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무학의 문화읽기] 노벨문학상과 뉴아카데미문학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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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10-05   |  발행일 2018-10-05 제22면   |  수정 2018-10-05
올 노벨문학상 선정 무산돼
스웨덴 ‘뉴아카데미상’등장
수상자 선정 일반인 참여 등
신선한 일들로 관심 이끌어
한국의 문학상들도 검토를
[문무학의 문화읽기] 노벨문학상과 뉴아카데미문학상

2018년 노벨상 계절이 돌아왔다. 지난 1일 생리의학상 수상자 발표를 시작으로 2일 물리학상, 3일 화학상, 5일 평화상, 8일 경제학상 수상자가 잇따라 발표되었고 또 발표된다. 그런데 2018년 노벨문학상은 없다. 수상자를 선정하지 못한 것이다. 작가의 잘못이 아니라 수상자를 결정하는 한림원 관계자의 잘못으로 인류가 기대하고 전 세계 문인들이 큰 관심을 가지고 있는 문학상 수상자를 내지 못했다니 여간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1901년부터 세기를 넘어 이어지는 문학상 역사에 수상자가 없었던 때도 있었다. 1914년, 1918년, 1935년과 1940년부터 1943년까지 일곱 번이다. 수상작을 찾지 못했거나 1·2차 세계대전으로 인한 것이었다. 수상이 거부된 해도 있었다. 1958년 ‘닥터 지바고’를 쓴 러시아의 보리스 파스테르나크. 정부의 압력으로 수상을 거부해야 했다. 그리고 1964년 프랑스의 장 폴 사르트르. “자신은 언제나 공적으로 주어지는 상을 거절해 왔으며, 제도권에 의해 규정되기를 원치 않는다”며 거부했다.

그러나 2018년과 같은 이유로 수상작을 선정하지 못한 것은 처음이다. 지난 5월 한림원이 종신회원인 카타리나 프로스텐손의 남편인 사진작가 장클로드 아르노의 미투 연루로 7명의 회원들이 사표를 제출, 수상자를 선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해 수상자 선정을 포기한 것이다. 참 어이없는 이유다. 이후 스웨덴 문화예술계 인사들이 ‘뉴아카데미’를 설립했다. “문학은 특권과 편향으로 인한 오만과 성차별 없는 민주주의, 투명성, 공감, 존중을 증진해야 한다는 점을 상기시키기 위해 이 단체를 설립했다”며 노벨문학상을 대신해 ‘뉴아카데미문학상’을 주겠다고 나섰다.

출판계 거물 앤 폴슨이 이끄는 뉴아카데미는 이 상이 노벨문학상을 대신한다고 생각지는 않지만, 일반 시민도 수상자 선정 과정에 참여하게 해 노벨상의 폐쇄적인 수상자 선정 방식에 문제를 제기하고 싶다고 했다. 심사 기준도 노벨상이 이상적 방향으로 가장 뛰어난 작품에 무게를 두지만, 이 상은 전 세계 곳곳 사람들의 이야기를 다룬 작가에 주목하겠다고 밝혔다. 이와 같은 관점에서 전문가들에 의해 47명의 후보가 추천되고 3만명 이상의 온라인 투표를 거쳐 최종 후보 4명이 선정됐다. 4명의 후보에는 근년 노벨상 후보군에 자주 오르던 일본 작가 무라카미 하루키도 들어있고, 프랑스령 과들루프 출신 작가 마리즈 콩데, 베트남 출신 킴 투이, 영국 장르소설 작가 닐 게이먼이 올랐다.

무라카미 하루키는 후보로 선정된 것에 감사하면서도 집필에 전념하겠다며 후보에서 사퇴했다. 이런 혁신적인 선정 과정을 거쳐 10월12일에 수상자를 발표하고, 12월19일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시상식을 갖겠다고 한다. 노벨상 그 자체는 아니지만 그 선정 방법이 노벨상 선정 방법보다 객관적이라면 노벨상에 버금가는 상이 될 것이다. 노벨 재단이 문학상에 대한 큰 우려를 가지고 있는데, 원래 노벨상에 없었지만 1969년부터 주어지는 경제학상과 같은 위치를 점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5개 부문이었던 노벨상이 1968년에 스웨덴 중앙은행이 노벨을 기념하는 ‘스웨덴 중앙은행 경제학상’을 만들면서 노벨상에 포함되기 시작했다.

2018년 노벨문학상 수상자를 내지 못한 것은 한림원의 부끄러운 면모를 드러낸 것이며 노벨문학상 역사에 큰 오점이다. 뉴아카데미문학상이 수상자 선정 과정에 시민을 참여시키는 것은 신선한 일이며, 한림원뿐만 아니라 전 세계 문학상 시상 기관에 각성을 촉구하는 일이 아닐 수 없다. 문학상 수상자 선정에 독자를 참여시키는 일은 해야 하지만 하지 못한 일 중의 하나였다. 인터넷 시대 우리나라에서 주어지는 문학상들도 뉴아카데미상의 취지와 선정 방법 등을 참고하면 어떤 상이든 그 상의 권위가 더욱 높아질 것이다.

문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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