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칼럼] ‘다름’을 대하는 태도

  • 윤철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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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07-18   |  발행일 2018-07-18 제30면   |  수정 2018-10-01
일상언어와 달라 詩가 매력
여행은 익숙함 대신 새로움
‘같음’ 반복되면 부작용 생겨
다름이 발전과 창의성 핵심
배척말고 공생의 길로 가야
20180718

‘낯설게 하기’는 러시아 형식주의자 빅토르 시클로프스키가 사용한 용어다. 낯설게 함은 익숙하지 않음과 같다. 시와 같은 문학 작품도 일상에서의 언어를 사용하지만, 시가 시로서의 매력을 가질 수 있는 것은 시에 사용된 언어가 일상의 언어와 다름이 있기 때문이다. 이것이 문학다움인데, 이것은 비유나 역설 등의 수사나 플롯 등의 장치를 통해서 낯섦을 획득하고 낯섦을 통해 주의를 환기시킨다고 보았다. 이 개념은 시나 소설뿐만 아니라 최근에는 스토리텔링은 물론 패션 분야에서도 고려된다.

‘낯선 곳에서의 아침’은 자기계발 멘토 역할을 하는 구본형의 책 제목이다. 독자들이 짐작하듯이 여기서 낯선 공간의 의미는 여행지다. 1980년에 개봉되었던 ‘낯선 곳에서의 하룻밤’이라는 조응천 감독의 영화도 있다. 집과 일상의 공간은 익숙함과 편안함을 주지만, 낯설고 불편함을 감수하면서 우리는 여행을 떠나고 싶어한다. 시간과 비용을 지불하고 고생까지 하지만, 익숙함에서 느낄 수 없었던 ‘새로움’에 대한 대가를 지불하기를 망설이지 않는 것은 그것이 주는 매력이 있기 때문이다.

‘낯섦’은 결국 다름이다. 다름은 같음의 대척점에 있다. 같은 것에서 누구나 동질감을 느낀다. 역사적으로 같은 지역, 같은 종교, 같은 인종, 같은 언어라는 것은 동질감의 대명사였고, 그들이 서로 모여 살고 서로 의지하며 서로에게 도움을 주고받았다. 같음이 가진 힘이 있다. 그러나 식물도 동종 교배를 하게 되면 경쟁력이 약화되고, 고인 물은 썩는다는 말이 있는 것처럼 ‘매너리즘’이라는 것도 같음의 반복이 낳은 부작용이다. 익숙한 공간에서 여행을 꿈꾸듯, 같음 속에서도 다름이 갖는 긍정적인 기여는 가볍지 않다. ‘다름’은 다양성을 가능하게 하는 원천이다. 발전과 창의성에도 다름이 핵심 요소다. 발전이라는 것은 이것과 다름이다. 이것과 같아서는 이것보다 나을 수 없기 때문이다. 오늘보다 나은 내일을 꿈꾸는 우리의 일상에도 오늘과 다른 내일이 전제되어 있다. 기존 세대와 다른 가치를 가진 젊은 세대가 있어야 활력이 생긴다. 나와 다른 안목을 가진 사람이 있어서 작년보다 세련된 옷이 나오고 더 편리한 건물이 생긴다. 더 나은 자동차와 더 나은 아파트를 꿈꾸는 우리는 실상 다름을 갈망하고 있다.

그럼에도 ‘다름’에는 종종 편견이 작용한다. 식습관만 보더라도 편식에 익숙한 우리를 종종 발견한다. 편식을 경계하는 이유는 많다. 편식을 극복하는 방법도 많다. 그러나 편식이 사라지지 않는 것도 현실이다. 편식은 개인의 취향이나 습관인데, 여기에는 일종의 편견이 작용하고 있다. 식재료가 가진 특정한 맛이나 향, 느낌 등에 대한 거부감이 그것이다. 분명한 것은 내가 거부하는 그 음식을 즐기는 사람이 있고, 그것으로 건강한 삶을 누린다는 점이다. 편식은 체질적인 특징으로 인해 피해야 하는 음식과는 다른, 먹어도 되지만 배제하는 취향이다.

‘다름’을 대하는 태도가 최근의 과제로 부상했다. 제주도의 난민 문제도 나 혹은 우리와 인종, 습관, 처지, 의도가 다른 사람들에 대해서 어떻게 해야 할지 우리에게 숙제로 주어졌다. 갑질도 다름을 대하는 태도와 관련된다. 다른 지위, 다른 처지에 있는 사람을 대하는 방식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 오너 일가의 갑질이 이슈가 되었다. 백화점 직원에게 행한 손님의 갑질 사례는 갑을 관계에서뿐만 아니라 우리 모두 갑질의 피해자 또는 가해자로부터 자유롭지 못함을 보여준다.

‘다름’은 경쟁력과 감동의 원천이다. 일상의 언어와 다른 낯섦의 방식에 대한 예술인의 치열한 고민이 시와 소설·영화·음악을 낳고 그것이 우리 모두의 삶을 풍요롭고 행복하게 하는데 기여한다. 4G의 방식에서 5G를 꿈꾸고 그것에 대한 기술을 개발함으로써 우리나라가 세계 최초로 전국에 5G 서비스를 시행하는 날을 앞두고 있다. 낯섦을 배제와 혐오와 차별로 대하기, 낯섦과 다름을 발전과 다양성과 공생의 디딤돌로 삼기가 우리에게 주어진 선택지다. 지현배 (동국대 파라미타칼리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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