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40, TK정치에 바란다 <끝>] 정혜연 정의당 청년 부대표

  • 구경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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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04-26   |  발행일 2018-04-26 제6면   |  수정 2018-04-26
“민주주의 따르는 정치세력 간 경쟁이 대구·경북서 이뤄져야”
20180426
정혜연 정의당 청년부대표가 최근 한 강연에서 청년정치의 필요성에 대해 강조하고 있다.

“단순히 청년들을 대변하는 정치가 아니라, 한국사회의 심각한 불평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청년정치가가 필요합니다. 정의당은 과거의 정치 구도에 얽매이지 않고 개혁을 이끌어낼 수 있는 청년들과 정치가를 이번 지방선거에서 세력화해나갈 것입니다. 그래야만 전(全) 세대가 고통받고 있는 여러 문제들을 해결해 나갈 수 있을 것입니다.” 정혜연 정의당 청년 부대표의 일성이다. 박정희 대통령으로 상징되는 산업화는 소수 엘리트 주도의 불균형 경제발전 전략이었다. 이 덕에 우리나라는 단시간 내에 눈부신 경제성장을 이룰 수 있었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부의 양극화가 심화됐으며 각종 부정부패가 횡행했다. 이를 견제해야 할 정치가 대안을 내놓지 못하면서 사람들이 분노하기 시작했다. 이런 와중에 인터넷과 모바일 네트워킹으로 무장한 젊은이들이 등장하며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 이들을 모르고선 미래를 예측할 수 없다. 영남일보는 지난 21일 서울 여의도의 한 카페에서 정 부대표를 만났다. 정 부대표는 헌정 사상 최초로 성소수자(레즈비언)로 원내정당 지도부에 진출한 인물이다.

TK 청소년 심상정 선호도 1위
정의당은 일하는 사람 위한 정당
사회경제적 개혁 속도 높일 것
미투운동 근본원인은 조직권력
피해 호소 못하는 구조적 문제
개인의 용기에만 의존해선 안돼
한국사회 심각한 불평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청년정치가 필요”


▨정 부대표와의 일문일답

▶미투 운동이 우리 사회에 지각변동을 일으키고 있다. 청년들은 어떻게 보나.

“근본 원인은 우리 사회의 많은 일터와 조직에서 위계와 권력이 작동했고, 그 권력에 짓눌려 피해를 호소할 수 없었던 한국사회의 구조적 문제다. 그러나 언제까지 약자, 개인의 용기에 의존할 수는 없다. 미투가 고발하는 권력이 과거 장자연씨를 죽음으로 몰아넣은 권력과 다르지 않다는 것, 일터에서 취약한 입장에 놓인 다양한 노동자들이 겪는 여러 인권침해를 자행하는 권력과 다르지 않다는 점에서 약자와 강자의 극심한 힘의 불균형을 바꾸는 해결책이 필요하다. 이 때문에 일터와 조직과 사회의 잘못된 권력구조를 해결하는 창구, 피해를 입은 이들을 보호할 수 있는 법률 자문 센터와 같은 시스템을 만들려고 한다. 이를 통해 약자들이 연대할 수 있다면 이 같은 시스템이 강화되고 제대로 작동할 수 있을 것이다.”

▶미투 운동이 오는 6월 지방선거에 영향을 미칠 수 있을까.

“자유한국당의 홍준표 대표는 미투운동이 본인들에게 득이 되고 있다고 서슴없이 막말을 하고 있다. 피해자들을 걱정하고 어떻게 지금의 상황을 해결할 수 있을까에 대한 조금의 고민도 없는 듯하다. 하지만 홍 대표의 생각은 큰 착각이다. 미투 운동에 공감하고 있는 청년들이 지금의 상황에 실망해 자유한국당을 지지하지는 않을 것이다. 피해자들의 고통에 조금도 공감하지 못하고 정치적으로 이용하려고 하는 정치세력은 이미 선택지에서 지워진 지 오래다.”

▶홍 대표의 부적절한 언행이 도마에 오르면서 자유한국당 내부에서도 불만이 많다. 특히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의 구속으로 보수가 위기에 처했다는 진단이 많은데.

“이명박 전 대통령이 자신에 대한 수사를 ‘보수를 궤멸시키려는 정치 공작’이라고 말한 적이 있다. 그러나 대한민국 보수가 지금의 상황에 이른 것은 스스로가 자초한 것이다. 대한민국의 이념은 민주주의다. 진보든 보수든 민주주의에 기반해 경쟁하는 것이 대한민국 사회다. 하지만 대한민국 보수는 그동안 이 룰을 지키지 않았다. 국가를 사유화하고, 통제받지 않는 권력을 휘둘렀다. 그래서 지난 촛불혁명에서 국민들이 ‘이게 나라냐’고 외치며 직접 나서서 대통령을 탄핵시켰던 것이다. 촛불 이후에도 여전히 달라지지 않은 자유한국당은 보수가 아니라, 반(反)민주 세력이라고 말할 수밖에 없다. 특히 박근혜 전 대통령의 구속은 한국사회의 한 축이던 고(故) 박정희 전 대통령 신화의 붕괴를 의미한다. 그 신화는 어떤 행위를 하든 경제만 살리면 된다는 경제만능주의, 그리고 이를 위해 대기업과 재벌을 키워서 경제의 파이만 키우면 된다는 재벌체제였다. 박근혜 전 대통령도 아버지 후광을 받아 경제를 살리고 나라의 곳간을 채워줄 것이란 기대로 당선됐지만, 정작 채운 건 본인과 주변 사람들의 주머니였다. 그렇기에 지난 촛불 혁명은 ‘이게 나라냐’를 넘어 ‘이게 삶이냐’라는 불공정하고 불평등한 현실에 대한 외침이었고, 문재인 대통령이 큰 차이로 선거에서 승리를 거둔 것도 이런 ‘박정희 신화와는 결별하고 싶다’는 국민의 뜻이 반영된 것이라 본다.”

▶2016년 총선 기간 TK(대구·경북) 지역에서 진박·친박·비박 논쟁을 일으켰던 인사들 역시 박근혜 전 대통령 구속에 책임이 있지 않을까.

“어떻게 국민 삶을 바꿔 갈 것인가를 두고 경쟁한 것이 아니라, 대통령한테 얼마만큼 충성하느냐를 가지고 경쟁한 결과다. 이 때문에 파탄 난 것은 국민의 삶이었다. 국민의 삶을 바꾸기 위해서라도 그런 정치세력은 대한민국 정치에서 사라져야 한다. 그런 세력이 사라지고, 진보든 보수든 민주주의의 룰을 따르는 정치세력들 간의 경쟁이 대구·경북 지역에서도 이뤄져야 한다. 대구·경북시민들이 현명하게 판단해 구태세력은 사라지게 할 것이라고 본다. 게다가 이들은 대통령 탄핵이란 사상 초유의 사태에 대해 일말의 책임감도 느끼고 있지 않은 것 같다. 책임감을 느꼈다면 새누리당·자유한국당을 지속시키지 말았어야 했다. 그럼에도 아직 박근혜 호위에 힘쓰는 이들이 여전히 남아있고, 지난 보수정권에 대해 책임을 묻지 않는 이들이 있다. 국민에 대한 염치가 없다. 진박을 떠나, 자유한국당 전체가 책임지는 모습을 보이지 못했다.”

▶보수가 어떻게 혁신해야 한다고 보는가.

“반민주 세력이 한국사회의 보수를 대표하고 있는 것이 가장 큰 문제다. 이전부터 비선, 국정 농단의 이야기들이 있었음에도 박근혜 전 대통령처럼 문제 있는 인물을 검증하지 못한 채 대통령으로 내세운 것은 새누리당(현 자유한국당)이었다. 권력을 잡기 위해서는 어떠한 문제적 인사도 내세울 수 있었던 것이다. 보수정치는 여전히 기득권을 유지하기 위해 반민주적이고 국민의 의사와는 반대되는 행동을 하고 있다. 정치는 권력과 사람에 충성하는 것이 아니라, 국민에게 충성해야 한다. 그리고 보수라면 보수란 가치를 통해 어떻게 국민 삶을 바꿔 갈 것인지 보여줘야 한다.”

▶TK 정치 변화의 필요성에 대해 의견이 있다면.

“TK 지역은 대한민국 정치사에서 대통령을 결정하는 데 큰 영향을 미친 지역 중 하나다. 그리고 보수는 늘 대구·경북을 자신들의 텃밭처럼 얘기했다. 하지만 보수정부가 들어선 이후 대구·경북 사람들의 삶이 나아진 게 없다. 대구의 경우 지역내 총생산은 24년째 꼴찌고, 고용률도 전국 평균을 밑돌고 있다. 누구에게 충성하고 아부할 것인가 몰두한, 그래서 한 당으로부터 공천만 받으면 당선이 되는 일당독점 구도의 폐해를 고스란히 보고 있는 것이다. 이젠 독점구도는 깨져야 하고 깨질 것으로 본다. 이미 지역에 따라 투표를 하던 구도가 깨지고 있다는 징조는 계속 있었다. 지난 탄핵과 대선을 통해 확실해졌다. 이전의 대한민국의 정치구도에 깊숙이 박혀 있었던 지역 기반의 양당정치가 붕괴되고, 개혁을 선도하거나 개혁을 가로막는 정치세력 간 정치 구도로 바뀌고 있음을 보여줬다. 무엇보다 지역 대표를 자임하던 세력들의 무능과 무책임이 TK 지역민에게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앞으로는 대구·경북을 비롯한 우리 국민은 어떻게 대한민국 사회를 바꿀 것인가에 대한 개혁비전을 바탕으로 정치세력을 선택하려 할 것이다. 특히 지난 대선 때 투표권 없는 청소년 5만명을 대상으로 YMCA에서 모의투표가 진행된 적이 있다. 정의당의 심상정 후보가 3% 차이로 문재인 후보에 이어 2위를 했다. 여기에서 주목할 점은 대구·경북에서 심상정 후보가 1위였다는 것이다. 이는 TK 지역의 청소년들이 기존 정치구도에 문제를 느끼고 자신의 삶을 바꾸어 줄 정치세력을 선택하려 한다는 의미다. 대구·경북의 변화는 이미 아래서부터 시작되고 있다.”

▶마지막으로 TK 지역민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지금 대한민국에서 가장 시급한 문제는 불평등이다. 이것은 보수건 진보건, TK든 호남이든 국민 대다수가 겪고 있는 문제다. TK 분들이라고, 보수적 유권자라고 자신의 아들딸이 비정규직 저임금 노동자로 사는 것을 바라진 않는다. 정의당은 불평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일하는 사람들을 위한 정당이다. 사회경제적 개혁의 속도를 높이고 폭을 넓혀 불평등 문제를 해결하고자 한다. 그 기준으로 정의당을 다시 한 번 봐주길 부탁드린다.”

구경모기자 chosim34@yeongnam.com

20180426

▨정혜연 청년부대표는?

△1989년생 △이화여대 졸업 △마포의료복지사회적협동조합 이사 △전 정의당 성소수자위원회 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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