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인 리포트] 긴급체포된 검사들

  • 인터넷뉴스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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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03-02 07:33  |  수정 2018-03-02 14:06  |  발행일 2018-03-02 제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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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주현 형사전문변호사(법학박사)www.brotherlaw.co.kr

지난달 24일 서울중앙지법은 긴급체포돼 영장실질심사를 받게 된 현직 검사 2명에 대한 영장재판을 진행했다. 비록 긴급체포의 적법성이 부정 당해 구속영장이 기각됐지만, 수사기밀유출 혐의로 현직 검사를 상대로 강제수사가 개시된 것은 충격적이다. 언론기사에 따르면 한 검사는 혐의를 인정하고 있다. 검찰을 수사하는 기구를 별도로 둬야 한다는 말도 전혀 틀린 말이 아니다.

대구공항 소음피해소송을 진행한 최인호 변호사가 고소한 사건의 수사자료를 최 변호사에게 넘긴 이는 고소사건의 형사1심 재판을 담당하던 당시 서울서부지검 공판부 추모 검사였다. 추 검사의 진술에 따르면 상관으로 근무하다 자리를 옮긴 지청장의 지시를 따른 것이라고 해 단독범행이 아닐 수 있음을 시사한다. 최 변호사와 지청장은 사법연수원 동기였고, 추 검사가 건넨 수사자료는 최 변호사가 고소한 상대방, 즉 피고소인과 타인 간의 구치소 접견 녹음파일 147개와 접견 기록자료 등이었다. 최 변호사의 돈을 사기친 조모씨가 빼돌린 돈을 찾는데 도움이 될 증거였다.

한편 함께 영장이 청구된 최모 검사는 2016년 최 변호사가 대구공군비행장 소음피해소송 원고들의 배상금 중 일부를 ‘홈캐스트 주가조작 사건’에 사용한 혐의로 수사받던 당시 서울남부지검에서 함께 내사하던 박모 수사관이 유출한 조서를 파기하는 데 관여한 혐의를 받았다. 최 검사가 조서 파기에만 가담한 것인지, 조서 유출에도 관여했는지에 대해 추가수사가 진행 중이다.

사안(事案)의 추 검사는 업무상 알게 된 개인정보를 누설하거나 권한 없이 다른 사람이 이용하도록 제공한 점에서 개인정보보호법 위반죄(제71조 제5호)와 공무상비밀누설죄(형법 제127조)의 혐의적용이 가능하다. 최 검사는 자료파기 혐의조차 부인하고 있으나 파기 혐의가 사실일 경우 정당한 권한 없이 또는 허용된 권한을 초과해 다른 사람의 개인정보를 훼손·멸실한 것으로 개인정보보호법 위반죄(제71조 제6호) 또는 공용서류등무효죄(형법 제141조 제1항)에 해당할 가능성이 있다. 만약 유출에도 가담했다면 추 검사와 같은 죄도 가능하다.

공무원의 비밀누설에 대해 현행법은 어떻게 다루고 있을까. 공무원은 법령에 의한 직무상 비밀을 누설해서는 안되고(국가공무원법 제60조, 지방공무원법 제52조, 수사공무원은 형소법 제198조) 이를 위반하면 공무상비밀누설죄로 처벌된다. 이 죄는 벌금형도 없다(형법 제127조). 만약 국회 정보위원회 위원 등이 기밀을 공개·누설하면 가중처벌된다(특가법 제4조의3). 또 업무상 군사기밀을 취급하는 자는 3년 이상의 유기징역으로 매우 중하게 처벌된다(군사기밀보호법 제13조).

‘법령에 의한 직무상 비밀’의 개념에 대해 판례는 실질비설을 취해 ‘실질적으로 비밀로 보호할 가치가 있는 것’으로 본다. 모호한 개념이므로 사안마다 개별 판단하나 적어도 본건과 같은 수사기밀은 비밀이 맞다. 그러므로 수사과정에서 수사와 관련해 작성하거나 취득한 서류 또는 물건에 대한 목록은 임의대로 넣고 뺌이 없이 빠짐없이 작성해야 한다(형소법 제198조).천주현 형사전문변호사(법학박사)www.brotherlaw.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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