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단상] 환호와 비판을 넘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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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09-22   |  발행일 2018-09-22 제23면   |  수정 2018-09-22
[토요단상] 환호와 비판을 넘어서
박상준 포스텍 인문사회학부 교수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세 번째 정상회담과 그 결과로 제시된 9·19 평양선언을 어떻게 봐야 할까. 누군가에게는 남북한이 극한 대립으로 치닫던 한반도에서의 화해 분위기가 고조되고 있다는 점에서 계속 가슴 벅찬 일일 수 있고, 누군가에게는 미래 핵의 폐기만 언급되고 현재 핵의 처리는 빠져 있는 내실이 부족한 아쉬운 행사일 수도 있다.

우리는 지지와 우려 혹은 찬사와 비판이라는 이 두 가지 입장을 모두 끌어안아야 한다. 남북 정상의 잇단 회동과 그 중간의 북미 회담은, 북한이 20여 년간 지속해 온 핵 개발 및 위협의 시간들과 남한의 지난 두 정부 시기 내내 고조되기만 했던 한반도의 긴장을 크게 완화시키는 정치 행위다. 언제든 전쟁이 터져도 이상하지 않을 듯했던 국면을 전환시키고 평화로운 공존 방안을 논의하는 것이니, 이어지는 회담들에 대해 여전히 심정적인 환호가 가능하다. 물론 찬사만으로 지속할 수는 없다.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 체제의 구축은 남북한만의 문제가 아니라 미국과 중국을 중심으로 전 세계가 관여하는 복잡한 현실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북한 핵의 폐기를 당면 과제로 하는 한반도 비핵화라는 현실적인 문제에서 얼마만큼의 진전이 있는가를 따지지 않을 수 없다.

이렇게 지지와 찬사 혹은 우려와 비판의 입장 어느 것도 버리지 않으면서 우리가 취해야 할 길은 무엇일까. 이러한 일련의 과정 속에서 우리가 궁극적으로 바라는 것, 바라야 하는 것을 확실히 하고, 정세가 이에 맞게 돌아가도록 주체적으로 힘을 쏟는 일일 것이다. 이러한 입장에서는 정치적 이벤트 하나하나에 휘둘리지 않을 필요가 있다. 남북한과 미국, 중국, 일본이 개재되는 사안들 각각에 대한 여러 해석에 정신이 팔려 정작 우리 자신에게 필요한 것을 잠시라도 잊어버려서는 안 된다.

우리가 갖춰야 할 태도는 언제나 근본적인 것이어야 한다. ‘우리와 우리의 미래 세대가 살아가는 세상이 행복과 복지를 추구하는데 있어 전쟁과 같은 외적 위협이 없는 상황에 놓여야 한다는 생각’을 바탕에 깔고 주도적으로 현재의 문제들을 대해야 하는 것이다. 이러한 입장은 현재의 국면이 전개되기 이전의 북한의 상황과 우리가 항상 원(해야)하는 것에 대한 명확한 인식 위에서만 굳건해진다.

북한은 오랜 세월 지구촌으로부터 고립된 ‘왕따 국가’의 처지에 놓여 있었다. 그 과정에서 주민들의 궁핍과 정권의 불안정 상태가 지속된 것인데, 이를 타개하고 세계 체제의 일원이 되는데 필요한 미국과의 국교 정상화를 위한 지렛대로 핵을 개발해 왔다. 그 결과 우리는 북한 핵에 따라 고조된 정세의 불안정을 없애고 우리 국민 모두의 행복과 안녕을 도모하기 위해 무언가를 해야 하는 상황에 놓이게 되었다. 2018년 오늘 진행되고 있는 일련의 움직임들은, 현재의 정부가 북한과의 적대적 공존을 통해 자신만의 이익을 도모하는 대신 국가와 국민 전체의 평화와 안녕을 위해 필요한 모든 노력을 주도적으로 경주하면서 이뤄진 것이다.

따라서 국내의 정치적인 입장 차이와 무관하게 현재 진행 중인 한반도 비핵화 움직임이야말로 대한민국의 행복과 복지를 위해 유일한 방안이라는 점을 우리 모두가 인정해야 한다. 그러지 않고 북한과의 기싸움을 지속하거나 조장하는 것, 과거 행위들에 대한 집착에 갇혀 있는 것 등은 아무런 실효도 없다. 현 정부에 대한 비판적 입장을 앞세워 이 중차대한 문제를 ‘정치 쇼’ 같은 뉴스거리로 전락시키는 일부 언론의 행태는 참으로 심각한 문제다. 우리 정부와 대통령이 중재자를 넘어 주도적인 운전자의 위치에서 국민 전체의 평화와 안전을 책임지는 중대한 임무를 잘 처리해 갈 수 있도록 국민의 요구란 한반도에서의 평화와 안전뿐이라는 점을 가려서는 안 된다. 우리 모두가 이러한 염원을 끊임없이 확실히 할 때 바로 그때에만 가장 바람직한 결과를 얻게 될 것이다.박상준 포스텍 인문사회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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