품질은 업 가격은 다운…‘PB 제품’ 전성시대

  • 이연정
  • |
  • 입력 2018-03-03  |  수정 2018-03-03 09:31  |  발행일 2018-03-03 제13면
■ 유통업계 자체제품 개발 박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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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통업계가 차별화된 PB상품으로 소비자들을 유인하고 있다. 이마트의 PB상품인 노브랜드 상품과 롯데마트 칠성점 PB상품인 온리프라이스 매장.(작은 사진) <이마트·롯데마트 제공>

수년간 이어진 경기침체와 물가상승으로 소비자들의 부담이 커지면서 ‘가성비’ 전략을 내세운 유통업계의 자체 브랜드(PB) 제품이 인기를 끌고 있다. PB상품이 전체 매출 상승을 견인하는 공신으로 떠오르자 각 유통업체는 타사와 차별화된 제품 콘텐츠를 확보하기 위해 PB상품 개발을 앞다퉈 진행하고 있다.

◆업체 대표 브랜드로 우뚝

2일 롯데마트에 따르면 지난해 2월 선보인 PB상품 ‘온리프라이스(Only Price)’가 출시 1년 만에 2천600만개 판매를 돌파했다.

종이컵, 화장지, 크리스피롤 미니 등 25개 품목으로 시작한 온리프라이스는 현재 154개 품목으로 확대됐으며, 이 가운데 5개 품목은 100만개 이상 판매된 밀리언셀러로 등극했다.

온리프라이스는 성분·안정성 등 상품의 품질 구성 요소 중 한 가지 이상을 최고 수준으로 유지하면서, 1천원 단위의 최적가로 고객의 마음을 사로잡는 ‘가심비(가격 대비 만족도) 1등 브랜드’를 지향한다고 롯데마트는 설명했다.


롯데마트 PB ‘온리프라이스’
출시 1년만에 2600만개 판매
1천원 단위의 최저가로 인기
이마트, 실속형 가전으로 승부
32인치 TV 등 30종으로 확대
百·편의점도 PB 제품 선보여



대표적으로 ‘온리프라이스 국내산 21곡 크리스피롤 미니’(2천원)는 기존 크리스피롤의 낱개 포장을 지퍼백으로 바꿔 원가를 절감하고, 한입에 먹기 좋도록 크기를 작게 만드는 등 발상의 전환을 했다.

애초 9개월 예상 물량이던 9만봉이 출시 한 달 만에 모두 팔리면서 파트너사인 개미식품과 급히 재계약을 진행했고, 현재는 밀리언셀러(100만봉)를 바라보는 상품으로 성장했다.

롯데마트 칠성점의 온리프라이스 상품 하루 평균 매출은 400여만원으로, 경쟁 품목 대비 20%가량 신장세를 보이고 있다. 고객 구매율이 높은 상품은 우유·미네랄 워터·요구르트 순인데, 경쟁 브랜드 품목보다 최대 50% 저렴해 재구매율이 높다.

자취생과 싱글족을 위해 간편하게 먹을 수 있는 상품도 인기를 끌고 있다. 사골곰탕(1천원)을 비롯해 육개장, 황태진국, 낙지주꾸미 볶음밥(이상 2천원), 모둠 어묵과 즉석 떡볶이(3천원) 등이 대표적이다.

전창조 롯데마트 칠성점장은 “온리프라이스 매장에서 판매되는 상품이 전체 매출의 약 3%를 차지한다”며 “무조건 가격이 싼 상품이 아니라 가성비가 높은 인기 품목 위주로 구성을 늘려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핵심 기능만 넣어 가격 낮춰

이마트는 가전 시장에서 독보적인 PB상품을 선보이며 인기를 끌고 있다.

지난해 9월 첫 출시한 32인치 노브랜드 TV(19만9천원)에 이어 지난달 8일에는 ‘노브랜드 43인치 풀HD TV’(29만9천원)를 내놓았다.

이마트는 4개월 만에 노브랜드 TV 2탄을 선보인 이유에 대해 많은 소비자들이 ‘가성비’를 가전 선택 기준으로 삼으면서 실속형 서브 가전 시장이 빠르게 성장함에 따른 것이라고 밝혔다.

32인치 노브랜드 TV는 1차 발주 물량 5천대가 3주 만에 완판된 데 이어 11월 2차 물량이 입고돼 현재까지 7천여대가 팔렸다.

2015년 전기포트와 1천원 이어폰으로 시작했던 노브랜드 가전은 올 2월 현재 32인치 TV, 에어프라이어, 드라이어 등 총 30종으로 확대됐다. 지난해 매출 역시 전년대비 신장률이 26%에 달했고, 올 1월의 전년동기대비 월매출 신장률도 53%로 호조세다.

노브랜드 전자레인지는 버튼 대신 다이얼을 넣고, 해동과 데우기 등 핵심 기능만을 담아 4만9천800원에 출시하면서 지금까지 싱글족 등을 중심으로 1만6천대가 팔려나갔다.

이외에도 토스터(1만6천800원), 스팀다리미(1만4천800원), 전기밥솥(2만9천800원), 커피메이커(2만9천800원), 에어프라이어(4만9천800원) 등의 생활가전도 노브랜드로 출시해 선택의 폭을 넓혔다. 특히 기존 가격이 8만~30만원에 이르는 에어프라이어는 디지털 기능 없이 기본 기능만 담은 1.6ℓ 소용량에 저렴한 가격으로 출시 이후 5천대를 판매하는 등 호응을 얻고 있다.

반정원 노브랜드 가전 바이어는 “전통적 고가(高價) 영역에 속했던 가전시장에도 SPA 브랜드와 같은 저가형 서브 가전 시장이 나타나고 있다”며 “올 연말까지 품목을 49종으로 확대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독점 계약재배로 고급화

백화점, 편의점 업계도 PB상품을 선보이고 있다.

대구백화점은 고품질의 ‘더 프라임’과 실속형 제품인 ‘굿프라이스’ 두 가지 등급으로 나눠 총 40여 종류의 상품을 판매하고 있다.

생필품을 중심으로 한 실속형 굿프라이스 제품으로는 비슬산 산기슭의 지하 300m 천연암반수를 취수해 만든 ‘대백 숲속의 맑은 샘물’ 3종과 건강차류 6종, 갑티슈, 물티슈, 홍삼절편, 발효초 등이 있다. 기존 맛김에 녹차 성분을 더해 깔끔하고 감칠맛을 더한 ‘대백 녹차김’을 비롯해 ‘대백 전원미’ ‘대백 참 좋은란’ 등도 판매 중이다.

시즌별로 생산되는 고품질의 더 프라임 제품은 개진감자, 토마토 등 지정농장을 통해 제철에 생산되는 최상의 상품들로 구성된다. 특히 대구백화점과 독점 계약재배를 하거나 상품 출고에서부터 대백 자체상표를 부착해 중간 유통단계 없이 백화점에서 판매되기 때문에 동일한 품질과 등급의 국내 브랜드를 기존 가격보다 20~30% 저렴하게 판매한다.

주요 상품은 명절 기간 한우 선물세트를 비롯해 높은 당도를 자랑하는 사과·배·한라봉 등 아름다운 과수원 청과 시리즈, 수삼·더덕·백화고, 한정판 영광 법성포 참굴비세트, 자연산 전복세트 등이 있다.

김병삼 대구백화점 식품매입팀장은 “가성비뿐만 아니라 소비자와 높은 신뢰성을 구축하는 것이 PB상품이 지속적으로 인기를 끌 수 있는 비결”이라며 “지역 유통시장이 포화상태에 접어들면서 업체별로 가격 차이가 크지 않은 기존 브랜드 상품만 팔아서는 고객을 끌어들이는 데 한계가 있다는 판단 아래 자사 브랜드 경쟁력 강화를 위한 상품 확보에 힘을 쏟고 있다”고 말했다.

편의점 씨유(CU)는 업계에서 유일하게 통합 PB브랜드 캐릭터 ‘헤이루 프렌즈’를 선보였다. 이를 PB 상품 패키지 디자인에 접목시켜 과자, 라면, 음료 등 다양한 제품을 출시하고 있다.

세븐일레븐은 최근 인기 아이스크림에 PB를 접목시킨 음료를 출시했다. ‘PB누가바초코라떼’와 ‘PB바밤바라떼’는 해태제과의 대표 아이스크림 장수제품 누가바, 바밤바를 활용해 눈길을 끌고 있다.

이연정기자 leeyj@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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