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드유” 페미니즘 ‘열공’ 모임 늘고 있다

  • 최미애
  • |
  • 입력 2018-04-26   |  발행일 2018-04-26 제21면   |  수정 2018-04-26
■ ‘모두를 위한’ 대구의 페미니즘 모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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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주 월요일 저녁 열리는 페미니즘 책 읽기 모임인 페미니즘 북클럽 ‘레드 스타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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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대 페미니스트 모임 KFC의 회원들이 하일지 동덕여대 교수 미투와 관련해 작성한 자보. 작은 사진은 KFC의 허은채·김가현씨(왼쪽부터).

강남역 살인사건, 미투 운동을 계기로 여성들이 페미니즘에 눈뜨고 있다. 일상생활에서 자신이 겪었던 성차별을 이야기하는 데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페미니즘을 공부하기 시작한 것이다. 대구에도 페미니즘 모임이 생겨나고 있다. 이들은 페미니즘 서적을 읽으면서 공부하기도 하고, 지역에서 열리는 페미니즘 강의에 참석하기도 한다. 대구에서 활동 중인 페미니즘 모임 두 곳을 찾아가봤다.

◆ 페미니즘 북클럽 ‘레드 스타킹’

페미니즘 북클럽 ‘레드 스타킹’은 매주 월요일 저녁 경상감영공원 인근 카페 스몰토크에 모여 페미니즘 관련 책을 읽는다. 2016년 8월 더폴락에서 열린 한 북토크에서 만난 사람들이 같이 페미니즘을 공부하기 위한 비공개 모임에서 시작했다. ‘혼자가 아니다’를 모토로 책을 읽고 함께 이야기를 나눈다.

지난해 10월 ‘레드 스타킹’으로 이름을 바꿔 본격적으로 책을 읽는 모임으로 발전했다. 모임명은 첫 모임에서 읽었던 ‘성의 변증법’의 저자 슐라미스 파이어스톤이 활동했던 여성주의 단체 ‘레드 스타킹스’에서 따왔다.

배수정씨(34)는 “페미니즘의 다양한 영역을 다루는 대표 서적이면서 혼자 읽기 힘든 책을 선택해 함께 읽고 있다. 강연이나 페미니즘 학자, 연구 활동가 등의 추천 도서를 참고해 책 후보를 선정한 뒤 내부 투표를 통해 읽을 책을 결정한다”고 말했다.


여성주의 단체서 이름 딴 ‘레드스타킹’
2016년 북토크서 만나 비공개모임 후
작년 10월부터 북클럽으로 월요 모임
‘혼자가 아니다’ 모토 함께 독서·토론
영화 관람·강의 개최·지역이슈 목소리

올 2월 자생적으로 싹튼 경북대‘KFC’
“동아리내 성폭력 등 계기로 관심·참여”
10여명 활동인원 중 남학생도 포함돼
“사회적 약자 대한 혐오·차별 지양 목표”
책읽기·뉴스스크랩·토론·대자보 열심



레드 스타킹 참가자들에게는 공통분모가 있었다. 페미니즘을 공부하며 함께 성장해나가고자 하는 것이다. 최하은씨(21)는 “미투가 뜨면서 무고죄, 꽃뱀이라는 말이 따라 붙는 것을 보고 회의감을 느꼈다. 온라인에서 이런 댓글을 보고 분노하고 싸우는 건 발전이 없다고 생각해서 동참하게 됐다”고 말했다. 남성으로 이 모임에 참여하고 있는 최모씨(31)는 “가부장제, 남성연대에 부정적인 경험이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페미니즘에 공감하게 됐고, 공부하고 싶었다”고 했다.

북클럽이라고 해서 책만 읽는 건 아니다. 영상회에서 관련 영화를 보기도 하고 페미니즘 강의를 진행하기도 한다. 오는 28일에도 ‘성폭력을 다시 생각하기 위한 다섯가지 키워드’를 주제로 한 강의를 준비하고 있다. 최근에는 경북대 미투 관련 여성단체 기자회견을 포함한 지역의 여성 관련 이슈에도 함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이은진씨(38)는 “페미니즘은 이론도 필요하지만 실천도 무장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책 모임을 하는 건 페미니즘에 접근할 수 있는 진입장벽을 낮추는 의미가 있어 북클럽을 기반으로 여성주의 활동도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레드 스타킹은 앞으로 페미니즘을 이야기하고 싶은 이들이 모일 공간도 마련하고 싶다고 했다. “대구에는 아직 없지만 페미니즘 복합 문화 공간을 만들고 싶어요. 페미니즘을 이야기하고 싶은 여성들이 쉴 수 있고 여성들을 위한 일자리도 만들어지는 거죠.”

◆ 경북대 페미니스트 모임 KFC

대구·경북 지역 대학가에도 페미니즘 모임이 자생적으로 싹을 틔우고 있다. 지난 2월 시작한 경북대의 페미니스트 모임 KFC(Kyungbuk University Feminist Club)도 그중 하나다.

모임의 회장을 맡고 있는 김가현씨(22)는 “페미니즘이 여성주의를 의미하기 때문에 여성을 위한 모임은 맞지만, 기본적으로는 사회적 약자에 대한 혐오와 차별을 지양하는 것이 KFC가 나아가고자 하는 방향”이라고 설명했다.

KFC는 다른 지역 대학의 사례를 보고 처음 시작됐다. 학생들이 교류수업을 들으러 갔던 전남대에 페미니즘 모임이 있어 벤치마킹하게 됐다. 활동인원은 10여명으로, 남학생도 1~2명 포함되어 있다. 김씨는 “학교 만화 동아리 내에 성폭력이 있었는데 오히려 덮으려 하고, 2차 가해를 하는 것을 보고 목소리를 냈는데 그 일을 계기로 페미니즘에 관심을 갖게 됐다”고 말했다. 모임에 참여하고 있는 허은채씨(22)는 “강남역 살인사건을 계기로 페미니즘에 대해 인식하게 됐다. 가해자를 옹호하는 흐름이 있는 걸 보고 충격을 받았다”며 “모임에 참여해보니 여러 여성 문제에 대해 함께 공감하고 연대할 수 있어 위로가 된다”고 말했다.

아직 생긴 지 얼마 안 된 모임이기 때문에 KFC는 페미니즘의 기초를 스스로 닦아나가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 페미니즘 관련 책을 읽고 관련된 지식을 쌓으면서, 관련 뉴스를 스크랩해 자유롭게 토론하고 있다. 교내 페미니즘 강연을 홍보하고, 여성 이슈에 대한 자보를 교내에 붙이기도 한다. 최근에는 하일지 동덕여대 교수 미투와 관련해 자보를 붙여 연대의 목소리를 내기도 했다. 앞으로도 페미니즘과 관련된 대구의 모임과 강연에 꾸준히 참여하겠다는 게 KFC의 계획이다.

글·사진=최미애기자 miaechoi21@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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