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별천지에서 샤워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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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8-09-10


‘천상열차분야지도(天象列次分野之圖)’. 학창시절 국사 시간에 한번쯤 들어본 적이 있는 익숙한 단어다. 국보 228호다. 둥근 원 한가운데 북극이 자리하고 적도와 황도, 은하수, 별자리 및 1천400여 개의 별이 그려져 있는 것으로 고구려 시대 천문도 비석의 탁본을 바탕으로 조선 태조 4년(1395)에 돌에 새겨진 글이다. 600여 년 이전 현대 과학에서 만큼이나 정교함이 드러나는 이런 지도가 만들어졌다는 사실에 새삼 놀랍다.
 

당시 사람들의 하늘에 대한 관심이 어떠했는지 알 수 있는 귀중한 유산이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별에 대한 기록이 많다. 별자리는 축제나 농사, 일상 생활에서 영향을 주었다. 지금은 현대과학의 발달에 따라 날로 기술이 진화하고 우주의 근원에 다가가고 있지만, 당시는 자연의 이치와 섭리에 수긍하고 받아들임이 자연스러운 시대여서 별자리가 지닌 고결한 규칙성은 그들의 삶에 있어서는 불문율과 같은 법칙이자 진리여서 경외롭고 숭배의 대상이었던 것이다.
 

밤하늘 별 보기가 점점 힘들어졌다. 일상 생활에 지치고 힘들어 하늘 한 번 쳐다볼 여유가 없어졌다. 어릴 적 길을 가다 쳐다보면 보이던 밤하늘의 별이 어느새 나의 시야에서 사라져 그냥 검은 밤만이 존재한다. 가끔 TV 뉴스에 ‘빛공해’란 말이 나온다. 해가 뜨고 지듯이 당연한 자연의 진리인 듯 밤이 되면 보여야 하는 별이 사라지는 이유가 빛공해 때문이란 것이다. 노래가사에서 듣는 칠흑같은 밤을 느낄 수 있는 장소를 찾는 것은 이제 쉽지 않게 돼버렸다. 그나마 영양에 사는 나는 별을 볼 수 있는 특권을 가졌지만 이젠 중소도시에서조차 밤하늘 별이 희귀한 존재가 돼버렸다. 예전에 한적한 시골에서 볼 수 있던 별들도 곳곳에 설치된 가로등에서 뿜어내는 인공조명에 가려 잘 볼 수 없게 됐다. 별을 찾아 공기가 맑고 높은 산들이 있는 트인 공간에 가서야 그 아쉬움을 달래야 하는 게 현실이다.
 

조명의 발명은 인간의 이기에 의한 많은 이점을 가져다주었다. 인간의 공간과 영역을 확장시켜 주는데 크게 기여했다. 하지만 인공조명으로 자연의 당연한 이치인 낮과 밤을 인위적으로 변화시켜 동적이며 분주한 낮의 영역이 휴식과 고요함을 부여하는 밤의 영역을 침범했다.
 

지나치게 밝은 네온사인과 간판 조명은 낮과 밤의 구분을 모호하게 했다. 도로와 다리, 각종 건축물에는 조명으로 치장되었다. 멋있고 화려한 인공조명이 우리의 시각을 불편하게 하고 있음에도 말이다.
 

이런 현상에서 반기를 드는 일이 생기고 있다. 말 그대로 검은 밤을 지키자는 것이다. 각종 빛이나 소음의 공해에서 벗어나 자연 그대로의 밤하늘을 볼 수 있는 환경을 만들자는 움직임이 활발하다. 외국에서는 국제밤하늘협회(International Dark-Sky Association, IDA) 같은 단체가 야간 조명을 억제하자는 운동을 벌이고 있다. 영양에서도 청정 밤하늘의 가치를 인정받아 국내 최대 반딧불이 서식지인 수비면 일대가 아시아 최초로 ‘국제밤하늘보호공원’으로 지정받았다.
 

오늘날을 사는 사람들은 그윽한 달빛보다는 스마트폰 사이로 나오는 불빛에 더 익숙해져 있다. 화려하고 밝은 빛을 뿜어내는 기기의 인공조명에 매료돼 자연이 주는 가장 소중한 밤을 잊고 지내왔다. 밤거리 안전과 도시의 미관이나 경관을 위해 우리의 밤을 환하게 비추는 우후죽순 세워진 가로등 빛이 밤하늘을 가리면서 별은 하나하나 시야에서 사라져 버렸다. 주변이 어두컴컴한 칠흑같은 밤에 길을 가다 강가를 비추는 달빛이 더 빛나고 예쁘게 보이는 이유는 주변을 감싸는 어두운 밤이 있기 때문이다. 또 화려한 색이 돋보이는 컬러사진으로 찍은 수십 장의 사진 속에서 한 장의 흑백 사진이 돋보이는 것도 같은 이유다. 별을 생각하다 가고 싶고 보고 싶어지는 충동이 생긴다면 영양의 밤하늘을 찾아오길 권하고 싶다. 커피 광고문구처럼 같은 하늘 아래 수많은 별빛으로 수놓인 영양밤하늘공원에서 별 샤워를 즐겨보자. 도심에서 지친 피로가 맑끔하게 씻어질 것이다.

우 태 우(영양군청 공보계주무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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