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람] 방천골목오페라추진위원회 김상환 위원장·이현 총감독

  • 김수영 손동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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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07-13   |  발행일 2018-07-13 제35면   |  수정 2018-07-13
“주민이 무대 오르고 관객으로 어우러진 ‘골목오페라축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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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천골목오페라추진위원회 김상환 위원장(오른쪽)과 총감독인 이현 영남대 교수가 지난 6월 방천골목오페라축제가 열린 카페 선댄스팜의 정원에서 올해 행사의 성과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다가 포즈를 취했다. 손동욱기자 dingdong@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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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월16일 펼쳐진 ‘2018 방천골목오페라축제’의 메인공연인 G. 도니체티의 오페라 ‘사랑의 묘약’. 이지용기자 sajahu@yeongnam.com

지난 6월16일 방천시장의 한 골목 앞에서 색다른 공연이 펼쳐졌다. 카페 선댄스팜 앞에 마련된 작은 야외무대에서 G. 도니체티의 오페라 ‘사랑의 묘약’이 공연됐다. 500여명의 관객은 비좁은 골목길에서 서서 보는 불편함을 감수하고 1시간여 공연되는 오페라의 흥겨움에 젖어들었다. 오페라를 본 김선희씨(25·대구시 수성구 황금동)는 “친구와 김광석거리에 놀러왔는데 거리와 붙어있는 방천시장을 돌아다니다가 음악소리에 이끌려 공연을 보게 됐다”며 “쉽게 접하기 힘든 오페라를 야외무대, 그것도 예쁜 골목에서 보게 되니 신선한 느낌이 든다. 공연도 상당히 만족스러웠다”고 했다. 김씨를 매료시킨 이 오페라는 바로 올해 두번째 열린 ‘방천골목오페라축제’의 메인공연으로 마련된 것. 방천골목오페라축제는 지난 6월14~16일 방천시장 곳곳에서 펼쳐졌는데, 메인공연인 골목오페라 ‘사랑의 묘약’을 비롯해 방골라 칸초네 콩쿠르, 갈라콘서트, 프린지공연 등이 이어졌다. 방천골목오페라축제는 주로 실내공연장에서 봐왔던 오페라를 야외무대에서 즐길 수 있다는 점 외에 방천시장에 터를 두고 사는 주민들이 힘을 합쳐 만들었다는 데서도 상당한 의미가 있다. 이번 행사를 만드는데 중추적 역할을 한 방천골목오페라추진위원회 김상환 위원장과 이현 총감독(영남대 성악과 교수)을 만나봤다.

김상환 위원장
李교수 오페라 아이디어·콘텐츠 제공
방천시장 주민으로서 기획·실행 맡아
관광객 등 500여명 몰려 많은 힘 얻어
시민·주민 합창단 참여 기대이상 실력
재원조달 어려움…주변 도움으로 꾸려

이현 총감독
진정한 오페라 도시, 시민 즐기고 참여
작은행사라도 많이 열려야 기반 탄탄
민간오페라단 꾸준한 활동 저변 확대
야외라 불편함 있지만 친근함이 매력
안정적 재원확보로 공연 수 늘렸으면


▶골목오페라축제를 만들게 된 계기가 있는지요.

(김상환 위원장) “3~4년전쯤 와인모임에서 이현 교수를 만났습니다. 원래 음악과 요리를 좋아했는데 성악가인 이현 교수가 요리에 굉장한 관심을 가지고 있어 자연스럽게 친해지게 됐습니다. 종종 만나서 음악과 요리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다가 방천시장에서 음악공연을 한번 해보자고 만든 것이 바로 골목오페라축제입니다. 방천시장과 지역오페라에 활력을 줄 수 있는 아이템이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 교수가 골목오페라축제라는 아이디어와 콘텐츠를 제공했고 전체적인 기획 및 실행은 방천시장에 살고 있는 제가 맡게 되었지요.”

▶몇년전 방천시장으로 집과 사무실을 모두 옮겼다 했습니다. 방천시장 주민들과 어우러지는 삶을 살고 계신 듯 합니다만.

(김 위원장) “3년 전, 지금 제가 살고 있는 방천시장 부근의 주택을 우연히 보고 너무 멋있어서 수십년간 생활했던 아파트를 정리하고 옮겼습니다. 아이들이 미국에서 살다보니 부부가 생활하기에 아파트가 너무 커서 집을 줄일 생각을 하던 차에 현재 살고 있는 집을 봤지요. 집도 멋있고 운동하기 좋은 신천둔치가 있어서 더욱 매력적이었습니다. 방천시장에 예술인들이 많이 거주하고 있는 것도 멋있었고요. 예술인들을 이웃으로 두는 것도 행복이란 생각이 들었지요.”

▶골목오페라축제는 이현 교수의 제안이라 하셨는데요. 평소 오페라 인구의 저변 확대에 관심이 많은 것으로 아는데 그것이 큰 작용을 한 듯 합니다.

(이현 교수) “대구가 진정한 의미의 오페라도시가 되기 위해서는 소수의 오페라마니아층만이 아니라 일반시민이 즐기는 풍토가 만들어져야 합니다. 대구오페라하우스가 대구국제오페라축제 등을 통해 오페라 확산에 큰 역할을 하지만 골목오페라축제와 같이 시민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행사들이 많이 개최되어야 오페라의 뿌리가 튼튼해집니다. 크고작은 오페라축제가 다양하게 마련돼 오페라하우스라는 공연장만이 아니라 대구지역 곳곳에서 열려 도시 전체에 축제분위기가 조성되어야 합니다. 또 현재는 중구에서 방천골목오페라축제가 열리고 있는데 앞으로는 다른 구에서도 골목오페라축제가 열리면 좋을 듯 합니다. 꼭 큰 행사가 아니라도 됩니다. 작은 행사라도 주민들이 참여해 이들이 주도적으로 이끌어나간다면 오페라 확산에 큰 힘을 줄 것이라 생각됩니다.”

▶대구에서 대구국제오페라축제 등이 열려 오페라가 상당히 활성화된 편인데도 제대로된 오페라도시가 되기 위해서는 아직 걸어갈 길이 꽤 먼 듯 합니다.

(이 교수) “진정한 의미의 오페라도시가 되기 위해서는 다양한 오페라가 만들어져야 합니다. 대구오페라하우스에서 제작하는 대형오페라도 있어야 하지만 민간오페라 등에서 만드는 오페라도 많아져야 할 것입니다. 하지만 정부의 문화예술지원이 선택 및 집중을 통해 제대로 된 작품을 만들자는 방향으로 흐르면서 민간오페라단이 어려움을 많이 겪고 있습니다. 이같은 지원이 분명 긍정적 측면도 있지만 오페라인구의 저변확대를 위해서는 민간오페라단 등에서 만든 오페라도 꾸준히 무대에 올라야 합니다. 지역에서 민간오페라단이 활성화될 수 있는 방안에 대한 고민도 필요할 것입니다.”

▶골목오페라축제라는 설정이 꽤 흥미롭습니다.

(이 교수) “골목이라는 특성상 행사를 여는데 한계가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선댄스팜 앞에 야외무대를 설치했는데 의자를 300개 정도 놓았습니다. 200명 정도의 관객들은 서서 보아야 해 불편한 점도 있었지만 골목이 갖는 매력과 상징성이 있습니다. 골목이 주는 향수는 누구나 가지고 있습니다. 왠지 정겹고 친근함을 불러일으키지요. 이런 감성적 기반을 토대로 야외오페라를 무대에 올리니 오페라를 모르는 분들도 좀더 친근감을 느꼈을 것이라 여겨집니다. 과거 선조들이 하던 마당극과 비슷한 느낌이랄까요. 사방이 뚫려있고 누구나 통행하고 볼 수 있지요. 하지만 골목에서 오페라를 공연해야 하기 때문에 무대 구성이나 동선 등에는 제약이 따르는 것도 사실입니다.”

▶관람이 불편한데도 불구하고 꽤 많은 관객이 온 것으로 압니다.

(김 위원장)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올해도 500명 정도의 관객이 오페라를 보기 위해 불편을 마다하지 않았습니다. 주민들은 물론 김광석거리와 방천시장을 찾은 관광객들도 많이 관람한 것으로 보입니다. 주민들이 행사를 보고 좋아해서 특히 기쁩니다. 방천시장에는 할머니들이 많이 사십니다. 오페라와 부대행사까지 포함하면 3시간여의 공연인데 한번도 자리를 뜨지 않고 보신 분들이 많습니다. 그분들을 보면서 많은 힘을 얻었습니다.”

▶골목오페라축제에 주민들이 많이 참여한 점도 이채롭습니다.

(김 위원장) “우선 합창단에 주민들을 참여시켰습니다. 인근 주민들과 대구시민을 대상으로 한 합창단원 오디션을 각각 진행해 10여명씩 선발했습니다. 여기에 영남대 음대생 10여명을 추가해 합창단을 만들었는데 기대 이상의 노래를 들려줘 관객 반응이 좋았습니다. 이외에 무대세트는 김태경 백신디자인 대표, 의상디자인은 선댄스팜 김희정 대표가 맡았습니다. B커뮤니케이션 정세용 대표가 행정과 기획파트의 일을 진두지휘했습니다. 또 전야제 때 가든파티를 열었는데 축제의 후원자, 관계자, 주민 등 200여명이 참여했습니다. 이때 주민들이 음식 협찬을 해주었습니다. 선댄스팜, 촙촙롤스, 스튜디오 H602, 스튜디오 브라켓, 르플랑, 대경맥주, 치맥킹, 웰메이드초콜렛 등에 감사드립니다.”

▶골목오페라축제를 하면서 큰 어려움은 무엇인지요.

(김 위원장) “재원조달이 가장 큰 문제입니다. 지난해 5천여만원, 올해 6천여만원으로 진행했는데 제가 아는 지인이나 여러 단체에서 후원을 받아서 겨우 꾸려가고 있습니다. 물론 대구문화재단, 중구청 등에서 일부 지원을 받았지만 행사를 치르기에는 많이 부족해 지인들의 도움을 받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행사에 대한 평가가 좋아서 매년 꾸준히 이어가고 싶은데 계속 지인들에게 손을 벌릴 수 없는 상황이라 고민이 큽니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이현 교수가 한 푼 받지 않고 축제 전반을 봐주고 있는데 미안할 따름입니다.”

▶김 위원장의 말처럼 골목오페라축제에 큰 열정을 가진 것 같습니다. 앞으로의 바람이 있을 듯 합니다.

(이 교수) “제가 좋아하는 음악을 지금까지 잘 해왔으니 이런 활동을 통해 사회 환원도 해야 하겠지요. 다만 바람이 있다면 메인공연을 하루밖에 하지 못했는데 재정이 탄탄해져 앞으로는 한 작품이라도 공연 횟수를 늘리거나 2~3편의 오페라를 올릴 수 있다면 더욱 좋겠습니다. 골목오페라축제를 하는데 위원장과 저는 무료봉사를 할 수 있지만 예술가들에게만큼은 최소한의 비용이라도 지급해야 하기 때문에 안정적인 재원확보가 최선결과제입니다.”

▶앞으로 축제에 주민의 참여를 늘려나갈 방침이라고 했습니다.

(김 위원장, 이 교수) “골목오페라축제는 오페라의 저변을 확대하자는 취지도 있지만 주민들 간의 소통을 통해 행복한 골목을 만들어 나가자는 목적도 있습니다. 앞으로 주민들이 좀더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기획해서 이 축제가 주민들 스스로 ‘우리 동네의 축제’라는 자부심을 가질 수 있게 하고 싶습니다. 행사를 진행함에 있어 인력이 많이 부족한데 이런 문제를 주민들의 참여를 통해 해결하면서 주민들의 협동, 단합된 힘 등도 만들어나갔으면 좋겠습니다.”

김수영기자 sykim@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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