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후피임약 처방 않는 종합병원 “종교 신념” vs “국민건강이 우선”

  • 권혁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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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02-27 07:31  |  수정 2018-02-27 07:31  |  발행일 2018-02-27 제1면
대가대·동산·파티마·성삼병원
다른 병원·해바라기센터로 안내
“준공공 의료기관의 무책임 처사
종교적 이유로 거부땐 위법 소지”

대구 일부 대형병원이 종교적 이유로 사후피임약 처방을 하지 않는 것으로 확인됐다. 26일 영남일보 취재 결과, 지역의 종교계열 종합병원 5곳 중 4곳은 사후피임약을 처방하지 않고 있었다. 해당병원은 대구가톨릭대병원, 동산의료원, 파티마병원, 천주성삼병원이다. 긴급피임을 위해 복용하는 사후피임약은 의사의 처방이 반드시 필요한 전문의약품이지만 이들 병원은 종교적 신념에 반한다는 이유로 처방을 거부하고 있다. 종교적 신념이 먼저냐 국민 건강이 우선이냐가 논란이 되는 부분이다.

지난달 A씨(여·28)는 0시30분쯤 사후피임약을 처방받기 위해 동구 파티마병원 응급실을 찾았지만 접수조차 할 수 없었다. 직원이 종교병원이란 이유로 접수를 거부한 것. A씨는 “종교적인 이유로 사후피임약 처방을 안 한다고 해서 급하게 택시를 타고 다른 병원으로 가야만 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파티마병원 관계자는 “사후피임약 처방을 하지 않는다. 응급실로 왔을 때는 사안에 따라 다른 곳으로 안내하거나 해바라기센터로 안내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종교적 이유로 사후피임약 처방을 거부하는 것은 의료법 제15조 진료거부 금지 위반에 해당될 수 있다. 의료법에는 의료인 또는 의료기관은 정당한 사유 없이 진료를 거부하지 못한다고 명시돼 있다. 이를 어길 경우 1년 이하의 징역이나 1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과 관계자는 “종교적 이유로 사후피임약 처방을 하지 않는 것은 진료거부의 정당한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 의료법 위반 소지가 있다”고 말했다.

종교병원의 사후피임약 처방 거부에 대해 대구 여성계는 무책임한 행동이라고 지적했다. 남은주 대구여성회 대표는 “종합병원은 국민의 건강을 책임지는 준공공기관이다. 사후피임약 처방을 거부하는 것은 책임을 회피하는 것”이라며 “모기관이 종교에 바탕을 두고 있긴 하지만 정체성이 의료기관인 만큼 의료가 우선돼야 한다”고 말했다.

권혁준기자 hyeokjun@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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