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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혜정의 도시디자인과 문화] 지역을 살리는 예술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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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뉴미디어부기자
  • 2018-1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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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과 자연의 합작품 마을 살리다

협곡관람을 위해 조성된 400m 터널을 따라 올라가다 보면 어느새 작품 속으로 빨려 들어가 자연이 만든 예술작품을 만나게 된다.
일본 에츠고츠마리에서 열린 ‘2018 대지예술제’에서 만난 넓은 대지에 누워있는 작품.
‘다랑이논’이라는 제목의 작품. 4계절 동안 농부가 하는 일을 시로 표현하고
농부의 동작을 조형물로 담아낸 입체작품. 
올해로 7회째를 맞은 달성군 100대 피아노콘서트의 지난해 공연모습.
도시에서 느끼는 감정이란 자극, 흥분, 경쟁, 긴장, 정보 이런 것들이 대부분이다. 우리는 보이지 않는 자극에 의해 가슴속에 경쟁의식을 담고 늘 긴장된 생활을 하고 있다. 대도시로 가면 갈수록, 사람과 부딪치는 횟수가 많을수록, 정보를 많이 접할수록 자극을 받고 긴장을 하면서 살아간다. 이것은 도시가 뿜어내는 보이지 않는 치열한 내면이라고 할 수 있다. 도시에 대해 ‘좋다’ ‘나쁘다’를 결정짓는 요인은 내면적인 것보다 겉으로 보이는 것일 수도 있는데 그 지역에 오래 머물수록 겉보다는 도시가 가진 역사와 문화를 알게 되며 좋아하는 기준이 달라질 수 있다. 따라서 도시의 내면, 즉 지역의 자원이 있고 역사와 문화가 있는 도시는 인간이라는 키워드가 존재한다. 다시 말해 도시의 중요 키워드는 우리가 되는 것이다.

그래서 도시디자인을 말할 때 늘 살기 좋은 도시로 만들어야 하고 사는 사람이 행복해야 한다고 한다. 일반적으로 도시를 디자인한다는 것은 공적 공간을 말한다. 이는 모든 사람들이 사용하는 공간, 시설, 용품, 정보를 의미한다. 미술관이나 박물관, 사람이 많이 모이는 광장에서부터 거리의 간판이나 벤치까지 매우 다양하고 광범위하다. 이러한 다양한 물리적 시설물이나 정보들은 도시에 넘쳐나고, 이용하는 사람들이 불편함이 없도록 디자인한 것은 이제 우리나라 어디를 가도 볼 수 있고 만날 수 있다. 공공디자인은 도시의 문화를 대변하는 역할을 하기 때문에 지역의 정체성을 가지고 디자인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그동안 많이 해 왔던 물리적인 공공디자인보다 지역의 자원을 가지고 도시의 정체성을 살려서 인간의 내면을 충족시켜 지역을 성공시킨 사례를 소개한다.

日 니가타현 ‘대지예술제’
폐교·빈가 많아지며 농촌 동력 상실
산·논·물·흙 소중한 가치 예술과 만남
예술가·주민 함께 작품 제작하며 관리
마을 속 자연 곳곳이 거대 야외박물관
지역 식자재로 만든 밥상 방문객 판매
4대 예술제로 성장, 지역 경제 버팀목

달성군, 올 7회째 100대 피아노콘서트
역사적 문화콘텐츠 도시브랜드 향상


올여름 무더위가 기승을 부릴 때 다녀온, 일본의 4대 예술제 중 하나인 니가타현 에츠고츠마리(도카마치시와 쓰난마치를 말함)에서 열리는 ‘대지예술제’다. 이곳은 1960년대 이후 농촌의 인구감소 및 노인인구의 증가로 인해 빈집이 생기고 농사를 짓지 않게 되고 폐교가 생기는 등 지역력을 잃어가고 있는 농촌이었다. 점차 이런 곳이 늘어나자 예술로 마을을 잇고 소통할 수 있게 하자는 취지로 생겼다. 마을의 자원(산, 논, 물, 흙 등)과 인간과의 관계에서 상부상조하며 지켜온 소중한 가치를 예술가· 건축가의 시선으로 발견하고 작품이 놓이는 장소와 잘 어울리도록 작품을 현지에서 제작하여 공감을 얻었고 성공을 이끌어낸 곳이다.

대지예술제는 지역 주민들과 함께 작품을 만들고, 지역민들이 자긍심을 가지는 것을 목표로 하는 트리엔날레형 예술제로 3년마다 50일 동안 열린다. 처음에는 뻔한 예술에 의한 지역 만들기라고 여겨 주민들의 반대도 많았다고 한다. 하지만 작품의 제작과정 등에 주민들이 직접 참여하면서 공감을 얻게 되었고, 작품을 보기위해 멀리서 찾아오는 관광객이 늘어나면서 주민들의 적극적인 활동으로 이어졌다. 시간이 갈수록 대지예술제는 대지에 뿌리를 둔 인간성 회복의 계기가 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동남아시아의 지역 만들기 모델이 되기도 하였다. 대지예술제에 여러 번 다녀온 사람들도 수많은 예술작품을 보았지만 그 감동이 오래도록 잊히지 않는다는 것이 공통된 이야기였다.

그 감동을 함께하고자 찾아간 에츠고츠마리의 ‘2018 대지예술제’에서 760㎢의 농촌지역이 거대한 야외미술관이 되어 있는 것을 보았다. 바람이 작품과 어우러지고, 논밭이 작품과 함께하는 예술작품은 기존 사각형의 미술관 안에서 보던 것과는 달랐다. 토양의 성질을 알고 논밭의 생태를 알고 제작한 작품들이었다. 폐교에 설치된 작품을 주민들이 맡아 관리하고 있었고, 길을 따라 걸으면 작품이 나오고 차를 타고 가다가 고개를 살짝 돌리면 산비탈에 작품이 서 있다.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산속의 협곡관람을 위해 조성된 400m 길이의 터널을 걸어간 곳에서 만난 작품으로, 자연과 작품과 내가 하나가 되었고 그 감동은 지금도 잊을 수 없다. 대지예술제의 모든 작품은 지역을 대변하고 지역의 자연과 함께했다.

성공의 가장 큰 요인은 지역주민들이 실제 작품제작에 참여하고 스스로 작품을 관리한다는 것! 또 지역에서 나오는 식자재를 가지고 주민들이 직접 밥상을 차려서 방문객에게 판매를 하고 있었다. 그중에서 ‘우부스나의 집’(폐가를 도자기 갤러리와 레스토랑으로 개조한 작품)은 50일간의 예술제 기간에 15억원의 매출을 올리고 1인당 생산액이 시간당 200엔밖에 안되는 이 지역이 지금은 완전히 달라졌다. 심지어 ‘포템킨’이라는 작품은 고령의 주민들이 스스로 작품 밑에 깔린 하얀 자갈을 걸레로 닦아가면서 관리하고 있었다. 지역 주민들이 자긍심을 가지고 열심히 참여하는 모습을 보고 대지예술제의 파급효과를 실감할 수 있었다. 예술이 지역을 살린 것이다.

달성군의 100대 피아노콘서트도 살펴보자. 1900년 우리나라 최초의 피아노가 미국선교사 리처드 사이드보텀에 의해 달성군 사문진 나루터를 통해 들어왔고 이를 기념하기 위하여 2012년 사문진 나루터에서 99명의 피아니스트들이 99대의 피아노를 연주하는 99대 피아노 콘서트를 시작으로 올해까지 7회째 이어오고 있다. 역사적인 사실을 문화콘텐츠로 풀어내었다는 것! 새로운 문물과 문화가 유입되었던 지역의 역사를 되짚으면서 지역민의 자긍심을 높이는 계기를 마련해 어디에나 볼 수 있는 일반적인 행사가 아니라 수준 높은 클래식 문화공연으로 사랑받고 있다.

특히 올해는 초등학생부터 지역주민, 지역기업인 등이 모금한 기금을 보태서 콘서트를 했다. 이 또한 예술이 지역을 살렸고 100대 피아노콘서트는 달성군의 대표 브랜드가 되었다. 이러한 도시의 공공프로젝트는 주민의 삶의 질을 높이고, 지역의 브랜드 이미지를 더욱 더 향상시킨다.

예술이 도시의 브랜드가 된다는 것은 참 어려운 일이다. 성공하지 못하고 오래가지 못하는 것은 여기저기 비슷한 행사를 많이 하고 있기 때문이고 작품과 주변 환경이 조화롭지 못하기 때문일 것이다. 따라서 작품에서 느낄 수 있는 감동이 그만큼 따라주지를 못하곤 한다. 앞서 소개한 사례지의 공통점은 작품과 주변환경의 조화가 큰 역할을 했다. 도시를 보기 좋고 멋지게 만들어가는 것도 중요하다.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지역의 자산(자연자원, 문화자원 등)을 가지고 지역민의 생활에 맞는 공간으로 디자인하면 과거를 이어가고 미래의 역사를 만들어가는 도시가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도시의 키워드는 사람이다. 그 사람은 그곳에 사는 주민임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달성군 디자인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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