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학 이야기] 우리 몸의 변화를 읽는 디지털 설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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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홍석천기자
  • 2018-0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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혀 내밀기만 하면 그날의 몸상태 데이터로 알려줘

한국한의학연구원에서 개발한 디지털 설진기. <한국한의학연구원 제공>
“욕실 한편에 설진기가 놓여 있습니다. 매일 아침 자리에서 일어나 진입부에 입을 대고 ‘메롱’하며 혀를 내밀면 몇 차례 플래시가 터집니다. 간단한 진찰로 그날그날 몸 상태에 대한 분석 데이터를 얻을 수 있습니다. 혹시라도 건강에 이상신호를 느끼게 되면 바로 병원을 찾으면 되는 것입니다.”

한의학이 달라지고 있다. 한의사의 개인 능력에 의존하는 것이라는 일반인의 생각을 깨뜨리는 다양한 첨단 의료기기들이 줄이어 나오고 있다. 수천 년 동안 우리 민족과 함께한 한의학을 창조적으로 계승해 진단과 치료 객관화·과학화를 꾀하고 한의학적 예방·치료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다.

그중 눈에 띄는 것은 디지털 설진기다. 설진이란 혀의 상태를 진찰하는 것으로 한의 임상에서 중요한 진찰 방법의 하나다. 설질과 설태(혓바닥에 끼는 흰색이나 회색, 황갈색의 이끼 모양 물질)의 형태, 색깔, 촉촉한 정도를 보고 몸의 기운과 병의 경중, 장부의 허실 등을 알 수 있다.


몸과 긴밀 연결된 혀 상태로 병 파악
한의학 첨단기기로 예방·치료 ‘가속’



혀는 우리 몸과 긴밀히 연결돼 있다. 혀의 중심부분은 소화기관, 양 옆 부분은 간·신장, 끝부분은 심장과 폐의 상태를 반영한다. 또 설태의 색깔도 건강상태를 반영한다. 황태는 몸에 열이 많을 때 생겨 신체 기관 기능이 지나치게 높음을 알려준다. 백태는 몸이 차다는 의미로 신체 기능이 저하됐을 때 나타나고, 회태나 흑태는 몸의 기운이 말라 있는 심각한 상태를 나타낸다.

이렇듯 설진은 오래전부터 대표적인 한의학 진단 방법으로 쓰이고 있다. 하지만 한의학계는 이 방법에 뚜렷한 한계가 있다고 인정한다. 왜냐하면 바로 한의사의 주관적인 판단으로 진찰하기 때문이다. 흔한 설태는 한의사마다 같은 소견을 보이지만 백태, 홍태, 황태 등이 섞인 혼합태는 소견이 달라진다. 한의사의 컨디션과 진찰실 조명 등 주변 요소의 영향을 받게 된다.

이런 주관적 치료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나온 것이 ‘디지털 설진기’다. 디지털 설진기는 최신 영상기술 및 광학기술을 적용해 혀에 대한 정보를 정량적으로 측정한 콘텐츠를 제공한다. 한의학 진단을 조금 더 객관적이고 과학적으로 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한 연구 성과인 것이다.

객관적이고 과학적인 방법으로 설진을 가능케 하는 진단기기를 개발함으로써 한방 병·의원에서 유용하게 활용할 수 있게 됐다.

실제로 우리나라를 비롯해 중국·일본 등 여러 나라에서 다양한 디지털 설진기를 개발하고 있다.

한국한의학연구원에서 개발한 디지털 설진기는 ‘혀 표면의 깊이를 측정하고 이 결과를 토대로 혀의 굴곡정보를 도출’한다. 이 총체적인 데이터를 통해 혀의 진단 물리량 보정 및 입체 시각화가 가능해졌다. 기존에 개발된 것과 차별화된 기술이다. 또한 수집된 임상데이터를 기반으로 혀의 형태와 색깔을 분석하는 알고리즘을 고도화했고, 배변장애 및 수면이상 기혈음양 허증에서의 혀 특성을 도출해 기술이전이 가능하게끔 했다.

집안에서 디지털 설진기로 매일매일 건강체크를 하는 상상이 현실이 되는 것이다. 조만간 스마트폰과 스마트 와치와 같은 모바일기기에 적용돼 시간과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스스로의 건강을 관리할 수 있는 도구로도 활용될 수 있다.

한의학연구원 관계자는 “디지털 설진기 연구개발팀은 정확도 100%를 자랑하는 진단기기를 기대하고 있다”면서 “또한 이를 바탕으로 머지않은 미래에 유비쿼터스를 기반으로 한 ‘1인 1한의사 시대’가 도래할 것”이라고 희망섞인 예상을 내놨다.

홍석천기자 hongsc@yeongnam.com
▨도움말=한국한의학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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