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거물급 금융계 인사 가운데 대구·경북 출신들이 새삼 주목받고 있다. 창립 7년째인 DGB금융그룹이 올해 처음 금융지주회장감을 외부인사 중에서 찾는 공모절차를 진행하면서부터다.
DGB금융그룹은 당초 조직쇄신 차원에서 명망있는 지역 출신 외부인사를 추천하겠다고 밝혔지만 예상과 달리 중량감 있는 대상자는 그리 많지 않았다는 후문이다. 그나마 ‘진흙 속에서 진주’를 찾는 심정으로 지원자 중 이경섭 전 NH농협은행장과 김태오 전 하나HSBC생명 사장을 최종 후보자명단에 올렸다. 공모 과정에서 ‘풍요 속 빈곤’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인물난을 겪었다는 것이 지역 금융권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6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역출신으로는 일단 현직 국책은행 수장 2명이 눈에 띈다. 의성 출신인 김도진 IBK기업은행장(59)은 대륜고를 나와 기업은행에서만 30년 넘게 몸담았다. 김 행장은 남북정상회담에 따른 남북경제협력 재개를 앞두고 개성공단 입주기업을 지원하는 방안에 한창 골몰하고 있다.
안동 출신인 이동걸 KDB산업은행 회장(65)은 국내 산업지형도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 한국GM 및 금호타이어 사태와 관련해 언론에 자주 노출된 바 있다. 금융위원회 부위원장, 한국금융연구원장 등을 역임했다.
현직 금융사 CEO으로는 허인 KB국민은행장(57)이 지역 출신으로 분류된다. 대구고를 나온 그는 지난해 10월 은행장에 내정되면서 국내 시중은행장 중 유일한 1960년대생으로 크게 주목받았다. 일약 국내 은행권 CEO 세대교체 바람의 기수로 떠오르기도 했다.
3년 전부터 상호저축은행중앙회의 수장을 맡고 있는 이순우 회장(68)은 경주 출신으로 대구고를 졸업했다. 우리금융지주회장을 역임한 이력을 갖고 있다. 지난 3월에는 대구출신으로 대륜고를 나온 김윤식씨(62)가 신협 중앙회장 자리에 올랐다. 전국에 898개 단위조합을 거느린 신협중앙회의 총 자산은 82조원(지난해말 기준)이다.
지난해 4월 국내 1호 인터넷전문은행인 ‘케이뱅크’를 출범시킨 심성훈 은행장 또한 잘 알려지진 않았지만 대구 출신 인사다. 심 행장은 IT를 접목한 디지털 금융의 선구자로 업계에 인식되고 있다.
상주 출신으로 경북고를 졸업한 황록 신용보증기금 이사장(62)은 지난 2월 임기를 1년8개월 남겨놓고 돌연 사퇴를 표명한 바 있다. 이달 중 새 신보 이사장이 임명되면 지휘봉을 내려놓는다. 전직 금융관료인사 중에는 권혁세 전 금융감독원장(62)을 빼놓을 수 없다.
최수경기자 justone@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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