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메이크(Remake) 영화 전성시대

  • 윤용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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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03-05  |  수정 2018-03-05 09:45  |  발행일 2018-03-05 제23면
‘골든 슬럼버’등 절찬 상영중
‘지금 만나러…’ ‘사라진 밤’
日·유럽 원작 작품 개봉 임박
‘인랑’ 동명 애니메이션 차용
한국적 설정 가미 차별화 관건
리메이크(Remake) 영화 전성시대
지금 만나러 갑니다
리메이크(Remake) 영화 전성시대
사라진밤
리메이크(Remake) 영화 전성시대
독전

최근 극장가에 외국 영화나 소설·만화 등을 리메이크한 한국영화들이 쏟아지고 있다. 성공한 작품의 리메이크작은 기본적인 흥행을 보장한다. 이는 소재 고갈에 직면한 할리우드가 속편과 프랜차이즈 제작과 함께 오래전부터 애용하고 있는 방식이다. 리메이크된 한국영화 역시 원작과 차별되는 플롯의 변주와 연출의 재해석으로 관객들의 기대와 관심을 모으고 있다.

◆한국적 정서와 캐릭터 재해석

리메이크(Remake) 영화 전성시대
리틀 포레스트
리메이크(Remake) 영화 전성시대
골든 슬럼버

보편적인 소재는 물론 완성도에 대한 높은 신뢰 덕에 그동안 한국영화는 리메이크를 원하는 할리우드와 일본·중국 등으로부터 꾸준한 러브콜을 받아왔다. 과거 미라맥스의 ‘조폭 마누라’, 드림웍스의 ‘엽기적인 그녀’, 워너브러더스의 ‘시월애’를 시작으로, ‘올드보이’ ‘장화, 홍련’ ‘수상한 그녀’ ‘내가 살인범이다’까지 장르를 불문하고 한국영화들이 다양하게 리메이크되면서 전 세계 관객들과 만났다. 이에 발맞춰 한국도 일본을 넘어 홍콩·유럽 등의 원작을 토대로 한 리메이크 영화들로 속속 관객을 만날 채비를 하고 있다.

리메이크작을 대하는 관객들의 평가와 기준은 냉정하다. 평단의 호평과 대중적 인지도가 높은 원작일수록 더욱 그렇다. 관건은 원작을 훼손하지 않으면서 얼마만큼 창의적으로 재해석됐느냐다. 대표적으로 2016년 개봉했던 ‘럭키’는 모두를 만족시킨 좋은 예다. 일본 영화 ‘열쇠 도둑의 방법’을 리메이크한 ‘럭키’는 원작의 플롯을 충실히 따르는 동시에 원톱으로 내세운 배우 유해진의 특기인 코미디적 재능을 제대로 살려내 좋은 결과를 낳았다. 한국적 정서의 가미와 캐릭터 재해석 능력도 그 과정에서 돋보였다.

현재 절찬리 상영 중인 ‘골든 슬럼버’와 ‘리틀 포레스트’도 일본의 동명 소설과 만화·영화를 리메이크했다. ‘골든 슬럼버’는 거대 권력에 의해 한순간에 암살범으로 몰린 남자의 도주극이라는 원작의 기본 뼈대는 가져가면서도 곳곳에 한국적 요소를 가미해 변화를 주었고, ‘리틀 포레스트’는 요리 과정에 초점이 맞춰진 원작과 달리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에 주목했다.

◆일본·유럽 원작 리메이크 잇따라

일본 소설이나 만화·영화는 국내에서 단골 리메이크 소재다. 소재가 다양한 데다 원작이 탄탄하고, 국내 관객들의 정서와도 어느 정도 부합되기 때문이다. 한국에서 리메이크 돼 사랑을 받았던 ‘내 머리 속의 지우개’ ‘미녀는 괴로워’ ‘멋진 하루’ ‘어깨너머의 연인’ ‘용의자X’ 등이 모두 일본 원작을 모티브 삼았다. 그 바통은 올해도 이어진다. 우선 소지섭·손예진이 호흡을 맞춘 ‘지금 만나러 갑니다’(3월14일 개봉)는 이치카와 다쿠지의 동명 소설이 원작이다. 2004년 일본 영화로도 제작돼 큰 인기를 끌었다. 세상을 떠난 아내(손예진)가 기억을 잃은 채 남편(소지섭)에게 돌아온다는 원작의 판타지적 설정과 스토리에 한국적 감성과 현실적 공감을 더했다. 연출을 맡은 이장훈 감독은 “사랑하는 사람에게 정말 잘해주고 싶은데 그러지 못해 너무 미안하고 절망스러워 한 번의 울음이 큰 위로가 됐던 당시의 경험을 녹여냈다”고 말했다.

김지운 감독의 ‘인랑’ 역시 오키우라 히로유키 감독의 동명 애니메이션에 뿌리를 둔다. 가까운 미래를 배경으로 무장 테러단체 섹트와 이에 대응하기 위한 경찰조직인 특기대, 그리고 공안부 사이에서 벌어지는 숨막히는 암투와 격돌을 그린다. 장르의 고유한 문법을 비틀어 언제나 새로운 스타일과 이야기를 선보였던 김지운 감독답게 남북한 정부가 7년의 준비 기간을 거치는 통일을 선포한다는 한국적인 설정으로 원작과의 차별화를 꾀했다. 현재 막바지 촬영 중이다.

유럽과 홍콩 영화를 모티브로 한 작품들도 등장한다. 오는 7일 개봉하는 ‘사라진 밤’은 스페인의 오리올 파울로 감독의 영화 ‘더 바디’를 리메이크했다. 아내의 죽음 이후 시작되는 이야기라는 원작의 골격은 차용하되 인물들의 성격을 한국식으로 재구성하고 내적 갈등이 더해진 각색 과정을 거쳤다. 특히 한국 관객들이 선호하는 스릴러 장르의 장점들을 다양하게 차용했는데, 원작의 정적이고 객관적인 관점의 이야기 전개와 달리 한국영화 특유의 빠른 전개를 통해 높은 몰입감을 선사한다. 김상경·김강우·김희애가 출연한다.

오리올 파울로 감독의 또 다른 영화 ‘인비저블 게스트’도 리메이크된다. 지난해 9월 국내에서 9만5천명을 동원한 작품으로 연인을 죽인 용의자로 지목된 남자가 단 3시간 안에 자신의 무죄를 밝히는 과정을 그린다. 오리올 파울로 감독은 “정의와 복수에 대해 이야기하는 부분들이 한국 관객에게 큰 공감을 얻는 것 같다. 내 영화가 한국 관객들에게 사랑을 받고 있다니 큰 영광”이라고 전했다.

올해 개봉을 앞둔 ‘완벽한 타인’은 이탈리아 영화 ‘퍼팩트 스트레인지’를 리메이크했다. 오랜만에 만난 모임에서 휴대폰을 올려놓고 모든 걸 공유하는 게임이 시작되면서 옆 사람의 비밀이 드러난다는 내용이다. ‘카카오톡, 문자, 통화의 내용을 모두 공개하게 된다면 과연 어떤 일이 벌어질까’라는 독보적 콘셉트로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를 선사할 예정이다. 유해진·조진웅·이서진·염정아가 호흡을 맞춘다. 홍콩의 거장 두치펑 감독의 ‘마약전쟁’(2008)을 리메이크한 ‘독전’(이해영 감독)도 올해 관객과 만난다. 아시아 최대 마약 조직의 보스 이선생을 잡기 위해 펼쳐지는 암투와 추격을 다룬 작품이다. 조진웅·류준열·차승원 등이 출연한다.

윤용섭기자 hhhhama21@nat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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