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워 인터뷰] 정순관 자치분권위원회 위원장

  • 이영란 정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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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09-10   |  발행일 2018-09-10 제6면   |  수정 2018-09-12
“국세와 지방세 비율 장기적으로 6대 4 수준으로 개선 목표”
20180910
정순관 대통령소속 자치분권위원장이 지난달 28일 정부서울청사 자치분권위원회에서 가진 영남일보와의 단독 인터뷰에서 지방분권에 대해 강조하며 조만간 발표할 자치분권 종합계획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최근 지방 정부의 관심은 대통령소속 자치분권위원회에 쏠려있다. 위원회가 조만간 자치분권 강화 추진 계획인 ‘자치분권 종합계획안’을 내놓을 예정이어서, 계획안에 어떤 내용이 담길지 주목되기 때문이다. 위원회는 대통령소속 자문기구로 자치분권과 관련된 정책 구상과 제도설계를 총괄 조정한다. 당초 ‘지방자치발전위원회’라는 이름으로 시작해 지난해 8월 정순관 위원장 취임 이후 본격적인 운영에 들어갔다. 특히 지난 3월 지방자치분권 및 지방행정체제 개편에 관한 특별법 개정으로 자치분권위원회로 공식명칭을 바꿔달았다. 이는 ‘자치’와 ‘분권’에 초점을 맞춰 정책을 이끌어내겠다는 정부의 의도가 담겨있다. 사실 지역에서는 현 정부의 지방분권 의지에 의문을 보내고 있는 상황이다. 문재인정부는 출범 초기 지방분권 개헌을 공헌하는 등 강력한 지방분권 추진의지를 밝혔다. 하지만 최근들어 소극적 대처로 추진동력을 잃어가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정부의 자치분권계획에 ‘지방분권형 개헌’이 빠진 것으로 전해지기도 했다. 이에 대해 정순관 자치분권위원장은 “우리는 휘황찬란한 계획을 세우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실효적인 제도를 만들어 (사회가) 한걸음 더 나아가는 것이 더 중요한 임무”라고 설명했다. 또한 그는 “모든 전문위원이 위촉된 지는 3개월 정도밖에 되지 않았다. 빠르게 진행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지난달 28일로 취임 1년을 맞은 정 위원장을 정부서울청사에서 영남일보가 단독으로 인터뷰 했다.

▶근본적인 질문이다. 왜 지방분권, 지방자치가 되어야 하나.

“우리 사회는 압축성장에 따른 불균형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사회의 단일성은 물론 수도권 집중으로 인해 정치적·제도적·사회적 소외가 심각한 상황이다. 과거 지방자치가 시작될 때와 지금 사회는 많이 변했다. 변해있는 사회에 걸맞은 정부대응이 필요한 시기다. 지방의 다양성이 에너지의 원천이고 각종 문제해결의 열쇠라는 점을 인식하고 정부가 이를 국정 관리체계에 반영시켜야 한다.”

▶정부가 자치분권 강화 의지를 밝혔지만, 속도가 늦다는 평가가 많다.

“자치분권위원회의 활동이 늦어졌다는 지적은 사실 좀 문제가 있다. 정부가 출범한 지 2년이 됐지만 국회 특별법개정으로 우리가 정식으로 출범한 것은 3월20일이다. 실제 일할 수 있는 시간이 얼마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전문위원 위촉이 5월20일에 끝났다. 그동안 50차례가 넘는 간담회와 각종 회의를 통해 ‘자치분권 종합계획안’을 지난달 24일 위원회 본회의에서 의결했다. 이제 공식 정부계획으로 확정하는 절차를 밟게 될 것이다. 사실상 3~5개월 만에 해낸 것이어서 늦었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위원회에서도 빨리 계획안이 시행될 수 있도록 청와대에 강력하게 이야기하고 있다.”


지방 자체 재원 확충…자율·책임성 강화
고향사랑기부제·국고보조사업 개편 검토
지방일괄이양법‘비용평가委’설치 예정
지방이양에 따른 인력·재원 조달안 마련



▶곧 발표될 자치분권 종합계획안의 방향과 의미를 설명해 달라.

“자치분권 종합계획안은 ‘주민과 가까운 정부, 다양성이 꽃피는 지역, 새로움이 넘치는 사회’를 주제로 총 33개 과제를 담고 있다. 사실 계획안의 주요 과제들은 이미 ‘지방자치분권 및 지방행정체제개편에 관한 특별법’(이하 특별법)에 명시되어 있다. 그 과제를 중심으로 위원회가 구체적인 계획을 세운 것이다. 우선 계획안은 △주민주권의 구현 △중앙권한의 획기적 지방이양 △강력한 재정분권 추진 △중앙과 지방의 협력 관계 구축 △자치단체의 자율성과 책임성 확대 등을 주요 추진방향으로 설정했다. 특히 지방분권형 헌법 개정은 비록 무산됐지만, 현 헌법체제에서 법령의 개정을 통해 실현 가능한 자치분권 추진방안은 우선적으로 종합계획에 반영했다. 이외에도 △주민자치회 대표성 확보 및 활성화 △중앙권한의 기능중심 포괄 이양 △국세의 지방세 전환 확대 등 지방재정 확충 △자치경찰제 도입 등은 이번 종합계획의 핵심과제들로 자치분권의 중요한 전환점을 마련할 수 있을 것이다.”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연내 처리를 약속한 ‘지방일괄이양법’에 대해 설명해 달라. 구체적으로 지방으로 이양되는 사무가 어떤 것인가.

“이번에 제정될 지방일괄이양법은 19개 부처, 77개 법률, 518개 사무를 담고 있다. 주요 내용으로는 부처별로 다양한데 경찰청의 경우 교통안전 관련 사무 중에서 횡단보도와 보행자 전용도로 설치, 주차금지 장소 지정 등을 꼽을 수 있다. 또 해양수산부는 전국 35개 지방관리항 항만시설에 대한 개발과 운영과 관련된 사무, 국토부의 100만㎡ 이상 물류단지에 대한 지정·고시 권한이 지방으로 이양된다. 또 환경부는 어린이 활동공간에 대한 위해성 관리 사무와 여성가족부의 성범죄자의 아동·청소년 시설에 대한 취업 제한 점검·확인 등의 사무가 지방으로 이양될 것이다.”


대통령 ‘지방분권형개헌안’ 무산 됐지만
위원회 자치분권 계획에 관련 정책 반영
행안부도 지방자치법 전면개정 적극논의



▶각종 사무의 지방 이양은 환영할 일이지만, 인력 및 예산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숙제도 있을 것 같다.

“지방일괄이양법에는 그동안 자치단체에서 제기해왔던 지방이양에 따른 인력 및 재정 지원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가칭)지방이양비용평가위원회 설치 규정이 포함될 예정이다. 이 위원회는 관련부처, 자치단체 공무원 및 민간전문가로 구성될 계획이며, 지방이양에 따른 소요 인력과 재정비용을 조사·산정하는 한편, 재원조달 방안도 마련할 방침이다. 사실 지방일괄이양법 제정은 2004년부터 추진하려고 노력해 왔지만 번번이 무산됐다. 그럼에도 다시 추진하는 것은 문재인정부의 지방분권에 대한 강한 의지를 표명하고 실질적인 지방분권을 추진하기 위한 첫 조치라고 평가할 수 있다.”

▶이양 이후에 지방의회나 지방자치단체의 역량이 대두될 것도 같은데.

“지방자치단체의 역량이 부족하다는 이야기가 있는데, 사실이 아니다. 역량과 전문성있는 사람이 훨씬 많다. 지역별로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중앙정부가 했던 걸 이양한다고 해서 전문성이 떨어진다는 건 동의할 수 없다. 물론 그럴 수도 있지만 주민들의 참여 등으로 이를 보완할 수 있는 장치들이 있을 것이다.”

▶재정분권 어떻게 추진되고 있나.

“그동안 세입기준으로 볼 때 국세 대(對) 지방세 비율은 중앙이 8할, 지방이 2할 수준에 머물러 있다. 소위 ‘2할 자치’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지방재정의 어려움은 큰 문제였다. 이러한 점을 개선하기 위해 재정분권 과제는 국세와 지방세비율을 7대 3을 거쳐 장기적으로 6대 4 수준으로 개선하는 것을 기본 목표로 하고 있다. 또한 지방의 자체재원을 확충해 줌으로써 지방재정의 자율성과 책임성을 강화하고자 한다. 구체적으로는 국세의 일부를 지방세로 이양하거나 ‘고향사랑기부제’ 도입과 국고보조사업을 개편해 지방세입에 도움을 주고 지방재정 부담을 완화하는 방안 등도 검토되고 있다.”

▶‘지방분권형 개헌’은 이제 물 건너 간 것인가. 추진 로드맵은 있는가.

“대통령이 발의한 개헌(안)이 무산된 이후, 현재로서는 정부차원의 헌법개정은 추진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다만 지난 4월24일 국무회의에서 대통령이 정부 부처별로 개헌안에 담긴 취지를 반영한 제도와 정책을 적극적으로 마련하고 추진해 달라는 당부를 한 바 있다. 위원회에서도 ‘자치분권 종합계획안’에 관련 내용을 반영함과 동시에 향후 관계 부처의 추진상황을 점검·평가해 자치분권이 적극 추진될 수 있도록 역할을 다해 나가고자 한다. 지방자치법 소관 부처인 행정안전부도 지방자치법 전면개정을 적극적으로 검토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 개인적으로는 헌법 개정에 대해 보다 적극적인 국회의 역할을 기대한다.”

▶취임 1년이 됐다. 자치분권 목표에 얼마까지 왔다고 생각하나.

“한 60%까지는 왔다고 본다. 사실 모든 게 입법과정을 거쳐 최종 확정이 되어야 하니 내가 끝낼 수 있는 부분은 아니다. 하지만 마무리를 위해 위원회 차원에서 착실히 준비해야 한다. 그동안 자치분권이 중앙정부와 자치단체로만 관심이 집중되는 면이 없지 않았는데, 주민들의 참여도 중요하다. 정책에 대한 주민들의 직접 참여에 관심을 기울이고 싶다.”

대담=이영란 서울취재본부 부국장 yrlee@yeongnam.com
정리·사진=정재훈기자 jjhoon@yeongnam.com

▨ 정순관 대통령소속 자치분권위원회 위원장= △1958년 전남 순천 출생 △전남대 행정학 학사·서울대 행정학 석사·전남대 행정학 박사 △순천대 사회과학대학 행정학과 교수(1998년~) △제16대 한국거버넌스학회 회장(2008년) △제18대 한국지방자치학회장(2014~2015년) △전라남도 지방분권추진협의회 위원장(2014년~2017년) △대통령소속 자치분권위원장(201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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