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대구로에서] 김관용 도지사의 도전을 응원한다

  • 전영
  • |
  • 입력 2018-06-20   |  발행일 2018-06-20 제30면   |  수정 2018-06-20
김 도지사의 진정성과 노력
누구도 생각하지 못한 도전
퇴임 후도 계속되리라 믿어
2년후쯤에는 영어가 유창한
필리핀 가이드 돼있을 수도
[동대구로에서] 김관용 도지사의 도전을 응원한다

지난 13일 새로운 경북도지사로 이철우 전 국회의원이 당선됐다. 앞으로 그가 4년 동안 경북도라는 배를 운항할 선장이다. 그의 당선과 함께 이제는 언론에서 이름을 찾아보기 어려운 사람이 한 명 생겼다. 지난 시간 경북도를 이끌어왔던 김관용 도지사다. 그러나 김 도지사는 언론이 더 이상 찾지 않는 것이 아니라 그가 스스로 언론으로부터 멀어지기를 선택했다는 점에서 지금까지의 단체장들과 다른 새로운 선택이다.

지금까지 많은 단체장들이 임기가 끝난 후에도 “어디 내가 갈 만한 편한 자리가 없을까”라며 이곳저곳을 기웃거리는 모습을 보여왔다. 수십 년간의 정치·행정 경험을 후배에게 전달하는 한편 보다 나은 길로 가기 위한 조언을 아끼지 않는다는 측면에서 긍정적인 평가도 있다. 그러나 그런 모습보다는 오히려 과거의 권력에 연연하거나 집착하는 모양새가 더 많았다.

김 도지사는 80을 바라보는 나이에 낯설고 물선 필리핀행을 선택했다. 사람들은 이런저런 이유를 들고 있지만, 나는 사석에서 여러 번 영어울렁증을 이야기한 김 도지사의 “영어를 제대로 배워 보고 싶다”는 말을 믿는다. 영어 하나 배우기 위해 이국땅까지 가느냐고 하겠지만, 지금까지 그의 도전행보를 보면 이해 못할 일도 아니다.

뒤돌아보면 그의 행보는 필리핀행보다 더한 도전의 연속이었다. 구미세무서장을 박차고 나와 도전한 구미시장 선거에서부터 구미시장을 3번 연임하고 뛰어든 경북도지사까지 어느 것 하나 쉬운 것이 없었다. 경북도지사에 처음 도전했을 당시 상대는 그보다 훨씬 더 거물이었고 대부분의 사람들은 계란으로 바위 치기쯤으로 치부했다. 결과는 예상과 달리 그의 승리였다.

지난해 새누리당 대통령 후보 경선 출마는 도지사 도전보다 더 무모했지만 “TK에서 누군가 희생해야 하고 누군가 책임져야 한다”는 ‘염치’가 그를 중앙 무대에까지 나서게 했다고 한다. 염치(廉恥)는 ‘체면을 생각하거나 부끄러움을 아는 마음’이다. TK가 만든 대통령이 탄핵된 책임을 TK가 져야 하고, 그 책임을 지고 희생해야 했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었다. 그는 사석에서 “6선의 경험을 가진 내가 왜 떨어질지 몰랐겠냐”고 말했다. 거기에 모든 설명이 담겨 있다.

얼마 전 김 도지사와 러시아·카자흐스탄 방문길에 동행했을 때 이전까지 보지 못했던 장면을 수차례 목격했다. 호텔에서 아침식사 시간에 그는 직접 자신의 식판을 들고 이것저것 음식을 골라담았다. 가만히 앉아 있으면 누군가 가져다주던 과거와 달랐다. 비행기표를 티케팅할 때도 공무원들의 도움을 받았지만, 직접 카운터까지 가서 항공사 직원과 이야기를 하는 적극적인 모습을 보였다. 큰일은 아니지만 스스로 도지사 퇴임 이후에 혼자 헤쳐가야 하는 준비를 하는 것 같았다. 아직은 더 배워야 할 것이 많다. 그러나 생각을 바꾸면 행동은 따라오게 되어 있다.

이제는 수행원 없이 한 발도 움직이지 않았던 시간도, 수많은 카메라 플래시가 있던 시간도, 매일 언론에 웃는 얼굴이 실리던 시간도 끝났다. 지난 50여 년의 공직생활 중 처음으로 ‘혼자’라는 것을 느낄 것이다. 7월 필리핀행 항공기를 탈 때부터 그는 스스로 표를 끊고 수하물을 보내고 줄을 서서 기다리다 출국장을 통과해야 한다. 이번에 경험했기에 조금 덜 당황하길 바란다.

아직은 걸음마 단계지만 지금까지처럼 진정성을 갖고 하나하나 배워나간다면 지금까지와 비교해 그리 어려운 도전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2년 후쯤 영어를 유창하게 구사하는 멋진 필리핀 가이드가 되어 있어도 나는 놀라지 않을 준비가 되어 있다. 그의 새로운 도전이 분명 우리에게 신선하다는 것 이상의 다른 결과를 만들어올 것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전영 경북본사 1부장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오피니언인기뉴스

영남일보TV





영남일보TV

더보기




많이 본 뉴스

  • 최신
  • 주간
  •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