을 얻었다. 이 책은 “정교한 측정과 생산이 가능한 3D 기술은 수작업과 맞춤형 제품 생산을 통해 ‘고급’ 이미지를 갖고 있는 예술품, 패션 의류 및 소품, 생활용품 등에 우선 적용되어 생산 효율성을 키울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가치와 경험이 중시되는 사회= 예전에는 작게 생각했던 것들을 크게 가치있게 여기는 사회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지난해 ‘욜로(YOLO)’라는 단어가 화제가 됐다면 이제는 욜로의 방법에 대한 이야기가 떠오를 시점이다. 욜로의 방법으로 ‘2018년 트렌드 코리아’는 작지만 확실한 행복, ‘소확행(小確幸)’을 제시했다. 한국에서는 최근 등장한 단어지만, 이 신조어는 일본의 소설가 무라카미 하루키가 1990년대 발간한 수필집 ‘랑겔한스섬의 오후’에서 처음 소개됐다. 비슷한 단어로는 프랑스의 오캄(au calme), 스웨덴의 라곰(lagom), 덴마크의 휘게(hygge)가 있다.

이 책은 대한민국의 소확행을 ‘지칠대로 지친 하루, 기분 좋을 일은 하나도 없지만 그 속에서 행복함을 이끌어내는 힘’으로 설명한다. 매일 공부한 인증샷을 꾸준히 올리는 ‘스터디 인증샷’은 성과를 뽐내기보다는 ‘나는 특별하진 않지만 매일 이렇게 열심히 공부하고 있다’는 작은 성취에서 나온다. 과일과 채소를 칼로 자르는 소리, 책장 넘기는 소리와 같은 ASMR(Autonomous Sensory Meridian Response)은 특별히 재밌거나 분주하진 않지만, 아무것도 하지 않는 데서 소소한 행복감을 느끼게 하는 것이다. 2014년부터 서울 한강에서 열린 ‘멍때리기 대회’도 마찬가지다. 이 책은 소확행에 대한 잘못된 해석을 경계했다. 미래의 꿈을 꾸지 말라는 것이 아니라, 꿈을 꾸면서도 지금 이 순간의 작은 행복을 찾는 노력도 게을리하면 안된다는 이야기다.

소비 또한 경험을 확장하고 가치를 중시하는 방향으로 변화하고 있다. 이는 ‘2018 대한민국 트렌드’에 나온 마크로밀 엠브레인의 설문조사(1천명 대상)에서도 나타난다. 지난해 자신이 가치를 두는 제품에 과감하게 투자한다고 응답한 사람이 64.4%였다. 2년 전인 2015년에는 45.1%가 그렇다고 답했다. 이 책은 “제품의 소유가 아니라 경험을 확대하는 데 가치를 두는 대중소비자들의 소비형태는 결국 욜로가 대중의 가치관 변화와 연관이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분석했다.

‘홧김비용’, 즉 충동구매 비용을 바라보는 시각도 이전보다는 너그러워졌다. 가치가 있으면 써도 된다는 시각이다. 지난해 마크로밀 엠브레인의 설문조사에서 충동구매 경험자 721명 중 46.9%가 충동구매의 이유로 ‘나에게 이 정도는 해줘도 된다는 생각이 들어서’를 꼽았다. ‘쌓인 스트레스를 해소하기 위해서’(32%), ‘지금 이 순간을 제대로 즐기고 싶어서’(28.3%), ‘스스로에게 주는 선물이라 생각하니 지출에 부담이 생기지 않아서’(22.5%)라는 응답이 뒤를 이었다. 마크로밀 엠브레인은 “스트레스 해소, 상대적 박탈감 메우기 등 소비자들이 자신에게 정서적 위안을 주고 가치있다고 생각되는 소비를 소신있게 선택할 가능성이 앞으로 더 많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최미애기자 miaechoi21@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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