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춘호 기자의 푸드 블로그] 오너세프를 찾아서 - ‘지오네’ 구자태·‘국수’ 구자덕

  • 이춘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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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01-12   |  발행일 2018-01-12 제41면   |  수정 2018-01-12
“대구를 ‘한국의 나폴리’로!”…앞치마 두른 형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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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생면파스타 전문점 ‘지오네’ 앞산점을 연 형 구자태 셰프(왼쪽)와 현재 앞산 카페거리의 대표적 이탈리아 레스토랑으로 자리 잡은 ‘국수’의 구자덕 셰프. 둘은 서로를 도반으로 여기며 좋은 식재료와 레시피를 공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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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심과 등심을 동시에 맛볼 수 있는 ‘국수’의 대표 메뉴인 ‘T본 스테이크’.

대구에선 흔치 않은 브라더스 오너셰프. 구자태(41)와 구자덕(38). 형은 23세, 동생은 25세부터 이 길로 접어들었다. 두 사람은 대구를 ‘한국의 나폴리’로 만들고 싶어 한다.

형은 2001년 중구 삼덕성당 뒤편에 있는 ‘이태리 앤 이태리’에서 일을 시작했다. 이때 대구의 이탈리아 레스토랑 시대가 열리게 된다. 인투, 디종, 소렌토, B2 등이 모습을 드러낸다.

감각 있는 형은 이내 대구백화점 근처에 있는 ‘리틀 이탈리아’(지금은 폐업)로 독립한다. 모든 걸 배운 뒤 창업하는 것보다 일하면서 부족한 조리법을 보강해나가는 게 더 낫다고 생각했다. 2008년에는 이탈리아 전역을 미식여행했다. 2016년엔 제대로 된 피자를 배우기 위해 이탈리아나폴리피자학교, 다 아틸리오 레스토랑 피자리아, 몬도 등도 스쳐갔다.

18년 前 요식업 첫발 디딘 형 구자태
이탈리아 전역 미식여행과 피자 공부
‘리틀…’ 이어 차린 동성로의 ‘지오네’
대구 첫 ‘진짜 정통 나폴리 피자’ 인증

형 통해 伊 요리 접한 뒤 대기업 사표
13년째 요리사의 길 걷는 동생 구자덕
앞산 伊 가정식 레스토랑 ‘국수’ 운영
최근 형이 앞산점 열며 꿈 실현 눈앞


동생은 리틀이탈리아에서 칼을 잡았다. 그해 6월 남구 대명9동 앞산카페거리 도로변에서 ‘국수’란 이탈리아 레스토랑을 오픈한다. 7년간 형제는 떨어져 일했다. 형이 내친김에 동생 집 옆에 또 다른 레스토랑을 차렸다. 그게 ‘지오네(ZIONE)’. 현재 동성로점과 앞산점이 있다. 동성로점은 나폴리피자 전문점, 앞산점은 생면파스타 전문점. 지오네는 ‘지오의 집’이란 뜻이다. 지오는 그의 아들 이름이다.

동성로점에 가면 ‘AVPN 646’이란 인증표지판이 붙어 있다. ‘진짜 정통 나폴리 피자’란 뜻. 1년 전 대구에선 최초로 까다로운 심사를 통과했다. 이 밖에 서울 한남동 ‘베라피자’, 방배동 서래마을 ‘볼라레’, 청담동 도산공원 근처 ‘더 키친 살바토레 쿠오모’, 대전의 ‘피제리아 다 알리’ 등 전국에 채 10개가 안 된다.

피자는 1830년 캄파니아주 나폴리에서 ‘피체리아’라는 이름으로 상품화되며 전 지역으로 퍼졌다. 특히 움베르토 1세의 왕비인 마르게리타가 피자에 관심을 보인다. 1889년 나폴리의 유명 피자점 주인인 돈 라파엘 에스폰트가 토마토소스, 바질, 모차렐라 치즈 등 이탈리아 국기를 상징하는 세 가지 색이 조화를 이룬 마르게리타 피자를 만든다. 전통 나폴리피자협회가 결성된 것은 1984년. 피자의 원형을 지키기 위해서다. 나폴리 시내 ‘베라 피자(Vera Pizza)’란 로고가 붙은 집이 나폴리 정통 피자가게.

8개의 규정은 이렇다. 장작화덕 사용, 화덕 온도는 485℃, 둥근 형태, 수제 크러스트 반죽 두께는 2㎝ 이하, 피자 가운데 부분은 0.3㎝ 이하, 토핑은 토마토소스·치즈·바질만 사용, 쉽게 접어 먹을 수 있는 두께여야만 한다 등이다.

형제는 요리 레시피와 식재료를 공유한다.

지오네는 ‘오스테리아(Osteria)’, 국수는 ‘트라토리아(Trattoria)’로 분류된다. 둘은 모두 이탈리아 가정식 레스토랑이다. 이탈리아 레스토랑은 최고급 풀코스를 즐길 수 있는 ‘리스토란테’, 가족이 경영하는 가정식이면 트라토리아, 가족 경영이 아니면 오스테리아. 위의 세 업소는 피자를 팔지 않는다.

◆지오네 앞산점 오픈 뒷이야기

지난해 5월부터 형제는 건축업자가 된다. 폐점된 커피숍 브릿지를 전면 리모델링했기 때문이다. 거의 9개월 생고생했다.

형의 오픈 준비를 위해 동생은 150일 정도 이탈리아 여행에 동행했다. 개점을 위해 형제는 이탈리아 현지를 순례했다. 한국에 없는 물건을 찾기 위해서다. 일단 국내에서는 보기 힘든 가구, 소품, 빈티지 식탁을 컨테이너에 가득 실어 옮겼다. 앞산점 공사는 돈과의 싸움. 리모델링은 자칫 신축보다 돈이 더 들어갈 수 있다. 예산이 모자라 직접 동생과 망치 들고 철거했다. 기력이 빠진 상태로 운전하다가 고속도로에서 전복사고를 낸다. 폐차되고 형제는 천우신조로 살아났다. 특히 여름철 장마에 기존 나무가 뒤틀려 버렸다. 목공사를 두 번이나 다시 했다.

형은 생면파스타의 신지평을 열고 싶었다. 그러려면 주방시스템을 새로 짜야만 한다. 이탈리아에서 가장 유명한 고가의 생면파스타 머신인 라몬페리나 회사 제품인 P3를 구입했다. 유명 생면기인 안젤로포도 준비했다. 계절을 느끼며 요리하고 싶어 주방의 앞뒤를 통유리창으로 치장했다. 1층과 2층 사이 바닥도 소통을 위해 큼지막하게 뚫었다. 나무와 식물 그리고 자연스러운 오래된 벽 느낌을 낼 수 있게 유럽산 타일과 마감재를 사용했다. 카운터는 동판으로 감쌌다. 마호가니식탁처럼 보이는, 현지인들이 오래 사용하던 세월 묻은 빈티지 식탁을 골랐다.

◆국수 이야기

형제는 일단 비주얼이 빼어나다. 키도 하나같이 크다. 형은 거의 영화배우 수준의 콧날과 미소를 갖고 있다. 동생은 서울 홍대 파스타 오너셰프 스타일이다. 훤칠하게 큰 신장, 자신감 넘치는 맑은 눈동자…. 모델로 갔어도 성공했을 것 같다. 대학 졸업 후 LG전자에 취업해 다니던 중 형이 오너셰프로 있는 동성로 리틀이탈리아에서 틈틈이 일을 도와주며 자연스럽게 이탈리아 음식을 접하게 된다. 평소 운동에 취미가 많아서 여러 자격증을 갖고 있었다. 스쿠버다이버와 응급구조사 자격증도 있다.

국수의 레시피는 정말 식재료 본연의 맛을 강조한다.

“조리사는 하체가 좋아야 합니다. 종일 10시간 이상 서 있어야 하죠. 사명감 없으면 몇 개월 못 버티죠. 그래서 직원과 자주 브레이크 타임을 가져요. 30분 정도 가벼운 걷기도 하고….”

면에도 고유의 맛이 있다. 삶을 때도 바닷물 농도의 물로 면을 삶는데 면마다 삶는 시간이 다르기 때문에 삶기에 비밀이란 건 딱히 없다. 대구에도 이젠 이탈리아 음식이 보편화되면서 전문 도매상이 있기 때문에 재료를 구하기는 그렇게 어렵지 않다. 토마토소스는 홀 이외에도 생토마토를 함께 사용한다.

미군·군무원 등 외국인이 꽤 많이 찾는다. 외국인 전용 대구 홍보안내 책자인 ‘콤파스(compass)’를 보고 찾아온다.

몇가지 원칙이 있다. 사람이 많이 몰려와도 면을 미리 삶아두지 않는다는 것. 주문과 동시에 면을 삶는다. 이탈리아산 엑스트라 버진 올리브오일과 이탈리아 생치즈, 데체코면만을 사용한다. 그는 단호하게 돈을 많이 벌어도 절대 다른 사업에는 손을 안 대겠단다. 대대로 전해 내려올 수 있는 형제 오너셰프가 지키는 국내에 몇 안 되는 정통파 식당에만 올인하겠단다.

“대구는 신메뉴에는 잘 도전하지 않는 것 같다. 먹은 것만 신문과 방송을 탄 유명맛집에 너무 휘둘린다.”

현재 국수의 대표 메뉴는 ‘T본 스테이크’. 2012년 확장 이전한 후 안심과 등심을 동시에 먹을 수 있는 신개념 스테이크를 개발한 것이다.

◆앞산카페거리 활성화되길

형은 동생을 대단한 마케터라고 인정한다. 남다른 인간관계, 그리고 낙천적인 성격도 엄청 부러워한다. 동생은 형을 ‘열정적이고 의지가 강한 그의 스승이자 도반’이라고 믿고 산다. 상상 속 음식을 현실 속에 드러내는 것. 그게 형제의 가장 큰 희열이란다.

형제는 땜질식 공공디자인으로 생명력을 잃어가는 앞산카페거리의 활성화 전략을 제안한다. 앞산카페거리는 대구 최초의 벚꽃길, 가을엔 은행나무길로도 유명하다. 일대 3천300㎡ 남짓한 큼직한 양옥촌의 건물이 속속 카페로 둔갑하고 있다. 하지만 아직 별다른 활력을 찾지 못하고 있다. 형제는 가끔 이런 꿈을 꾼다. 홍콩 소호거리에 있는 세계적 명물 미드레벨 에스컬레이터 비슷한 모노레일을 벚꽃길 대로에 설치하는 것, 차 없는 거리를 만들어 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단다. 거리의 몇몇 상가 사장들이 합심해 몇 차례 거리 살리기 플리마켓을 열기도 했는데 그것이 기폭제가 되어 활기찬 앞산카페거리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글·사진=이춘호기자 leekh@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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