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경제인] 김미란 쉼표와느낌표 대표

  • 손선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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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09-04 07:44  |  수정 2018-09-04 07:44  |  발행일 2018-09-04 제17면
“예비사회적기업이지만 한국 대표
여성CEO 이야기 알릴 기회 영광”
APEC 베스트 어워드 참가
‘경단녀’대상 콘텐츠 개발 등
강사 100명 양성…매출 5배↑
[이슈경제인] 김미란 쉼표와느낌표 대표

세계 최대의 여성 기업가 경연대회에 대구의 사회적기업가가 한국 대표로 나선다. 예비사회적기업 ‘쉼표와느낌표’를 운영하는 김미란 대표(39·사진)가 주인공이다. 그는 5일 파푸아뉴기니에서 열리는 ‘APEC(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 BEST Award’에 참가한다. 이 경연대회는 여성이 운영하는 중소기업의 모범사례를 APEC 회원국에 알려 여성의 경제활동을 독려하기 위해 마련된 것으로, 2016년부터 매년 열리고 있다. 5개 분야에서 수상자를 선정한다. APEC 경제권에서 여성 기업의 국제 파트너 및 잠재적 투자자를 유치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한국의 여성 경영인은 매년 참가해왔지만 수상자는 없었다.

김 대표는 연매출 100억원대의 회사를 운영하는 여성경제인들과의 경쟁에서 출전권을 따냈다. 그는 “큰 기업을 운영하는 여성 경영자들도 많은데 예비사회적기업 운영 3년차인 제가 한국 대표로 나서게 된 건 ‘어부지리’나 ‘부전승’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좀 어떨떨하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경연대회에서 상을 받을 수 있다면 좋겠지만, 지방대 출신에, 규모가 작은 예비사회적기업의 여성 경영인 이야기를 알리는 것만으로도 영광”이라고 말했다.

김 대표는 많은 이들이 동경하는 ‘폼 나는 커리어우먼’이었다. 22세부터 대형 외국어학원에서 영어강사로 일했다. 29세에는 교육생 1천명 규모에 강사만 50명이 넘는 대형어학원의 원장을 맡았다. 입시 위주 교육의 폐해를 직접 경험한 그는 32세에 원장직을 그만두고, 경북대 경영대학원 경영학 석사과정을 수료했다. 이후 외부 강연활동을 쭉 해왔다. 프리랜서 강사로는 꽤 유명한 편이었다. 요즈마그룹 한국지사의 교육이사, 월드비전 코리아 세계시민교육 재능나눔강연단 등 이력도 화려하다.

결혼 이후에도 강연을 쉬지 않았지만 출산 및 육아로 두 달 동안 공백기를 가졌다. 몸무게가 75㎏까지 늘면서 우울증도 앓았다. 일을 쉬면서 생긴 자존감 저하 때문이었다. 그때 경험을 통해 고학력 경력단절 여성들을 위한 일을 하기로 마음먹었다.

김 대표는 북성로허브(사회적기업가육성센터) 창업팀 5기로 ‘쉼표와느낌표’를 설립했다. 회사명은 일을 쉬고 있는 인재들에게 다시 일을 할 수 있는 동기부여를 준다는 뜻을 담았다. 주요사업은 고학력 여성 실업자를 대상으로 강사교육, 콘텐츠 개발 등을 지원하는 것이다.

그는 “석·박사급의 고급 인력들이 일을 하지 못 한다는 것은 사회적 비용 손실이다. 그들을 ‘경력단절여성’이란 틀 안에 묶어서 경리 업무나 바리스타 자격증만 따게 할 순 없었다. 이들도 직무능력을 분석한 뒤 적성에 맞는 고퀄리티의 일을 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 창업했다”고 말했다.

지난 3년간 쉼표와느낌표는 눈에 띄는 실적을 냈다. 100여명의 강사 양성교육을 했고, 지난해 매출은 전년 대비 500%나 신장됐다.

그는 “여성들이 결혼한 후 다시 일을 하지 못하는 이유는 ‘원래 자기 자리로 돌아올 수 있다’는 사회적 믿음이 없기 때문이다. 지금은 출산과 동시에 경제적 능력이 끝나는 구조다. 여자는 늘 커리어와 아이 사이에서 하나를 선택해야만 하는 상황에 놓여있다”고 말했다. 그는 APEC BEST Award에서 이런 자신의 인생 스토리를 발표할 계획이다.

글·사진=손선우기자 sunwoo@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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