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시아의 ‘사상’은 어떻게 ‘미술’로 표현되었나

  • 김봉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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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01-13   |  발행일 2018-01-13 제17면   |  수정 2018-0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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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상과 미술의 관계를 보여주는 1869년 조지겸 작 ‘화과도’ <돌베개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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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상으로 읽는 동아시아의 미술//한정희·최경현 지음/ 돌베개/446쪽/ 3만원

예술 특히 미술의 탄생과 확산에는 그 시대의 사상과 문화, 사회·정치적 여건이 결정적으로 작용한다. 동아시아 역사에서 종교와 철학은 정권을 잡은 왕조가 체제를 공고히 하고 백성을 다스리기 위해 펼쳤던 정책의 사상적 기반이었다. 시대별로 새롭게 발생·변화하는 철학사상에 이끌린 세력가와 학자들은 당대의 시대정신이 반영된 문화와 예술을 주도했다.

이 책은 동아시아의 광대한 역사 흐름 속에서 문화·예술의 발생과 전개를 이끈 중국 사상을 축으로 한·중·일 3국의 미술 흐름과 상호 교류의 다채로운 양상을 보여주고 있다. 동아시아의 사상과 미술을 한데 엮어 읽는 흥미로운 개설서이자 동아시아 사상-미술-문화의 흐름을 입체적으로 엮어낸 폭넓은 인문 교양서다. 그간 동아시아 미술사는 각국의 왕조사와 미술 사조를 중심으로 서술되었고, 사상은 미술 작품 탄생의 배경으로 설명되어 왔다. 그러나 시점을 반전시켜 사상이라는 프리즘을 통해 동아시아의 미술을 다시보기 해보면 통사적 흐름에서 벗어난 새로운 미술의 궤적이 드러나고, 새로이 재편집된 체제 속에서 미술사는 기존의 흐름과는 전혀 다르게 전개된다.


고대 신화부터 청대 고증학까지
10가지 사상을 관통해 펼쳐지는
韓中日 미술의 지적인 스펙트럼

전성기 구가한 작가와 작품 소개
오랜 집필기간을 거쳐 독보적 완성



각각의 사상이 생겨나 체계화의 과정을 거치고 보편성을 획득한 후 어느 시대에 이르러 어떤 주제의 미술로 태어났는가, 각각의 상징체계가 세 나라에서 어떻게 다르게 발현되었는가를 찾아가는 여정은 새롭고 흥미로우며 매우 지적(知的)이다. 가려 꼽은 10개의 사상 흐름과 이를 대변하는 300여 장의 작품 도판, 풍부한 관련 기록을 통해 동아시아인들의 창조적 역량과 문화 상징들이 생생하게 되살아난다. 때로 익숙하고 혹은 낯선, 풍부한 동아시아의 문화 기호와 작품 소개를 통해 지식의 바탕과 너비가 한층 두꺼워지게 한다.

고대 신화부터 청대 고증학까지 10가지 사상을 관통하여 펼쳐지는 동아시아 미술의 스펙트럼을 만나볼 수 있다. 중국 고대 신화, 중국 자생 사상인 유교와 도교, 인도로부터 전래된 불교, 불교의 지류인 선종, 유교에서 파생한 성리학과 양명학, 서양 문물의 유입으로 발생한 서학, 전통 유학의 토대 위에 서학의 실증적 성향이 영향을 주어 성립된 실학과 고증학에 이르는 동아시아 사상의 전개 속에서 전성기를 구가한 미술의 흐름과 주요 논점, 주제, 작품, 작가들을 만날 수 있다.

10가지의 사상을 중심으로 구성된 각부 1장에서는 각 사상의 기원과 전개, 사상가, 주요 관련 문헌, 핵심 철학 등 사상의 역사를 개관한다. 2장에서는 각각의 사상이 표현된 미술의 주요 주제와 작품, 작가들을 중심으로 작품이 갖는 예술적 가치와 시대적 의미, 한·중·일 각국의 미술 현상과 영향 관계를 파악할 수 있다.

사상은 언제나 미술의 전개에 있어 근원적이면서도 핵심적인 역할을 했다. 미술의 본질을 이해하려면 인문학적 가치의 토대 위에 각 시대의 사상과 시대정신을 읽어내는 일이 반드시 선행되어야 한다. 국내 동양미술 권위자인 한정희 교수(홍익대)와 근대미술사·동아시아 회화교류사 소장학자인 최경현씨는 오랜 준비와 집필 기간을 거쳐 이 방대하고 독보적인 저작을 완성했다. 저자들은 문자화된 사상이 어떻게 시각 이미지로 발전하였는지, 또 ‘미술’을 통해 ‘인류의 정신사’가 얼마나 다양하게 변화되어 왔는지를 체계적으로 정리하고 있다.

김봉규기자 bgkim@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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