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찬 ‘문 실장’ 발언 해명에 진땀…대통령과 불편한 관계 뒤늦게 회자

  • 권혁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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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08-10   |  발행일 2018-08-10 제4면   |  수정 2018-08-10
2년전 김종인 비대위원장 시절
文, 李 낙천 묵인했다는 설 돌아
주류 친문계와 갈등 가능성도

더불어민주당 당대표 후보인 이해찬 의원이 연일 자신의 ‘문 실장’ 발언을 해명하느라 애를 먹고 있다. 하지만 정치권에선 ‘문 실장’ 발언을 계기로 이 의원과 문재인 대통령과의 다소 불편한 관계가 다시 회자되고 있다.

이 의원은 9일 한 라디오 방송에서 문 대통령을 ‘문 실장’이라고 부른 것에 대해 “문 대통령을 제가 실장이라고 부른 것은 그 당시의 직계를 말씀드린 것이지, 지금 현 시점에서 말씀을 드린 것은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그는 “서로 30년 이상 같이 살아왔기 때문에 서로가 어떻게 사는가, 어떻게 판단하는가를 다 안다”면서 “인간적으로 친하다는 얘기”라고 덧붙였다.

그는 전날 부산에서 열린 당대표 후보 토론회에서도 “문 대통령의 당시 직함을 이야기한 것이다. 확대·왜곡할 필요가 없다”면서 ‘역풍’을 차단하는 데 애를 썼다.

이 의원은 지난 4일 한 인터넷 방송에 출연해 “제가 (노무현정부에서) 국무총리를 할 때 문 대통령이 비서실장을 했다”면서 “당정청 협의회에도 문 실장이 참석해 얘기를 많이 했다. 문 실장하고 저는 좀 특수한 관계”라면서 ‘문 실장’ 발언을 연발했다.

이 의원은 자신의 발언에 대해 ‘예의에 어긋난다’는 지적이 잇따르자 기회 있을 때마다 적극 해명하고 있지만, 정치권에선 두 사람 간의 껄끄러운 관계를 암시하는 일화까지 나돌고 있다. 2년 전 20대 총선을 앞두고 김종인 비대위 대표가 ‘친노(親노무현) 패권주의 청산’을 외치며 인적청산에 나설 때 당시 문재인 대표는 이 의원이 낙천 대상자라는 것을 사전에 인지하고도 결국 묵인했다는 것이다. 반면에 문 대표는 자신의 측근인 전해철 의원에 대해선 살생부 명단에서 빼달라고 적극 구명에 나서 성공했다는 후문이다. 이후 이 의원이 무소속 출마를 강행해 갖은 고초를 겪고 당선된 뒤 복당에 성공하는 과정에서 남모르는 ‘앙금’이 생길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이 의원이 차기 당권을 쥐게 되면 청와대 및 당내 주류인 친문(親문재인)계와는 장기적으로 긴장 관계가 형성될 수 있다는 전망도 조심스레 나온다. 특히 차기 당대표는 21대 총선 공천에 막강한 영향력을 미치기 때문에 ‘갑을’이 바뀐 상태에서 계파 갈등으로 비화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현 당권 레이스에서 전해철 의원 등 친문 핵심 인사들이 이 의원의 경쟁자인 김진표 의원을 세게 밀고 있는 것도 이런 사정과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다.

권혁식기자 kwonhs@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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