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하기 좋은 대구 만들기 .3] 서울예술인플랜과 예술인협동조합 주택

  • 최미애
  • |
  • 입력 2018-10-03   |  발행일 2018-10-03 제22면   |  수정 2018-10-03
예술인의 거주지 ‘막쿱’ 월 임대료 1만5천원∼3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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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인 협동조합 주택 ‘막쿱’의 전경(위 오른쪽)과 공동 공간(위 왼쪽). 내부 계단 벽에 입주한 예술인의 작품이 걸려 있다(아래).

2015년부터 집단주거형 운영
조합 가입해 공동체 일원되면
월소득 평균이면 지원 가능해
입주자들 지역사회 소통 노력

서울시 젊은 예술인 지원플랜
10년 이하 경력자 대상사업 중점
창작 구심점 역할 맡을 예술청
2020년 대학로에 문 열 예정

 
서울은 예술인이 가장 많이 활동하는 무대다. 2016년 발표한 문화체육관광부의 ‘2015 문화예술인실태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예술인 13만명 중 38%에 해당하는 5만명 정도가 서울에 거주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에서 활동하면 지역보다 발표 기회가 많지만 주거비를 포함한 생활비를 생각하면 예술활동만으로 살아가는 게 쉽지 않다. 활동하는 예술인이 워낙 많다 보니 경력이 짧은 예술인들은 상대적으로 각종 예술인 대상 지원사업에서 소외될 수밖에 없다. 이에 서울시는 예술인들을 위한 정책을 수립하고, 이들에게 필요한 정책 방향을 모색하고 있다.

◆지자체 최초의 예술인 정책 계획

서울시는 2016년 8월 예술활동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종합 지원책인 ‘서울예술인플랜’을 내놨다. 지방자치단체가 최초로 수립한 예술인에 대한 종합 지원 계획이라는 점에서 눈길을 끌고 있다. 예술인들의 창작·발표 공간을 마련하고, 주거 공간을 제공하는 것뿐만 아니라 기존 예술인 지원 사업의 사각지대에 있는 예술인을 지원하는 것이 계획의 핵심이다.

서울예술인플랜은 상대적으로 경력이 짧은 예술인에 중점을 뒀다. 활동 경력 10년 미만인 예술인이 서울 예술인의 35%를 차지하는데, 문화재단 공모사업 등에서 어느 정도 경력이 있는 사람이 선정되다보니 이들 중 소외되는 예술인들이 있기 때문이다. 그렇게 해서 진행된 사업이 청년 예술인 지원 사업이다. 공공지원금 수혜 경험이 없는 39세 이하 예술인이나 데뷔 10년 이하의 예술인을 대상으로 하는 ‘최초 예술인 지원 사업’이 대표적이다. 작품 활동을 준비하는 데 지원하는 준비형(200만원), 결과물을 발표하는 것에 대한 지원인 결과형(500만원 이상 1천만원 내외)으로 나눠 진행됐다. 35세 이상 예술인으로 구성된 단체를 대상으로 지원하는 ‘서울청년예술단’도 운영했다. 5인 단체 기준 5천만원을 창작활동에 지원하고, 단체별로 전문 예술가 멘토를 지정해 월 1회 멘토링 활동도 제공했다. 청년 예술인 지원 사업을 하면서 현장에서는 새로운 젊은 예술인들이 등장했다는 평가도 나온다는 게 서울시 관계자의 설명이다.

이외에도 예술인들의 창작활동의 구심점이 될 만한 공간을 조성하는 계획도 있다. 다양한 장르의 예술인이 교류할 수 있는 공간으로 예술인의 인권에 대한 상담을 해주고, 작품을 발표하는 등 다양한 역할을 하는 공간이다. 개별 활동 중심인 과거와 달리 장르 간 협업에 대한 예술인의 관심이 높아진 것을 반영한 것이다. 가칭 ‘예술청’으로 대학로에 위치한 건물을 리모델링해 2020년 문을 열 예정이다.

이같은 방향으로 사업을 추진한 데는 실태 조사와 예술인들을 대상으로 한 의견 청취가 바탕이 됐다. 2015년 9~12월 3차례에 걸쳐 청년 예술인, 예술강사, 장애인 예술인을 대상으로 포럼을 열었다.

류경희 서울시 예술정책팀장은 “서울예술인플랜은 서울시가 혼자서 한 게 아니다. 예술인들을 포함시켜 TFT를 구성해 의견 수렴하는 절차를 거쳤고, 아직 하지 못 하고 있는 정책을 개선하고 보완하려고 논의를 이어가고 있다”고 강조했다.

◆예술인협동조합 주택 ‘막쿱’

수입이 일정하지 않은 예술인에게 주거비용은 큰 부담이다. 예술인협동조합 주택 ‘막쿱’(Mallidong Artists Cooperative·M.A.Coop)은 예술인에게 주거에 대한 부담을 덜어주기 위한 독특한 형태의 주거공간이다. 서울시와 서울주택도시공사가 2013년부터 예술인을 위한 집단 주거 공간을 구상해 2015년 3월 예술인들이 입주했다.

막쿱에 입주하기 위해서는 예술인이면서 도시 근로자 가구당 월평균 소득 100%(2013년 기준 3인 가구 이하 449만원)이면 지원할 수 있었다. 거주 비용은 저렴한 편이다. 전용면적(24~59㎡)에 따라 3천840만~9천440만원의 임대 보증금과 월 임대료 1만5천~3만원을 낸다. 공간은 3개 동에 1인가구 9세대, 2인가구 10세대, 3인가구 10세대로 구성된다. 옥상 등 공용공간도 포함되어 있다. 현재 입주 예술인의 연령대는 20대 후반부터 60대까지 다양하고, 분야는 음악, 미술, 연극, 영화, 미술, 건축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김경호 막쿱 이사장은 “유학을 가거나 활동영역이 바뀌는 등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계속 거주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입주 후 아이를 낳은 집도 있는데, 삶이 어느 정도 안정적으로 된다는 의미인 것 같기도 하다”고 말했다.

막쿱에 살기 위해서는 협동조합에 가입해 공동체의 일원이 되어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심사위원회를 거쳐 입주가 예정된 예술인들은 협동조합, 공동체 관련 교육을 6개월 동안 받았다. 더불어 설계를 포함해 어떤 공간으로 만들 것인가에 대한 논의에도 1년여간 참여했다. 입주 후에도 계속 교육프로그램은 진행 중이다.

예술인들이 입주한 이후 막쿱은 주거 공간을 넘어서 지역 사회와 소통하려는 노력도 하고 있다. 이는 막쿱의 정관에 포함된 내용이기도 하다. 지역 주민들과 함께하는 오프닝 행사를 시작으로, 시민 문화 교실, 원데이클래스를 공동 공간에서 운영했다. 막쿱에 거주하는 한 예술인은 인근에 동네 책방을 열기도 했다.

운영을 하면서 아쉬운 점도 있다. 청소, 엘리베이터 고장 등 주택에 생기는 문제를 해결할 상주 관리인이 없다 보니 예술인들이 돌아가면서 품앗이 형태로 맡아서 그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일을 분배해서 하고 있기는 하지만, 창작활동을 하는 예술인 입장에서 다소 부담스러운 점도 있다는 것이 김 이사장의 설명이다.

김 이사장은 “막쿱과 같은 모델이 예술가만을 위한 게 아니라 미래 삶의 기준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도 이 공간을 유지하려고 애를 쓰고 있다”며 “예술인들의 주거문제를 해결하고자 한다면 막쿱과 같은 곳을 시그니처 공간으로 만들고, 나머지는 예술가를 일정 비율 선발하는 임대 주택 형태로 운영하는 등 입체적으로 정책을 마련할 필요도 있다”고 조언했다.

글·사진=서울에서 최미애기자 miaechoi21@yeongnam.com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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