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맘 상담실] 슬로푸드 요리하듯 수학 공부하는 법

개념과 원리를 알아가며 천천히 수학 공부를 하면 훨씬 더 깊이 배울 수 있다고 교사들은 조언한다. 수학 시간에 개념을 익히는 초등생들. <대구시교육청 초등교육과 제공>

수학은 개념과 원리를 이해하지 못하면 다음 단계로 나아갈 수 없다. 하지만 상당수 학생들은 이를 가볍게 여겨 문제풀이에만 집착한다. 슬로푸드를 만들 듯 천천히, 하지만 깊이있게 수학 공부를 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현직 교사에게 조언을 들어봤다.

Q. 우리 아이들은 왜 수학을 어려워할까요.

A: 아이들의 학년이 올라갈수록 수학을 어려워하고 성적이 잘 나오지 않는다고 고민하는 학부모가 많습니다. 왜 그럴까요. 첫째, 수학은 숫자와 기호들이 조합되어 있는 새로운 언어이기 때문입니다. 일상의 대화에 사용하는 우리말은 상황에 따라 쉽게 풀어 쓰거나 자세히 쓸 수 있지만 수학은 형이상학적인 숫자와 기호의 조합이 대부분입니다.


수학은 형이상학적 숫자·기호의 조합
초기에 시간 들여 개념과 원리 익히고
다양한 예시문제를 통해 속도 높여야


둘째, 수학은 계열성이 있는 학문입니다. 기초가 부족해서 수학을 어려워 하는 고학년 학생 대부분은 정확하고 빠른 계산을 위해 수학적 개념이나 원리를 속성으로 익히려고 합니다. 속성으로 익힌 개념과 원리는 일시적으로는 수학을 잘 하는 것처럼 착시현상을 보이지만 결국 사상누각과 같이 시간이 지나면서 소용이 없어집니다. 개념과 원리는 당장의 수학문제를 해결하는 중요한 요소이기도 하지만 다음 단계 수학 공부의 밑거름이기 때문에 슬로푸드를 만들 듯이 시간과 노력이 들여 깊이 있고 다각적으로 이해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Q. 실력을 향상시킬 수 있는 방법은 정말 없을까요.

A: TV 프로그램 중 ‘냉장고를 부탁해’라는 요리대결 프로그램이 있습니다. 출연하는 요리사들은 한식, 양식, 일식, 중식 등의 요리 대가이고 5분 안에 멋진 요리를 만들어 내죠. 이 요리사들이 처음 음식을 만들 때 어떠했을까요? 많은 시간과 노력을 기울여 여러 가지 식재료의 특성, 요리 기구 사용법, 요리방법 등을 익혔을 겁니다. 그 과정을 통해 자신만의 요리방법을 만들어 내면서 지금의 멋진 요리사가 되었을 것입니다.

수학이라는 슬로푸드 또한 개념과 원리를 익히는 초기에는 시간과 노력을 기울여 깊이 있게 학습하고 개념과 원리가 내것이 되었다고 생각될 때 다양한 예시문제를 통해 문제 해결 속도를 높여야 합니다. 이런 생각을 가지고 수학 공부를 하게 되면 패스트푸드처럼 빠르진 않지만 슬로푸드를 요리하는 과정이 정확해지고 조금씩 빨라지게 됩니다.

Q. 개념과 원리, 어떻게 공부해야 하나요.

A: 수학이라는 슬로푸드의 제일 중요한 재료인 개념과 원리 익히는 방법을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지금부터 이야기하는 내용들은 학교 수업 중 활용해도 좋고 가정에서 개별 공부할 때 참고해도 좋습니다. 단, 이 과정에는 노력과 시간이 필요하다는 점을 고려해야 합니다.

첫째, 무엇을 알고 있는지 파악하고 문제를 이해합니다. 새로운 단원을 시작할 때 자신이 이 단원과 관련해 이전에 공부한 내용이 어떤 것이 있는지 파악해보는 것이 좋습니다. 수학적인 내용도 좋고 그렇지 않아도 상관은 없습니다. 예를 들어 ‘분수의 나눗셈’이라는 새로운 단원을 공부한다면 먼저 ‘분수의 나눗셈’이라는 단원명을 키워드로 해 글이나 그림(마인드맵) 등으로 정리해봅니다.

둘째, 나만의 방법으로 개념을 정의해 봅니다. 수학적 문제 상황을 잘 파악해 보았다면 다음 단계는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입니다. 문제의 유형에는 수학적 개념, 원리를 찾는 문제, 개념과 원리를 이용해 문제를 해결하는 문제 등으로 나누어 볼 수 있습니다.

셋째, 다양한 해결방법을 예상하고 원리 찾기입니다. 원리(공식, 알고리즘)를 찾는 활동은 초등생에게 어렵지만 원리를 찾는 결과에 집중하기보다 과정을 연습하면서 수학적 사고력을 키우는 것이 중요합니다. 문제 상황을 파악한 후 원리를 찾는 공부하는 방법은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다양한 방법을 예상하고, 예상한 방법을 이용해 문제를 해결하는 것입니다. 해결 과정을 보면서 원리를 찾아보는 것도 도움이 됩니다.

넷째, 사고하고 활동하고 협력하기입니다. 머리로만 공부하는 것보다 사고하고 활동하고 협력하면서 공부하면 효과적입니다. 단순 머리로만 수학을 공부하는 것이 아니라 구체물을 관찰하면서 개념의 특성을 파악하거나 자신이 생각한 수학적 아이디어(내가 만든 개념, 문제 풀이과정 등)를 주변 사람들에게 설명해주는 것 등이 해당됩니다. 사고하고 활동하고 협력하면서 익힌 개념과 원리는 기억에 깊숙이 남게 되고 잊어버린다 해도 학습한 과정이 자전거 타기처럼 습관이 될 것입니다.

이효설기자 hobak@yeongnam.com
▨도움말=대구 함지초등 김종욱 교사

이효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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