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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스터 선샤인 |
드라마 시장의 판이 커지고 있다. 톱스타의 몸값은 부르는 게 값이 됐고, 제작비는 웬만한 대작영화를 훌쩍 뛰어넘는다. 한류 스타를 캐스팅해 해외 시장 진출을 노리는 드라마들이 늘어난 탓이다. 그간 지상파 3사의 전유물이었던 드라마 시장은 tvN을 포함한 JTBC, TV조선, 채널A, MBN, 온스타일, OCN 등 종편과 케이블이 속속 드라마 제작에 나서면서 판을 키워나갔다. 여기에 세계적인 동영상 스트리밍업체 넷플릭스까지 가세하면서 안방극장은 드라마 춘추전국시대를 열었다.
◆tvN 미스터 션샤인, 제작비 400억
tvN 주말극 ‘미스터 션샤인’은 올해 최고의 기대작 중 하나다. ‘파리의 연인’(2004), ‘시크릿 가든’(2011), ‘태양의 후예’(2016), ‘도깨비’(2017) 등을 탄생시킨 김은숙 작가와 ‘태양의 후예’ ‘도깨비’로 호흡을 맞춘 이응복 PD가 다시 의기투합했고, 9년 만에 안방극장에 컴백한 이병헌의 존재감이 크게 한몫했다. ‘미스터 션샤인’은 1900년대를 배경으로 한 시대극이다. 기본적으로 세트, 미술, 의상 등에 들어가는 비용이 일반 드라마보다 많을 수밖에 없다. 게다가 해외 로케이션, 톱스타 이병헌의 고액 출연료까지 더해져 제작비는 무려 400억원에 달한다. 24부작인 것을 감안하면 회당 16억원이 넘는데, 국내 미니시리즈 평균 제작비의 3~4배에 해당한다. 이전까지는 회당 제작비 10억원 선의 ‘도깨비’(16부작)와 ‘푸른 바다의 전설’(20부작)이 드라마 최고 제작비 수위를 다퉜다. 기획단계에서부터 높은 관심을 보였던 SBS는 결국 높은 제작비 탓에 편성을 포기해야만 했다.
이병헌 주연 ‘미스터 션샤인’
회당 제작비만 16억원 넘어
소니와 업무협약‘배가본드’
넷플릭스 자체 제작‘킹덤’
글로벌 배급망 통해 세계 진출
뛰는 비용에 방송사 자구책
미국식 스튜디오 모델 눈길
블록버스터급 드라마는 ‘미스터 션샤인’만이 아니다. 드라마 제작사 셀트리온엔터테인먼트와 소니 픽처스 텔레비전이 해외 배급을 맡기로 업무협약을 맺은 ‘배가본드’는 제작비로 250억원이 투입된다. 이승기와 수지가 주연을 맡아 민항 여객기 추락 사고와 관련한 국가 비리를 파헤치는 과정을 담는다. 셀트리온엔터테인먼트 측은 “우리의 제작 노하우와 자본, 그리고 소니 픽처스 텔레비전의 글로벌 배급망을 통해 진행되는 이번 협약은 한국 드라마들의 세계 시장 진출에 대안을 제시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넷플릭스는 오는 10월께 첫 한국 드라마 ‘킹덤’을 내놓는다. 조선시대를 배경으로 한 좀비 드라마로 연출은 영화 ‘터널’의 김성훈 감독이 맡았고 김은희 작가와 배두나, 주지훈, 류승룡이 가세했다. ‘킹덤’ 역시 회당 제작비가 15억~2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출혈경쟁 속 부익부 빈익빈
방송에서 드라마는 돈과 직결되는 대표적 콘텐츠다. 그만큼 눈높이가 높아진 시청자들을 충족시키기 위해 이야기적으로나 비주얼적으로 좀 더 확장성을 요하게 된다. 올해 대략 120~130편의 드라마가 제작된다고 보면 예년에 비해 제작 편수는 10~20% 늘어난 셈이다. 한정된 배우 풀에서 드라마 제작 편수가 늘어나니 이들을 차지하기 위한 캐스팅 전쟁은 피할 수 없다. 동시에 스태프 구인난도 벌어진다. 이들의 몸값이 오를 수밖에 없는 이유다.
한류 스타들의 출연료는 최근 수직상승세다. 2011년 송승헌과 장동건이 회당 출연료 1억원 시대를 본격적으로 알렸고, 지난해 이종석과 이승기는 1억2천만~1억3천만원의 출연료를 챙긴 것으로 전해진다. 방송관계자들은 ‘미스터 션샤인’의 이병헌의 몸값에 대해 못해도 회당 2억원은 받았을 것으로 보고 있다.
주 52시간 근로제 시행으로 제작비도 증가하면서 드라마 제작은 갈수록 자본력의 싸움이 되고 있다. 한 지상파 관계자는 “우리 기준에서 드라마 단가의 최대치가 편당 4억원이라면 실제로 드는 비용은 5억~6억원 정도가 돼버렸다”며 “배우 개런티도 수천만원씩 올랐고, 제작 비용도 날로 상승하고 있어 우리 자본력으로 대작 드라마를 제작한다는 건 이제 언감생심”이라고 토로했다.
방송사가 북미 영화시장에서 활용하고 있는 제작 스튜디오 모델을 도입한 건 그런 이유 때문이다. 방송사는 편성 책임만 지고, 외부에 별도로 설립한 제작 스튜디오를 통해 콘텐츠 기획부터 제작비, 유통까지 전담하도록 하는 방식이다. 국내에선 CJ ENM 계열사인 ‘스튜디오드래곤’과 KBS와 KBS미디어 등이 공동 출자한 ‘몬스터유니온’ 등을 대표적으로 꼽을 수 있다. 특히 ‘황금빛 내 인생’ ‘도깨비’ ‘시그널’ ‘비밀의 숲’ ‘미스터 션샤인’ 등의 화제작을 낳은 스튜디오드래곤의 성과와 행보는 주목할 만하다. 스튜디오드래곤은 제작사들에 100%의 제작비를 지급한다. 또한 국내외 방영권 판매와 VOD 유통까지 책임지기 때문에 제작사들은 순수하게 창작에만 전념할 수 있다. 즉 스튜디오가 방송사(플랫폼)와 제작사 사이에서 전체적인 사업을 주도하는 허브(Hub) 역할을 하고, 스튜디오와 네트워크를 형성한 개별 제작사는 콘텐츠를 창작하는 안정적인 구조가 마련된 것이다. 드라마의 퀄리티가 좋을 수밖에 없다.
지상파도 조금씩 스튜디오 설립에 대한 뜻을 내비치고 있다. 무엇보다 실력있는 작가와 스태프들이 환경이 좋은 종편이나 케이블로 유출되는 현상이 지상파로서는 가장 뼈아픈 부분이다. SBS가 신인 작가 등을 키우는 스튜디오 설립을 생각하고 있는 것도 이러한 고민의 발로다. MBC는 제작사가 모든 제작비를 부담하고, 방영권만 가져오는 방식으로 그간 지상파가 행사해온 IP(지식재산권)를 포기하는 방안을 내놓았다. 드라마 제작사 한 관계자는 “지상파에 드라마 존재 가치는 시청률과 광고 수익인데, 이 두 가지가 하락한다면 결국 다이어트에 들어갈 수밖에 없다. 장기적으로는 스튜디오 모델이 자리를 잡게 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윤용섭기자 hhhhama21@nat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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