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산책] 대명동 소극장거리와 계명대의 담벼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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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09-21 07:18  |  수정 2018-09-21 07:18  |  발행일 2018-09-21 제16면
[문화산책] 대명동 소극장거리와 계명대의 담벼락
김종백<교육연극연구소 메탁시스 대표>

소극장의 맛은 배우들의 작은 디테일과 내면의 숨소리까지 느낄 수 있는 배우와 관객이 상호소통되는 ‘바로 지금 여기서’의 맛이다. 영화관이나 대극장 공연에서는 쉽게 느껴 볼 수 없는 맛이다.

계명대가 성서로 이전하면서 거의 슬럼화되어 가던 대구 남구 대명동 거리를 2009년 10월부터 연극인들이 하나둘 들어와 대명동 소극장 거리가 만들어지기 시작했다. 이렇게 연극인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소극장 거리를 활성화하기 위해 대구시와 남구청도 그동안 큰 노력을 보탰다.

연극인들이 그저 연극이 좋아 연극이 하고 싶어 이곳에 들어와 모였지만 연극만 하면서 버티기는 어렵다. 전국 대부분의 극단이 그렇듯이 이들은 쥐꼬리만 한 임대료 지원금이나 각 지자체의 공모사업에 신청해 선정된 뒤 그 지원금으로 공연을 하고 있다. 물른 신청한다고 다 선정되는 것도 아니다. 선정이 일 년 내내 안 되는 극단도 있다. 이런 경우를 생각해서 관계자들의 좀 더 합리적인 선정기준이 필요할 듯하다. 그리고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 ‘e-나라도움시스템’의 정산업무가 또 남아 있다.

이런 복잡한 것들이 싫어 공모를 꺼리는 극단도 있다. 이래저래 소극장을 가진 극단은 현상유지조차 어렵다. 그렇다고 이들에게 “그렇게 힘든 연극을 왜 하느냐고”고 묻지는 말자. 프란시스 포드 코폴라 감독이 인터뷰에서 “영화를 왜 찍느냐”는 질문에 “과거에 영화 찍다가 진 빚을 갚기 위해”라고 짧게 말했다.

소극장의 기능과 역할은 순수 예술 정착과 발전에 아주 중요하다. 그래서 잘 보존되고 잘 관리되어야 한다. 대명동 공연 거리가 더 활성화되도록 대구시와 남구청 관계자들이 더 자주 만났으면 좋겠다. 대구시민도 일년에 한번만이라도 대명동 소극장으로 와서 연극 한편만이라도 감상했으면 좋겠다.

갑자기 모 극단 대표가 말한 “대명동 공연거리를 가장 활성화시킬 수 있는 좋은 방법은 인접한 계명대의 담벼락만 좀 낮추면 된다”는 얘기가 생각난다. 진짜 그럴 수만 있다면 아름다운 계명대와 함께 어우러진 대명 소극장 거리는 전국 최고의 문화예술공연 거리가 되겠구나 하는 생각도 든다. 또 한편으로는 너무 활성화되어 서울 대학로처럼 ‘젠트리피케이션(gentrification) 현상’으로 연극인들이 또 다른 지역으로 내몰리는 일이 발생되지는 않을까 하는 우려 아닌 우려도 해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우려가 ‘현실’이 되도록 우리 다같이 노력했으면 좋겠다.김종백<교육연극연구소 메탁시스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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