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진환의 별난집 별난맛] 국수 명가

  • 인터넷뉴스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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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06-29   |  발행일 2018-06-29 제38면   |  수정 2018-06-29
후루룩 짭짭…국수 오디세이
매년 소서(小暑·올해는 7월7일)쯤이면 무더위와 함께 본격적인 장마가 시작된다. 요즘처럼 비가 잦은 날에는 국수처럼 담백하고 따뜻한 국물 생각이 간절하다. 그래서일까. 비 오는 날엔 평소보다 국수의 매출이 80% 이상 늘어난다고 한다. ‘선주후면(先酒後麵)’이라 했다. 내친김에 막걸리까지 한잔 먼저 걸치면 비 때문에 우울해진 기분을 한방에 날려 버릴 수 있다. 우리 몸은 뭔가가 먹고 싶을 때가 있다. 단순히 식욕이라 생각할 수 있지만 사실 우리 몸은 결핍된 그 뭔가를 찾는 것이다. 다시 말해 꼭 필요한 영양분이나 칼로리를 채우려 하는 것이다. 우리 신체의 자동조절능력이랄 수 있다. 비가 올 때는 습도 역시 많이 올라간다. 당연히 불쾌지수도 높다. 몸에서는 열이 많이 발생한다. 밀가루 음식은 열을 낮춰 몸을 식혀준다. 밀가루 단백질의 주성분인 비타민B와 아미노산의 세로토닌 성분은 탄수화물 대사분비를 증대시켜 기분을 좋게 한다. 날씨가 흐리고 비가 오면 마음도 가라앉고 우울해진다. 몸의 혈당치까지 낮아진다. 자연스럽게 전분이 함유된 음식이 당기게 된다. 전분이 몸에 흡수되면 당으로 변한다. 비 오는 날 나도 모르게 국수가 먹고 싶은 욕망이 생기는 이유다. 이번 주에는 자기만의 레시피를 갖고 있는 지역의 국수 명가 몇 곳을 소개해 본다.

▶김태희 옛날손국수 (053)616-0767

새우·오만둥이·홍합 얼큰한 갱시기 해물국
칼제비 버전…아삭한 콩나물·달달한 감칠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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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희 옛날손국수’의 해물 국수.
얼큰한 해물국수로 잘 알려져 있다. 새우, 오만둥이, 홍합, 바지락, 콩나물 등이 들어간 갱시기 스타일이다. 갱시기는 경상도에서 유독 많이 먹는 향토음식이다. 옛날 모든 식재료가 부족할 때 식사의 양을 늘리기 위한 음식이었다. ‘갱죽’ 혹은 ‘밥국’이라고도 한다. 이 집은 칼국수와 수제비가 동시에 들어간 ‘칼제비’ 버전이다. 김칫국물 느낌이 살짝 나는 진한 국물은 달달하면서 감칠맛이 있다. 푸짐한 콩나물이 제법 아삭아삭하다. 담백하면서 시원한 맛인데 비가 촉촉이 내리는 날엔 더욱 별스러운 맛을 풍겨낸다. 면과 수제비를 먹고 난 뒤에는 남은 국물에 밥을 말아 먹는다. 이때 얼큰 해물국수의 진가를 유감없이 발휘하게 된다. 이 집은 때가 되면 줄을 서는 곳이다. 특히 육수가 유달리 진한 손국수를 찾는 사람이 많다. 육수는 멸치로 만든 진액 같은 느낌이 들 정도로 농밀하다.

면은 직접 치대고 숙성시켜 손으로 썰어낸다. 울퉁불퉁하지만 그래서 더 부드럽고 쫄깃하다. 먹는 내내 면이 적당한 탱탱함을 유지한다. 잘 익은 열무김치에 육수를 보탠다. 살짝 얼어 있는 열무김치에 소면을 말아 먹으면 동치미국수 같은 맛이 전해진다. 첫맛은 무덤덤하지만 먹을수록 깊은 맛이 나는 콩국수도 별미다. 삶은 돼지고기도 국수 못지않은 인기 메뉴. 돼지고기엔 적당한 지방이 스며들어가 있어 촉촉하면서 탄력이 느껴진다. 달성군 옥포면 옥포로 644-2.


▶달팽이식당  010-3511-1233

메밀 함량 많아 차지고 좀더 부드러운 면발
현지 소바집 느낌…달달하고 짭조름한 쓰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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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밀가루로 만든 국수인 ‘소바키리’를 줄여 ‘소바’라 부른다. 어두운 갈색빛이 도는 메밀면과 달리 메밀가루는 새하얗다. 가루 위에 물을 붓고 반죽을 시작해 면발의 쫄깃함을 위해 중간 무렵에 차가운 얼음물을 붓는다. 보통 메밀과 밀을 섞어 면을 만드는데 메밀가루가 많이 들어갈수록 면 색깔은 하얗다. 소바는 종류도 다양하다. 주로 간장을 베이스한 쓰유에 메밀국수를 찍어 먹는다. 채반에 건진 면을 찍어 먹는 것은 ‘모리소바’, 김을 뿌린 면을 찍어 먹는 것은 ‘자루 소바’, 여기에 덴푸라를 얹으면 ‘텐자루 소바’, 뜨거운 국물에 부어먹는 소바는 ‘카케 소바’로 이 위에 튀김, 유부 등을 곁들인다.

이 집은 오가와 이토가 지은 ‘달팽이 식당’이란 책에 나오는 마법 같은 일들이 일어날 것 같은 작고 아담한 식당이다. 일본 현지 소바집 느낌을 준다. 이 집 메밀국수는 뜨거운 국물이나 차가운 육수에 간장, 무, 파, 고추냉이 등을 넣고 적셔 먹는 ‘소바키리’ 스타일이다. 모리소바도 맛있는 집이다. 가다랑어를 우려내고 맛술, 간장 등으로 맛을 낸 진한 쓰유는 달달하면서 짭조름하다. 모리소바는 첫맛은 짜고 먹을수록 맛이 옅어지는 게 보통이다. 그런데 이 집은 면을 다 먹을 때까지 똑같은 맛을 유지한다. 메밀 함량이 많아 차지고 좀더 부드러운 느낌이다.

한우 채끝 등심에 캄파뉴 빵을 곁들이는 샐러드도 있다. 독일맥주, 알코올도수가 높고 향이 진한 벨기에 맥주 등도 있다. 아무튼 테이블 3개 정도의 정말 달팽이 속 같은 재미있는 곳이다. 중구 중앙대로 81길46.

▶동부포차  (053)752-1258

비빔국수 입소문…짜지 않아 술안주로도 제격
도톰한 중면,  씹히는 맛 풍부하고 중독성 강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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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 5시30분부터 문을 여는, 골목 어귀 어디에나 있을 법한 실내포장마차다. 비빔국수가 맛있기로 소문난 곳이다. 일단 양이 푸짐하다. 별로 짜지 않아 술안주로도 좋다. 달달하지만 고추장 특유의 텁텁함은 없다. 새콤한듯 하면서도 상큼하다. 입맛 없을 때 입맛을 살려주는 맛이다. 그래서 중독성도 강하다. 삶은 면을 재빨리 찬물로 씻어서 면발이 무척 탱탱하다. 도톰한 중면을 써서 소면보다 씹힘성이 더 풍성하다. 양념은 겉돌지 않는다. 면과 침 사이를 양념이 파고든다. 맛의 균형이 잡힌다. 포장마차지만 비빔국수와 잔치국수를 찾는 사람이 더 많다. 동구 효신로 8-1.



▶텐카이이치멘  (053)763-5004

진한 육수 우려낸 일본보다 더 일본 같은 라면
즉석에서 뽑아낸 생면…먹는내내 탱글함 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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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보다 더 일본 같은 라면을 내는 곳이다. 육수부터 다르다. 돼지사골, 돼지머리, 소사골, 닭한마리, 다시마를 비롯한 해산물과 채소류를 부뚜막 대형 가마솥에서 우려낸다. 고온에서 1시간, 중불에서 10시간 정도 끓인다. 불을 끄고 부뚜막에 남아 있는 잔열로 밤새도록 숙성시킨다. 다음 날 아침 다시 불을 지펴 일정한 농도를 맞춘다. 마치 에스프레소 더블샷을 마시는 느낌 정도로 진하다. 발효간장으로 맛을 내는 ‘쇼유라멘’. 군더더기 없이 깊이가 있고 깔끔한 맛이다. 소금으로 간을 하는 ‘시오라면’은 육수 본연의 맛을 전해준다.

일본된장과 한국된장을 혼합해 만든 ‘미소라면’은 느끼함이 없이 구수하다. 국물과 어우러지는 면발이 감칠맛으로 남는다. 라멘은 증숙시킨 후 기름에 튀긴 면에 분말스프를 넣는 우리 라면과 다르다. 즉석에서 뽑아낸 생면이다. 반죽·숙성·제조까지가 전자동이다. 일본산 제면기가 있는 제면실까지 별도로 운영하고 있다. 그날 온도와 습도에 따라 숙성시간을 달리한다. 그래서인지 먹는 내내 퍼지지 않고 면발이 탱글함을 그대로 유지한다. 라멘은 후루룩 소리를 내고 먹어야 제대로 된 맛을 알 수 있다. 먼저 양념된 돼지고기인 차슈와 삶은 계란을 양념에 조린 아지다마, 그리고 숙주나물은 면 아래로 살짝 숨긴다. 국물부터 먼저 맛을 본다. 기호에 따라 고추기름이나 화끈한 매운맛을 원하면 청양고추를 넣어도 좋다. 냄새에 민감하다면 후추도 약간 넣어준다. 으깬 마늘을 조금 넣으면 감칠맛도 증폭된다. 수성구 신천동로 6.


▶브이비엔  (053)965-4499

곁들여진 양념으로 농도·매운맛 조절
새콤달콤한 볶음 쌀국수‘팟타이’별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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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콤·달콤한 베트남식 쌀국수가 있는 ‘브이비엔(BUIVEN)’. 베트남 음식은 자극적이지도 느끼하지도 않다. 담백하다. 칼로리가 낮고 색·향기·맛의 밸런스가 유지된다. 그래서 베트남식은 최근 웰빙 열풍을 타고 세계적으로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 곁들여진 양념을 사용하여 매운 정도와 맛의 농도를 취향대로 조절할 수 있다. 쌀국수 특유의 진한 육수에 샬럿(양파류), 핫칠리, 부드러운 맛과 짠맛과 감칠맛을 더해주는 ‘느억맘(Nuoc mam)’ 등으로 맛을 내기 때문에 우리 입맛에도 잘 맞다. 이 집 쌀국수는 양지와 닭뼈, 그리고 대파, 양파, 생강과 고수뿌리, 팔각 등 여러 향신료를 함께 오랜 시간 고아 진한 국물을 낸 게 특징이다. 진하게 우려낸 사골로 육수의 농도를 조절한다. 양지, 닭가슴살, 불고기, 안심, 힘줄 등 다양한 고명이 얹혀 나온다. 홍합을 기본으로 한 얼큰한 해산물 쌀국수와 모시·바지락조개로 맛을 낸 맑은 해산물 쌀국수도 있다.

새콤·달콤·짭짤한 볶음 쌀국수인 ‘팟타이’도 별미다. 새콤달콤한 라임, 베트남 기본 조미료인 느억맘을 넣은 차가운 국물에 적셔 먹는 ‘분짜’도 이색적인 맛이다. 모리소바와 먹는 방법이 비슷하다. 숯불향을 입힌 돼지고기가 분짜에 곁들여진다. 국수 한 그릇만으로도 든든하다. 신선한 채소를 듬뿍 넣어 먹으면 맛이 더 풍성해진다. 동구 이노밸리로 322 비젼스퀘어2.

음식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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