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대구여성의 삶, 양성평등과는 여전히 거리 멀다

  • 허석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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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07-05   |  발행일 2018-07-05 제31면   |  수정 2018-10-01

매년 7월1~7일은 양성평등 주간이다. 남성과 여성의 조화로운 발전을 통해 정치·경제·사회 등 모든 영역에서 실질적인 남녀평등의 이념을 구현하기 위해 제정됐다. 마침 대구여성가족재단이 양성평등 주간을 맞아 ‘2018 통계로 보는 대구여성의 삶’을 발간했다. 성(性)인지 관점에서 대구여성의 삶을 영역별로 정리한 것이다. 하지만 통계에 나타난 대구 여성의 사회적 지위와 경제적 활동은 여전히 높은 벽에 가로막혀 있다.

우선 대구지역 여성의 경제활동이 남성에 비해 턱없이 저조하다. 지난 5월 기준 대구여성 경제활동 참가율은 53%로, 남성 71.5%에 비해 18.5%포인트 낮다. 특히 취업여성 3명 중 1명은 비정규직이다. 월 평균 실질임금은 158만3천원으로 남성임금(258만9천원)의 61.6% 수준이다. 이는 전국 평균 179만2천원보다 낮고 7대 광역시 중에서도 가장 적다. 여성의 사회진출이 늘고는 있으나 남성보다 임금이 낮고 비정규직이 많다는 것은 그만큼 일과 가정이 양립하기 어려운 환경에 놓여 있음을 말해준다. 정부 차원의 보육지원 확대와 함께 가정에서도 여성이 ‘독박육아’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남성의 육아 참여가 절실히 요구된다.

정부의 지속적인 노력에도 불구하고 한국사회의 여성차별 의식은 여전하고 유리천장도 굳건하다. 지난해 말 세계경제포럼(WEF)이 발표한 ‘세계 성격차 보고서 2017’에 따르면 한국은 성격차지수가 0.650으로 조사대상 144개국 중 118위에 머물렀다. 아프리카 튀니지·감비아와 비슷한 위치에 있다. 영국의 이코노미스트가 지난 3월 발표한 ‘유리천장지수’에서도 한국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29개 회원국 가운데 5년째 최하위를 기록했다. 지난해 여성가족부가 분석한 매출액 기준 국내 500대 기업의 여성임원 현황을 보더라도 전체 임원 중 여성은 2.7%에 불과하다. 여성의 안전도 취약해 2016년 성폭력 피해 여성이 2만6천116명에 달한다. 이는 10년 전인 2006년 1만2천403명보다 약 2.1배 늘어난 것이다.

우리사회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해서는 뿌리 깊은 가부장적 남성 우월주의를 바로잡고 유리천장을 제거할 제도적 장치 마련을 서둘러야 한다. 국가 존립을 위협하는 심각한 저출산을 극복하고 경제성장을 견인하기 위해서라도 양성평등 실현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다. 양성평등지수가 높을수록 국가 경쟁력과 국민행복지수도 높다는 최근의 통계도 있는 만큼 여성 친화적 환경 조성에 정부·지자체와 함께 모든 사회 구성원이 힘을 모아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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