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정신질환자·가족에 사회적 지원 절실

  • 허석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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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07-26   |  발행일 2018-07-26 제29면   |  수정 2018-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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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문근 (대구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

최근 조현병 등 정신질환으로 치료받은 경력이 있는 사람들에 의한 범죄가 간헐적으로 일어나면서 사회의 불안감도 높아지고 있다. 정신질환자에 의한 강력범죄가 일어나면 상대적으로 더 공포감을 호소하는 경향이 있다. 상대방이 비합리적인 상태에서 누구든지 공격할 수 있기 때문에 예측할 수 없는 위험이 도사리고 있고, 누구든 불시에 피해자가 될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하지만 모든 범죄는 일어나고 나서야 그 범행동기를 이해할 수 있을 뿐이다. 사후에 범행동기가 이해되는 범죄도 발생할 당시에는 예측이 쉽지 않다. 만약 예측이 가능했더라면 범죄로 인한 피해는 훨씬 감소했을 것이다. 그러므로 정신질환자에 의한 범죄에 대해 극도의 불안을 조성하는 것은 그들에 대한 편견이나 차별과 다름없다. 이미 많은 정신질환자들이 치료와 재활을 통해 지역사회에서 이웃과 함께 평화로운 삶을 살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정신질환자에 의한 범죄를 계기로 생각해 봐야 할 것은 지역정신건강복지센터를 통해 상시적으로 정신질환자를 사례관리하고 있으며, 정신의료기관을 통한 입원치료나 외래치료가 제공되는데도 불구하고 이런 문제가 계속되는가 하는 의문이다. 그동안 우리가 한 가지 간과하였던 것은 정신질환자를 돌보는 가족에 대한 사회적 지원이 부족하다는 점이다. 사실 서구 선진국은 예외 없이 정신질환자에 대한 지역사회보호를 중심으로 정신건강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데, 유독 우리 사회는 지역사회에서 생활하는 정신질환자 보호와 지원을 가족의 책임으로 돌리는 경향이 있다. 치매를 앓는 노인들은 가족이 돌보기에 한계가 있으므로 사회보험으로 노인장기요양서비스를 제공한다. 기능장애가 심각한 장애인들에 대해서는 활동지원제도를 통해 일상적인 활동보조와 방문간호 등을 지원한다. 이러한 사회서비스들은 하나같이 가족의 돌봄부담을 덜어주기 위한 조치들이다. 정신질환자를 가정에서 보호하는 가족에게는 이러한 정도의 지원서비스가 없다.

조현병 등으로 투병 중인 만성정신질환자들에 대해서도 일상적인 사례관리, 위기개입서비스, 주거서비스, 재활서비스 등을 통해 가족의 부담을 덜어줄 수 있다면 정신질환자가 적절하게 치료를 받지 않거나 보호받지 않아 범죄를 일으키는 일은 예방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정신건강복지센터는 다양한 정신건강증진사업으로 인해 중증정신질환자에 대해 세밀한 사례관리나 위기개입을 지원하기에는 역부족인 경우가 많다. 가족부담을 완화하기 위한 요긴한 주거서비스도 충분하지 않아 이용하려면 빈 자리가 없는 경우가 빈번하다. 이런 상황에서 정신질환자가 치료를 거부하거나 문제행동을 하면 가족은 불안을 느끼고, 돌봄을 제공하는 데 한계를 경험하기 쉽다. 가족은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나 정신보건전문요원이 가지고 있는 전문적인 지식과 보호역량을 지니고 있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는 가정에서 생활하는 정신질환자에 대해 정신건강복지센터 등을 통해 가정방문 등 양질의 사례관리를 제공하여 외래치료를 잘 받으며, 자신의 욕구에 따라 재활서비스를 이용하며, 필요할 때 가족과 분리되어 주거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할 것이다. 이런 조건이 충족되어야 정신질환자는 적절한 치료와 재활을 통해 사회에 통합된 삶을 살아갈 수 있고, 가족의 보호부담은 가벼워질 것이며, 사회는 더욱 평화로울 것이다. 정신질환자에 대한 편견과 격리, 차별은 치료와 재활 동기를 저하시키므로 결코 사회를 더 안전하게 만들지 못한다. 그들에 대한 포용, 지원, 배려만이 그들의 치료와 재활을 촉진할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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