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춘호기자의 food&music] 연탄꽃삼겹·손정우와 그의 친구들

  • 이춘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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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04-13   |  발행일 2018-04-13 제41면   |  수정 2018-04-13
연탄 위 지글지글 ‘꽃삼겹’, 연기 속 무르익는 ‘꽃음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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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소리 깡패’란 닉네임을 갖고 있는 퍼쿠션 주자 겸 싱어인 손정우(오른쪽)가 기타리스트 박윤흠과 함께 지난달 30일 ‘연탄꽃삼겹’ 대명역점에서 음식과 음악의 상생프로젝트 ‘밥줄게 공연해줘’를 선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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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탄꽃삼겹’의 핵심 메뉴인 꽃모양의 항정살이 먹음직스럽게 익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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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동호 사장이 두 연주자와 함께 ‘연탄꽃삼겹’의 명물 포토존인 연탄트리 앞에서 포즈를 취했다.

지난 3월30일 오후 8시, 대구도시철도 1호선 대명역 3번 출구에서 얼마 멀지 않은 곳에 위치한 ‘연탄꽃삼겹’. 위클리포유가 무술년 새롭게 기획한 음식과 음악의 상생프로젝트 ‘밥줄게 공연해줘’ 2번째 공연이 열렸다. 영화배우 못지않은 미남스타일인 주인 강동호 사장(45). 그는 출입구 쪽 식탁 두 개를 치우고 그 자리를 무대로 꾸며준다. 퍼쿠션 치며 노래하는 손정우(53)와 기타리스트 박윤흠(48)이 돋보일 수 있도록 주문제작한 현수막을 사다리를 옮겨가며 직접 달아준다. 하지만 공연 직전 ‘아차’ 하는 일이 발생했다. 식구와 함께 온 한 가장의 표정이 그렇게 유쾌해 보이지 않는다. 대화가 어려울 정도로 볼륨이 세다는 사실을 강 사장한테 말한다. 강 사장도 예상은 했지만 실제 그런 지적을 받자 표정이 시무룩해진다. 당초 예정됐던 이글루 밴드는 사정으로 인해 이번에는 출연하지 못했다. 공연이 무사히 잘 끝날까? 왠지 불안하다. 하지만 그건 ‘기우’였다. 공연이 시작되자마자 구이집은 일순 라이브호프클럽처럼 변한다. 강 사장의 표정이 비로소 그의 상호처럼 꽃삼겹으로 활짝 피어난다.

삼겹살집 공연 반신반의
공연전 볼륨소리 지적에 긴장감
리듬 앤 블루스 물씬 달아오르자
일순 라이브호프 분위기로 활짝

연탄꽃삼겹
꽃처럼 피는 항정살 ‘꽃삼겹 메뉴’
특허 청결연탄, 고기 숙성과정 엿봐

손정우·박윤흠의 뮤직
손, 대학·강변 가요제 동시 출전
방천시장 대표적 버스커로 주목
박, 92년 대학가요제 자작곡 출전
낮에는 일하고 밤에는 음악의 길


◆주인은 초조, 공연자는 긴장

시종 초조해 보이는 강 사장. 그는 삼겹살집에서 과연 공연 효과가 제대로 날지 솔직히 반신반의했다. 하지만 연주자 손정우와 박윤흠은 그 염려를 깔끔하게 한방에 날려준다.

분위기를 확 바꾼 곡은 스탠더드 팝인 ‘Fly to the moon’. 이 곡은 작곡가 바트 하워드가 1954년 발표했는데 처음에는 ‘In other words’라는 제목으로 알려졌으나 후에 첫 줄 가사가 제목보다 더 유명해진다. 1960년대 프랭크 시나트라가 불러 세계적으로 히트한다.

플라이투더문이 작렬하자 바로 옆에서 냉랭한 시선으로 바라보던 50대 여성이 갑자기 강한 반응을 보인다. 고개와 발이 동시에 글루브를 탄다. 더욱 가슴 뭉클한 반응도 이어진다. 올해 30년 직장생활을 은퇴한 장인을 위해 사위가 전인권의 ‘걱정말아요 그대’를 신청했다. 덕분에 대미를 싱어롱 분위기로 연출할 수 있었다. 손정우의 음색은 격정적이고 리듬 앤 블루스 리듬감이 물씬 풍겨난다. 임재범의 ‘비상’을 부를 땐 임재범보다 더 임재범스러웠다.

세션 기타리스트 박윤흠은 깁슨 137 전기기타를 잡았다. 손정우의 목소리를 더욱 강조시키기 위해 절대 오버하지 않고 깔끔한 애드리브를 뿜어낸다. 이 공연은 단연 보컬이 빛나야 하고 그렇게 해줄 수 있는 기타리스트라야 제대로 된 연주자란 평가를 받을 수 있다. 그걸 잘 알고 있는 박윤흠은 각 노래의 특징에 맞는 이펙트를 걸어준다.

지역에서 가장 파워풀하고 개성적인 보컬라인을 자랑하는 손정우. 그의 음색이 지글지글 굽히고 있는 삼겹살 위로 벚꽃잎처럼 떨어지자 이에 화답하듯 몇몇 손님이 먹는 걸 중지하고 스마트폰을 치켜든다. 어떤 손님은 동영상을 찍으면서 팝캐스트처럼 실시간 중계까지 해준다. 식당은 일순 공연장처럼 변하기 시작했다. 강 사장의 얼굴에 미소가 돋아난다.

“취지가 좋아 선뜻 공연을 의뢰했죠. 하지만 여긴 공연장이 아니잖아요. 그냥 전형적인 삼겹살집인데 과연 어떤 곡이 맞는지, 연주실력은 어떤지…. 궁금한 게 한두 가지가 아니었습니다.”

◆손과 박의 뮤직라이프

선후배 사이인 손정우와 박윤흠. 둘은 지역의 모 산업용 장갑 제작업체 출신이다. 손정우가 퇴사하자 박윤흠이 거기에 들어간 것이다. 둘은 기타와 보컬을 담당하는 양웅식과 손을 잡고 2015년 ‘스파이’란 팀을 만들었다. 손정우는 타악기광. 퍼쿠션을 비롯해 카혼, 젬베, 봉고, 콩가 등을 달고 다닌다. 지역의 인기 싱어송라이터인 허만성·배재혁·박종남은 자기 콘서트 때 꼭 박윤흠을 부른다. 그가 있어야 공연 맛이 살아나기 때문이다.

손정우의 삶은 조금은 파란만장하다. 대건고를 나와 대구보건대에서 물리치료학, 나중에 대구한의대에서 환경보건학과 공중보건학을 익힌다. 현재 그는 남구 대명동에서 조그마한 노인요양원과 노인주간보호센터를 꾸려가고 있다. 30대초 그는 하루 2시간을 자면서 물리치료사, 편의점 알바, 통기타가수, 대학강사, 자영업 등을 동시에 주무르며 6년을 보낸다.

대구한의대에선 한샘합창단 멤버로 특유의 음색을 발휘한다. 이어 통기타 서클 ‘한올돛대’를 창립한다. 그 저력을 앞세우고 1985년 대학가요제와 강변가요제에 동시 출전, 천승영 작사·작곡 ‘하늬바람 한올돛배’를 불렀다. 동성로에서 한때 라이브클럽 가수로 활동했고 이후 가수의 길보다는 사회봉사의 길로 기운다. 2003년 최재관, 김태현 등이 축이 된 ‘길사모(길거리공연을 사랑하는 모임)’에도 가담한다. 그 단체가 지역에선 처음으로 버스킹의 흐름을 리더한다. 동성로는 그의 무대였다.

이제 그는 일상이 묻어나는 음악을 하고 있다. 특히 방천시장 김광석길 골목이 더없이 푸근하다. 2014년부터 이 언저리의 대표적 버스커로 주목받는다.

그는 몇 가지 닉네임을 갖고 있다. 하나는 ‘목소리 깡패’. 한 대학 후배가 그런 별명을 붙여줬다. 또 하나는 ‘샘손(Sam son)’. 샘은 그가 키우다가 작별한 반려견 이름이고 손은 그의 성이다.

요즘은 버스킹에 중독돼 있다. 지난 겨울 영하 10℃를 육박하는 김광석길에서 살다시피 했다. 동절기는 버스커에겐 치명적인 계절이다. 하지만 그는 그런 통설을 보기좋게 엎어치기해 버렸다. 한 달 내내 거리로 출근했다. 팔에 이상이 올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그는 전천후 버스커, ‘추위불문’이란 자세다.

그에게 꿈이 하나 있다. 캠핑차에 악기와 음향장비를 싣고 아내와 함께 팔도유람 같은 버스킹을 해보는 것이다. 원하면 손자도 태우고, 때론 사돈과 함께 버스킹도 해보는 것이다.

1천500곡 이상의 대중가요와 팝송을 소화시킬 수 있지만 그의 넘버원 노래는 강산에의 ‘라구요’.

박윤흠은 기타를 참 맛있게 친다. 성광고 출신인 그는 대구대에서 관광경영학을 전공했다. 대구대 캠퍼스 밴드 ‘보이스’의 리더기타였다. 손정우처럼 1992년 대학가요제에 출전했다. 자작곡 ‘내게 없던 사랑’이 출전곡이었다. 하지만 그는 뮤지션의 길이 맘을 먹는다고 가능한 게 아니란 걸 알고 낮에는 일, 밤에만 음악을 하기로 했다. 지금은 무역회사를 운영하면서 지역에서 나름 잘나가는 통기타 학원인 ‘민들레 통기타 스쿨’을 3개(아양·시지·칠곡점) 운영하고 있다. 그는 손정우와 달리 의젓하고 자애스러운 구석이 짙다. 얼핏 음악할 얼굴이 아닌 것 같다. 그래서 그런지 연주가 더 돋보이는 것도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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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탄꽃삼겹

입구에 ‘연탄 트리’가 놓여 있다. 연탄재를 차곡차곡 쌓아놓은 것이다. 이 가게의 헤드카피인 ‘연탄 위에 꽃삼겹이 피었습니다’가 벽에 그래피티 버전으로 칠해져 있다. 강동호 사장은 ‘연탄꽃삼겹’이라는 상호에 걸맞게 손님들에게 인지시킬 수 있는 것이 뭘까 고민했다. 그 결과 항정살을 꽃으로 표현해서 꽃세트 메뉴로 서빙한다. 항정살을 불판에 올리면 꽃처럼 피어난다. ‘보름달 삼겹살’로 불러도 좋을 듯 싶다. ‘눈요기 퍼포먼스’라 할 수 있다.

무쇠 불판도 통판으로 된 게 아니고 3등분 돼 있다. 불판의 온도를 저·중·고온으로 관리하기 위해서다.

강사장은 강여사, 강언니 등으로 불린다. 매사 사근사근하고 다소곳한 매력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훗날 고깃집 사장이 될 팔자를 감지한 듯 틈만 나면 지역의 고기 명가를 찾아다닌다. 고향 어머니가 솥뚜껑 위에 올려놓고 구워주던 삼겹살을 잊지 못해 어릴 때부터 크면 고깃집 사장이 될 거라고 말했다.

여기까지 오기까지 여러 길을 방황했다. 손재주가 있어 친구와 벤처사업에 손을 댔다가 왕창 떨어먹는다. 밑바닥부터 시작해 보자는 생각에 통신업체에 들어가 막일도 불사했다. 이후 당구장, 의류매장, PC방 등을 전전했다. 고깃집을 하게 된 건 2014년 여름부터.

이 집 고기의 맛은 연탄불에서 시작된다. 일반 연탄이 아니다. 특허 받은 청결연탄. 고기 맛을 위해 100번 이상 칼집을 넣는다. 또 벽면 전체를 고기숙성실로 만들었다. 누구나 숙성 과정을 볼 수 있게 했다. 고기는 7일 숙성 후 식탁에 나간다.

다양한 소스도 강점. 고기 옆에 대파김치·갈치속젓·묵은지·피클이 따라나온다. 다양하게 간을 해서 먹을 수 있다. 육질이 워낙 두툼해 스테이크 식감이다. 남구 대명로 80. (053)623-5455

글·사진=이춘호기자 leekh@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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