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람] 사공홍주 한국서화평생교육원장

  • 김수영 이지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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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08-10   |  발행일 2018-08-10 제35면   |  수정 2018-08-10
“서예인 많지만 교육자 별로 없어…지역 書團에 활력 주고 싶어”
사공홍주 서예가가 도판으로 만든 그의 작품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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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공홍주씨는 계명대 서예과를 졸업했으며 동대학 대학원에서 예술학석사, 문학석사, 철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경북도미술대전 대상, 동아미술제 문인화부문 대상 등을 받았으며 15차례 개인전을 열었다. 현재 한국서화평생교육원 원장, 한국서화신문 발행인 등으로 있으며 서울대 미술대학, 서울남산도서관 등에 출강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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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괘 작품을 제작하고 있는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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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공홍주 서예가가 최근 새롭게 시도하고 있는 주역을 그림으로 형상화한 작품들.

오랜 전통을 가진 서예가 위기를 맞고 있다고 한다. 문자를 토대로 한 조형예술인 서예는 선조들의 정신세계를 보여주는 중요한 예술이자 정신수양방법의 하나로 오랫동안 사랑을 받았으나 최근 여러 요인으로 인해 침체의 길을 걷고 있다. 지역대학에서 서예과가 잇따라 폐과 되면서 서단 전체가 위축되는 분위기다. 대구경북서예가협회 이사장으로 6년간 활동했던 서예가이자 문인화가인 사공홍주씨(62)는 이런 지역 서단에 활력을 주기 위해 2015년 한국서화평생교육원(대구 수성구 만촌역 지하 1층)을 열어 4년째 운영하고 있다.

그는 “예전에는 서예를 도제식으로 배웠다. 하지만 대학에 서예과가 생기면서 학문적, 이론적 체계가 잡혀 서예교육에 새로운 변화가 일었다. 한국서화평생교육원은 대학에서와 같은 체계적인 서예교육을 확산시키자는 취지로 설립됐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전국에서 처음이고 유일한 서화평생교육원을 운영하는 것이 쉽지만은 않다. 그는 “서예 덕분에 40년간 먹고살았다. 이젠 서예로받은 은혜를 갚아줄 때가 됐다. 서예하는 사람이 사회에 환원하는 방법은 서예일 것”이라며 “몇년 해보니 이제 제대로 된 운영방법을 찾은 듯하다. 앞으로 평생교육원을 더욱 활성화시키겠다”는 의욕을 보였다.

일상예술이자 학문인 서예 침체 길
경쟁력 이유로 대학 폐과 안타까워
서예·문인화 서화평생교육원 설립
수준 높은 교육자 많아져야 활성화

동양최고 경전‘주역’그림으로 시도
64괘 형상화 ‘화역’ 끊임없이 연구
염원하는 좋은 기운 작품에 담아내
서울전시 반응 뜨거워 자신감 얻어


▶서예가로서 서예의 현주소가 안타까울 듯 합니다.

“서예는 남녀노소 누구나 할 수 있는 최고의 일상예술이자 학문입니다. 특히 나이 드신 분들에게 좋습니다. 흔히 노년에 풍요로운 삶을 가꾸게 해주는 것은 학문과 예술이라고 합니다. 서예는 학문과 예술이라는 두 요소를 모두 충족시켜 줍니다. 재미, 성취감 등을 느낄 수 있는 것은 물론 기본적인 건강만 허락되면 죽는 순간까지도 할 수 있는 예술입니다. 아이들의 인성교육에도 아주 좋습니다. 서예를 하면서 옛 선비정신을 배울 수 있습니다. 자연스럽게 윤리, 도덕을 알게 되고 인내심, 집중력 등도 키울 수 있습니다. 이런 서예가 경쟁력이 없다는 이유로 대학에서조차 제대로 대접받지 못하고 폐과되고 있는 현실이 안타깝습니다.”

▶한국서화평생교육원에서는 서예와 문인화를 포함해 다양한 강좌를 개설하고 있습니다.

“한국서화평생교육원은 말 그대로 서예와 문인화를 전문적으로 가르치는 교육기관입니다. 하지만 이와 관련된 캘리그래피, 사경, 전각, 민화 등도 같이 배울 수 있는 프로그램이 풍부합니다. 수강생 상당수는 교육원에서 1과목만 듣는 것이 아니라 2~3과목을 듣고 있기 때문에 서예, 문인화 이외의 강좌도 반응이 좋습니다.”

▶한국서화평생교육원의 서화지도사자격증반도 특화된 프로그램으로 알고 있습니다.

“지방에서는 유일하게 서화지도사자격증을 주고 있습니다. 서화를 가르칠 수 있는 교육자를 양성하기 위한 것입니다. 자격증을 받은 서화지도사는 다양한 기관에서 서예, 문인화를 가르칠 수 있게 됩니다. 서예가 위축되고 있다고 하지만 서예를 하는 인구는 꾸준히 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서예를 하는 사람은 많지만 서예를 체계적으로 가르칠 수 있는 교육자는 별로 없습니다. 수준 높은 서예교육자가 많아져 이들이 질 높은 교육을 하는 것도 서예를 활성화시킬 수 있는 방법이 될 것입니다.”

▶인터넷신문인 한국서화신문의 발행인이기도 합니다.

“2014년 서예, 문인화 등의 전시, 작가 소식 등을 전하는 한국서화신문을 만들었습니다. 저 혼자 운영하다보니 내용이 그렇게 알차지 않은 데도 불구하고 하루 평균 접속자가 6천명 정도이고 많을 때는 1만명을 넘기도 합니다. 그만큼 서예에 대한 일반인의 관심이 높기 때문이라 생각됩니다.”

▶지난해까지 대구경북서예가협회 이사장으로도 활동했습니다.

“2011년 대구서예가협회 이사장으로 취임해 그 이듬해 경북서예인까지 동참시킨 대구경북서예가협회로 이름을 바꿨습니다. 200여명이던 회원을 600여명으로 늘려 협회 활성화에 노력했고 협회 소식지를 발간했습니다. 그런 성과들은 협회 회원들의 도움 덕분에 가능했습니다. 협회를 좀더 활성화시키고 서예가들의 위상을 높이고자 주력했는데 나름 성과가 있었다고 생각됩니다.”

▶작가로서도 그동안 왕성한 활동을 보이셨습니다.

“1988년 첫 개인전을 연 뒤 대구, 서울 등에서 15차례 개인전을 열었습니다. 그동안 계속 변화된 작품을 보여주려 노력했습니다. 일반적으로 미술작품은 형식과 내용으로 구성됩니다. 1990년대까지는 재료, 표현기법 등에서 실험적 시도를 한 형식에 치중한 작품을 선보여왔다면 2000년대 초반부터 2010년대 초반까지는 제목을 정해 그 제목에 충실한 전시를 하는, 내용에 초점을 둔 작업을 시도했습니다. 2013년부터는 주역을 토대로 한 작품을 보여주고 있지요.”

▶주역을 형상화한 그림이라는 점이 이채롭습니다.

“주역은 5천년 동양사상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천지만물의 운행과 역사의 변화원리를 밝혀 인간의 임무를 다하고자 하는 성인의 도덕철학을 담은 책이 바로 주역입니다. 또 인간의 길·흉사를 예언하는 기본서로서도 널리 사용됐지요. 세계에 대한 기본적 이해방식에서 자연철학으로, 다시 도덕철학으로 발전해온 동양 최고의 경전을 그림으로 담아내려는 시도라 할 수 있습니다.”

▶주역 그림은 어떤 것인지요.

“주역에서는 우주만물의 운행은 간단하고 쉬우며 항상 멈추어 있는 것 같지만 실제로는 늘 변하고 바뀌는데 그 변화에 대한 법칙은 결코 변하지 않는다는 기본관점을 제시합니다. 주역에 담긴 이같은 우주만물의 운행과 변화를 주제로 삼아 작업했지요. 이 주제를 좀더 효과적으로 드러내기 위해 주역의 64괘를 그림으로 형상화했으며 모든 사람이 염원하는 좋은 기운을 작품에 담아내고자 했습니다.”

▶주역 그림이 서울에서 특히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2016년 서울 남산도서관 갤러리에서 이 작품들로 개인전을 열었습니다. 좋은 기운을 담은 작품을 에너지 넘치는 남산에서 보여주고자 기획한 전시였습니다. 그때 전시에 대한 반응이 뜨거워 주역 그림에 대한 자신감을 얻었습니다.”

▶주역 작품이 그동안 공부해온 것을 토대로 한 작품이라 들었습니다.

“원래 경일대에서 도자기를 배우다가 계명대에 서예과가 생기면서 편입했습니다. 초등학교 때부터 서예를 배웠고 중고등학교 미술반 활동을 하면서도 꾸준히 서예를 해왔기 때문에 대학에서 서예를 전공하고 싶었으나 그 당시만 해도 전공학과가 없었습니다. 계명대 서예과를 졸업할 즈음 예술대대학원에 서예전공이 개설됐고 좀더 깊이있게 공부하게 됐지요. 석사논문으로 ‘문인화의 표현기법에 대한 연구’를 썼는데 이때 문인화에 대한 저의 생각이 많이 확장되었습니다. 그 당시는 학위를 따려면 논문과 전시를 모두 해야 했는데 이때 작품의 형식보다 내용이 중요하다는 것을 깨닫고 대학원에서 다시 철학을 배웠습니다. 철학으로 석사, 박사학위를 취득했습니다. 이같은 그동안의 다양한 공부와 철학에 대한 깊이있는 연구가 결국 주역을 그림으로 형상화하는 작업에까지 이르게 됐습니다.”

▶앞으로 작가로서의 활동에도 기대가 큽니다.

“그동안 사공홍주만의 작품을 만들기 위해 끊임없이 고민하고 연구해왔습니다. 주역 그림이 그 결과물이라고 생각됩니다. 주역을 학문적으로 연구한 것은 많았지만 그림으로 그린 것은 처음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습니다. 윤리도덕적 측면에서 주역에 접근한 의리역, 숫자로 푼 수역, 모양으로 푼 상역, 점으로서의 점서역 등이 있는데 저는 그림으로 주역에 다가서는 화역을 시도한 것입니다. 이에 대한 시도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이를 발전시켜 완성도를 높여가는 것이 앞으로의 숙제라고 생각합니다. 더 치열한 창작활동을 통해 좋은 작품을 만들어가겠습니다.”

▶따님(사공누리·33)도 같은 미술가의 길을 걷고 있는 것으로 압니다.

“어릴 때부터 어깨 너머로 서예를 배워서인지 저의 길을 그대로 걸었습니다. 계명대에서 서예, 동대학 대학원에서는 철학을 공부했습니다. 이후 노르웨이로 유학을 떠나 베르겐예술대학에서 순수미술을 전공했습니다. 현재 박사과정을 준비 중인데 설치미술작업을 주로 하고 있습니다. 유학을 가서 그곳에서 결혼해 살고 있는데 한국과 노르웨이를 오가며 작품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저와 같이 예술가의 길을 걷고 있는 것이 대견스럽고 앞으로 더욱 열심히 활동하길 바랍니다.”

글=김수영기자 sykim@yeongnam.com
사진=이지용기자 sajahu@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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