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인 리포트] 사기(詐欺) 풍경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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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01-19 07:33  |  수정 2018-01-19 16:55  |  발행일 2018-01-19 제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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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주현 형사전문 변호사(법학박사)

사기는 사람을 속여 하자 있는 의사표시에 터 잡아 재물 또는 재산상 이익을 교부받는 대표적 재산범죄다. 겁주어 재물을 갈취한 것이 아니란 점에서 공갈과 다르고, 때려 빼앗는 것이 아니란 점에서 강도와 다르며, 몰래 취거하는 것이 아니란 점에서 절도와 다르다.

제3자가 밖에서 바라보면 양자의 합의로 재물이 넘어가므로 쉽게 불법성이 확인되지 않고, 적절한 계약과 때로는 반환약정이 있는 점에서 민사적 성격에 매우 가까우므로 수사기관이 가장 수사를 기피하는 난해한 죄에 속한다.

대표적인 사기 사례를 지난회에 이어 살펴본다.

#6. 지난해 9월19일 대구 달서경찰서는 모 병원 병원장과 의사 등 관련자 8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대구 성서경찰서는 병원장과 관련자 4명, 다른 병원 의사 11명을 불구속 입건했거나 이들에 대해 수사에 착수했다. 이들은 노숙인들을 유인해 병원에 입원시키고 허위 진료기록부를 작성하는 행위, 알코올 중독 환자 등을 단순 진료했음에도 집중요법치료를 한 것처럼 허위진료기록부를 작성하는 행위, 퇴원한 환자를 여전히 입원 중으로 속이는 행위를 통해 국가로부터 부당하게 의료급여를 수령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을 속여 돈을 가로챈 점에서 사기죄에 해당하고, 허위 진료기록부 작성은 별도로 의료법 위반죄에 해당한다. 이들은 타 지역 노숙인에게 대구행 기차표를 제공하거나, 전자차트로 기록을 작성하면서 기록 시간을 남기지 않은 점에서 계획적이고 노련했다. 병원장은 정범, 가담의사들은 기능적 행위지배와 역할분담에 따라 공동정범이나 방조범이 된다. 미수, 방조, 자수, 심신미약은 형 감경 사유다.

#7. 서울 모 병원에서 유령수술로 큰 피해가 발생했다. 피해자는 해당 병원의 명성과 전문의 A씨의 실력을 믿고 거액의 수술비를 지급했는데, 얼굴대칭이 엉망이 되었고 감각손상까지 입었다. 환자가 수술을 결심하게 된 것은 전문의 A씨 때문인데, 알고 보니 치과의사나 이비인후과 의사가 이 병원에서 집도한 사례가 많았다. 여고생이 성형수술로 뇌사상태에 빠졌다던 병원도 이 병원이다.

검찰에 따르면 이 병원 원장의 장기범행으로 피해 입은 환자는 33명이었고, 원장은 억대의 이익을 챙겼다. 지난해 8월4일 서울중앙지법은 병원 원장에게 거액의 배상금과 위자료지급을 명했다. 계약을 결정하는 데 있어 중요부분이 허위로 드러나는 경우 사기다. 속지 않았더라면 구매선택을 하지 않았을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이 점에서 최근 학원강사의 학력과 약력을 적극적으로 속여 홍보해 원생을 유치하는 관행은 이제 사법심판대에 오를 때가 됐다. 불법적 관행을 현 정부는 적폐라 한다.

#8. 지난 11일 부산 서부경찰서는 전신마취를 하고 척추관련 수술을 받은 환자들이 낸 특진비를 가로채고, 후배 조교수를 시켜 대리수술을 시행한 부산대 의대교수를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이 교수는 23건의 수술을 후배 조교수에게 시켰고, 진료기록부를 거짓으로 작성해 사기와 의료법 위반죄를 저질렀다. 함께 기소된 후배 조교수는 전공의를 상습적으로 폭행해 파면된 상태고, 조만간 상습상해죄로 추가 송치될 예정이다. 삼성서울병원, 경희의료원의 대리수술 또는 대리진료 사례도 보도된 바 있다. 이처럼 의료소비자가 겪는 피해는 어디에서 온 것일까.

피의자들의 행위는 전문적인 것이라 환자들이 알기 어렵다는 점에서 원인을 찾을 수 있다. 전문가 집단의 윤리회복과 법제도적인 방지시스템이 중요하다. 국가의 책무는 특권층의 적폐로부터 국민을 지키는 것이므로. (다음 호에 계속)
천주현 형사전문 변호사(법학박사) www.brotherlaw.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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