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랑 아가랑 ‘감성 동행’

  • 김수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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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10-05   |  발행일 2018-10-05 제33면   |  수정 2018-10-05
■ ‘임산부의 날’ 다양한 행사
태교 음악·팝송·영화·드라마 OST…
영유아·부모 함께 즐기는 라이브 공연
저출산 극복·임산부 배려 분위기 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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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북구문화재단이 지난 9월에 연 ‘아가랑 콘서트’. 퓨전국악밴드 이어랑이 출연해 임산부 및 아이들이 듣기에 좋은 다양한 국악을 들려줬다. <행복북구문화재단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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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성병원이 임산부의 날을 맞아 마련한 이색공연. <영남일보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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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월13일 어울아트센터에서 눈길 끄는 콘서트가 열렸다. <재>행복북구문화재단이 영유아와 그 부모들을 대상으로 한 ‘아가랑 콘서트-어아둥둥 첫 우리소리’를 선보였다. 그날 공연장의 풍경은 일반 공연장과는 사뭇 달랐다. 대부분 영유아를 데리고 온 가족이었고 임신을 한 아내와 남편이 함께 보러온 경우도 꽤나 눈에 띄었다. 조부모와 함께 3대가 관람을 하러온 가족도 있었다. 그중 한 엄마의 목소리가 귀를 솔깃하게 했다. “저번에 언니가 공연 보러 갈 때 너는 못 들어 갔지. 오늘은 너를 위해 공연을 보러 온 거야”라며 엄마가 아이의 머리를 쓰다듬으면서 사랑스러운 목소리로 속삭여주었다. 이날은 퓨전국악밴드 이어랑의 공연이 펼쳐졌다. 이어랑은 올해 창립 9주년을 맞은 베테랑 밴드로, 이날 공연에서는 국악으로 듣는 태교음악, 팝송, 영화&드라마 OST 등 5개의 주제로 공연을 펼쳤다. 공연이 시작되자 공연장 분위기도 상당히 이채로웠다. 공연장에서 서너살짜리 아이들이 뛰어노는가 하면 부모가 아기를 안고 서서 가볍게 춤추며 공연을 관람했다. 또 객석에 앉아 모유수유를 하는 관람객도 있어 평소 공연장에서 보기 어려웠던 풍경들을 연출했다.

관람객들의 외모도 색달랐다. 부모 상당수가 아기띠를 메고 있었으며 엄마들은 예쁜 핸드백이 아니라 커다란 기저귀가방을 들고 있었다. 이뿐만이 아니다. 연주자들도 토끼, 개구리, 호랑이, 곰 등 아이들이 좋아할 만한 캐릭터모자를 쓰고 공연을 이어갔다. 이렇다 보니 공연장의 전체분위기는 자유로웠으며 관객이 꽉 차지 않았는데도 불구하고 북적거리는 느낌이 살아있었다. 사실 어릴 때부터 예술을 경험해야 커서도 예술을 즐길 줄 안다고 하지만 영유아들이 즐길 수 있는 예술행사는 그리 많지 않다. 최근 영유아용 예술체험프로그램들이 하나둘 생겨나고 있지만 정식 공연장이나 미술관 등에서는 아직 영유아를 겨냥한 프로그램을 거의 선보이지 않고 있다. 영유아가 입장할 수 있는 예술행사가 잘 없다보니 영유아를 키우는 부모들도 덩달아 예술행사를 즐기는 데 제한을 받을 수밖에 없다.

아가랑 콘서트는 영유아와 그 부모들의 문화예술 향유욕구를 채워주는 프로그램으로 기획됐다. 아가의 이야기 소리, 울음소리가 다른 관객들에게 방해 될까 하는 염려 때문에 공연장에서 라이브로 공연을 관람하기 어려웠던 영유아와 그 부모들을 대상으로 마련한 것이다. 이뿐만 아니라 아기를 가진 임신부들의 태교콘서트 성격도 띠고 있다.

행복북구문화재단 박혜민 하우스매니저는 “9개월 전 아기를 낳은 조리원 동기들이 아기와 함께 단체로 공연관람을 온 경우가 있었다. 공연 종료 후 별도로 준비된 유아휴게실에서 2차(?)를 계획하고 이동하는 아기띠 부대도 볼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관객들의 반응도 뜨거웠다. 어린 손자와 이날 공연장을 찾은 채종애씨(59·달서구 대곡동)는 “집에서 손자와 둘만 있다가 이렇게 밖으로 나와서 아이에게 좋은 공연을 보여줄 수 있어서 너무 좋았다”고 했다. 육연주씨(35·경산시 압량면)는 “아이를 위한 곡뿐만 아니라 엄마를 위해 선곡된 곡이 어우러져 있어서 엄마가 보기에도 충분히 좋은 공연이었다”고 소감을 밝혔다. 왜관에서 왔다는 서찬양씨(34) 역시 “태교 때 들려줬던 클래식 음악을 라이브로 직접 연주해주고 악기도 실제로 보여줄 수 있어서 좋았다”며 만족감을 표시했다.

행복북구문화재단은 지난 7월 처음 아가랑 콘서트를 열어 호응을 얻자 9월 2차 행사를 열었다. 첫 행사에서는 ‘우리 아기 첫 클래식’이라는 주제로 북구어울아트센터의 상주단체인 CM심포니오케스트라가 태교음악부터 아침기상 때 듣기 좋은 음악, 아기 낮잠에 도움을 주는 음악에 이르기까지 다채로운 클래식음악을 선사했다. 소프라노 노예진, 테너 김찬교 등이 출연해 오페라 ‘파우스트’ ‘사랑의 묘약’ 등의 아리아를 들려주기도 했다.

이태현 행복북구문화재단 대표는 “배 속에서 듣던 클래식 태교음악을 엄마가 아기와 함께 자유로운 분위기 속에서 라이브로 들을 수 있도록 해 성황리에 공연을 마쳤다. 어린 자녀가 있거나 임신 중이어서 제대로 된 문화생활을 즐기는 데 제약있는 임신부들이 주위 눈치를 보지 않고 편안한 상태에서 아이와 음악을 즐기고 태교도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10월10일은 모자보건법에 의해 제정된 ‘임산부의 날’이다. 임신과 출산에 대한 긍정적인 인식을 통해 저출산을 극복하고 임산부를 배려, 보호하는 사회적 분위기를 만들어 출산, 양육의 어려움을 해결하자는 취지로 제정된 날이다. 임산부의 날을 앞두고 출산이라는 생명탄생의 고귀한 일을 함께하고 있는 지역사회의 모습들을 바라봤다. ☞ W2면에 계속

김수영기자 sykim@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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