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서 3D 아바타까지…오프라인 넘보는 이모티콘

  • 손선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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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04-26 07:46  |  수정 2018-04-26 09:40  |  발행일 2018-04-26 제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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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인프렌즈<네이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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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프렌즈 <카카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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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폰의 대중화에서 가장 눈여겨볼 변화는 뭘까? ‘소통’이다. 2G폰(코드분할다중접속 기술을 이용한 휴대전화)을 쓸 때만 해도 사람들은 문자와 숫자, 특수문자를 조합해 메시지를 전달했다. 멀리 떨어져있거나 무수히 많은 사람과의 대화도, 시차를 둔 소통도 가능하지만 일일이 자판을 두드려야 하는 일은 번거로웠다. 하지만 메시지 송·수신 기능이 애플리케이션 형태로 개발되면서 소통 기술이 진일보했다. 대표적인 예는 ‘이모티콘’이다. 이모티콘은 이미 생활 깊숙이 자리잡았다. 이모티콘을 안 쓰고 대화를 하면 ‘딱딱하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간단한 이미지로도 소통 가능
이모지 사용건수 하루 50억개
10명 중 8명 “이모티콘 일상적”
사람·동물 등 촬영해 만들기도
이모티콘 넣은 의류 인기 얻어


◆메시지, 문자를 넘어 그림으로

이모티콘은 감정을 뜻하는 영단어 ‘이모션(emotion)’과 상징물을 의미하는 ‘아이콘(icon)’의 합성어다. 1980년대 미국 카네기멜론대 학생들이 컴퓨터 자판의 특수부호를 조형적으로 구성해 표정을 만든 것이 본격적인 출발이다. 당시 미국 카네기멜론대 스코트 팔먼 컴퓨터과학부 교수가 학생들이 ‘;-)’나 ‘:-(’ 등으로 메시지를 사용하는 것을 목격하고 당시 경험을 글로 쓰면서 처음 알려졌다. 당시 학생들이 쓴 이모티콘은 ‘기분이 좋다, 좋지 않다’는 뜻이었다.

기호형의 단순한 이모티콘이 변화한 건 1992년 일본 휴대전화 메시지 송·수신에서다. 문장부호 대신 그림을 사용한 이모티콘이 ‘이모지’(이모티콘의 일본식 표현이다)란 명칭으로 쓰이기 시작했다. 이모티콘과 이모지는 둘 다 ‘디지털 소통에서의 비언어 요소’란 의미로 통용된다. 다만 기술적·활용도 측면에서 이모지가 이모티콘보다 좀 더 진화했다고 볼 수 있다.

이모지는 등장하자마자 폭발적 인기를 누렸다. 2010년대 들어선 다양한 휴대전화 운영체제(OS)에서 폭넓게 채택됐다.

2014년 미국 언어 조사 기관 글로벌랭귀지모니터(GLM)는 ‘올해의 단어’로 ‘사랑’을 뜻하는 하트 모양 이모지(♥)를 발표하기도 했다. 그해 인터넷상에서 가장 많이 쓰인 단어라는 게 선정 이유였다. 이듬해 온라인 사전 검색 서비스 옥스퍼드딕셔너리즈닷컴(www.oxforddictionaries.com)은 이모지를 ‘올해의 단어’로 꼽았다. 이모지의 대중적 인기를 다시 한 번 입증한 것이다.

이모지 관련 정보를 취급하는 웹사이트 이모지피디아(emojipedia.org)에 따르면 2016년 6월 기준 컴퓨터 언어 표준을 정하는 ‘유니코드 스탠더드(Unicode Standard)’에 수록된 이모지는 2천666개. 카카오톡이나 왓츠앱, 페이스북 메신저 등 주요 인스턴트 메시지 송·수신 앱이 기본적으로 제공하는 이모지나 유가(有價) 이모지는 제외된 수치다. 이모지피디아 측은 “2018년 기준으로 모든 이모지의 사용 건수를 더하면 하루 50억개는 될 것”이라고 추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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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자의 감정을 하나의 캐릭터로 보여주는 ‘이모지’가 AR(증강현실) 기술을 응용해 한 단계 진화했다. 삼성전자가 갤럭시S9 시리즈에서 공개한 AR 이모지. <삼성전자 갤럭시S9 캡쳐>

◆얼굴로 이모지를 만들다

한국에서도 이모티콘은 널리 쓰이고 있다. 2015년 시장조사기업 마크로밀엠브레인이 성인 남녀 1천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10명 가운데 8명(80%)이 모바일 이모티콘을 일상적으로 이용하고 있다고 답했다. 국민 97%가 사용하고 있다는 카카오톡이 지난해 발표한 자료를 보면 이모티콘을 구입한 사람은 1천700만명에 달하고 한달 동안 20억건이 발송된다. 이모티콘을 쓰기 시작한 2012년, 280만명이 4억건을 발송한 것과 비교하면 급성장한 것이다.

산업적 효과도 크다. 카카오톡 이모티콘은 2011년 6종에서 지난해 5천500종으로 폭발적으로 성장했다. 카카오에 따르면 이모티콘 판매로 10억원 이상 번 사람은 지난해 20명이 넘는다. 대학생, 직장인, 주부 등 많은 사람이 기발한 이모티콘 하나로 ‘인생 역전’을 꿈꾸며 이모티콘 제작에 도전하고 있다.

국내에서 가장 인기있는 이모티콘은 ‘카카오프렌즈’다. 초기에는 스마트폰으로 메시지를 주고받는 메신저 애플리케이션이었으나 앱의 인지도가 높아지면서 캐릭터 산업으로 발전했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이 지난해 국내외를 구분하지 않고 캐릭터 인지도를 조사한 결과 카카오프렌즈는 국내 캐릭터 인지도 1위를 차지했다. 전년(21.4%)보다 10%포인트 넘게 인지도가 상승해 32.2%를 기록했다.

이모티콘은 최근 3D 아바타로까지 진화했다. AR(증강현실)가 탑재된 이모지 기능이 나오면서 스마트폰 카메라를 통해 사람뿐만 아니라 사물, 동물 등 모든 피사체를 3D형태로 만들 수 있게 됐다. 삼성 스마트폰 갤럭시9(+)에 탑재된 AR 이모지 기능이 대표적이다.

삼성전자가 갤럭시S9 시리즈에서 공개한 AR 이모지는 이용자가 셀프 카메라를 한 번만 찍으면, S9의 카메라 센서가 이용자의 눈·코·입·뺨·이마 등 100개 이상의 얼굴 특징점을 파악해 18가지 감정 표현이 가능한 3D 입체 캐릭터를 단 5초 만에 만들어준다.

이모티콘은 오프라인에서도 소통의 도구가 됐다. 스위스의 의류 스타트업인 아이콘스피크는 2016년 다양한 이모티콘을 넣은 티셔츠를 만들어 화제가 됐다. 티셔츠에는 버스, 택시, 호텔 등 다양한 이모티콘이 표시돼 있는데, 언어가 통하지 않는 다른 나라에서 손가락으로 간단히 가리키는 것만으로 소통이 가능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창업자가 베트남 여행을 갔을 때 소통이 되지 않아 고생했던 경험을 토대로 사업화를 한 것이다. 이 밖에 거리에 흔하게 보이는 각종 경고문, 안내판에서도 이모티콘은 필수다.

손선우기자 sunwoo@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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