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 받은 보수 대신 받아주는 ‘스마트’…예술인 직업 안정성 키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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벨기에의 협동조합인 스마트(SMart)에서 빌려주는 창작공간에서 예술인이 창작활동을 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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벨기에의 협동조합인 스마트(SMart) 건물 내에 마련된 코워킹스페이스. |
예술가들이 하는 활동은 대부분 ‘좋아서 하는 일’로 간주된다. 그렇다보니 생계를 위해 하는 일로 바라보는 시각은 많지 않다. 반면 프랑스를 비롯한 유럽의 국가에서는 예술가의 일 또한 직업적으로 인정되고 있다. 직업으로 인정받는 만큼 사회안전망 안에 예술인도 포함되어 있다. 유럽 안에서도 예술인들이 활동하기 좋은 나라로 꼽히는 벨기에의 예술인들로부터 예술인 지원 제도에 대해 들어봤다. 뿐만 아니라 예술인을 지원하는 협동조합인 스마트(SMart)를 방문해 어떤 형태로 예술인들을 지원하는지를 살펴봤다.
벨기에 협동조합인 스마트는 정기적으로 수입을 얻기 힘든 예술인들이 처할 수 있는 어려움을 해결해주기 위해 시작했다. 특히 예술인들이 클라이언트와 함께 일할 때 행정, 돈 관련 문제를 어떻게 해결하는지 잘 모르기 때문에 이를 돕고자 하는 목적이 컸다. 1998년 비영리 기관으로 시작한 스마트는 처음에는 예술인에 대한 지원으로 시작했다. 현재는 무대·조명 등 예술 분야와 관련된 기술자들도 스마트에 가입해 협동조합의 구성원이 될 수 있다. 예술인과 유사하게 기간제 형태로 일시적으로 일하는 만큼 예술인과 비슷한 상황에 놓여 있다고 본 것이다. 스마트는 벨기에를 기반으로 유럽 전체에 20개의 사무실이 있으며, 2만명의 예술인이 조합원으로 가입되어 있다. 조합원이 되면 매년 30유로(약 4만원)를 낸다.
지난달 21일 벨기에 브뤼셀에 위치한 스마트 사무실에서 만난 프리시아 돈더스 스마트 대변인은 “처음 스마트가 생겼을 때 예술인들의 사회적 지위를 안정화시키기 위해서 아티스트가 스마트의 소속이 되면 보수 문제와 사회적 지위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으로 봤다”고 설명했다.
스마트의 가장 큰 역할 중 하나는 예술인들이 활동한 후 받게 되는 보수를 안정화시키는 것이다. 예를 들면 음악가인 예술인이 콘서트를 하고 나서 클라이언트로부터 보수를 못 받더라도 7일 내로 스마트에서 지급하고, 이후에 보수를 받는 과정은 스마트에서 맡아서 하게 된다. 예술가들에게 어려울 수 있는 행정절차도 돕는다. 예술인과 클라이언트 사이에 계약서가 오가는 과정을 스마트가 맡는다. 예를 들어 예술인이 작품을 1천 유로에 판매하기로 하면, 스마트가 고지서를 보내 1천유로뿐만 아니라 1천유로의 6.5%를 클라이언트가 지급하도록 고지서를 작성해 보낸다. 클라이언트 입장에선 6.5%를 더 내야 하지만 예술인의 경우 세금 청구 절차가 복잡하기 때문에 그 정도의 비용을 부담하더라도 클라이언트들이 부담을 느끼지 않는다는 게 스마트 관계자의 설명이다.
스마트 소속 예술인들은 대체로 스마트를 이용하는 것에 만족하고 있다. 독립예술가로 활동 중인 미리암 반 임슈트씨는 “아티스트들의 급여를 안정적으로 보장해주고, 스마트를 통해 행정적인 도움이나 1대 1로 조언을 받을 수 있는 기회가 있다는 점이 만족스럽다”고 말했다. 5년 전쯤부터 스마트에 소속되어 있는 피아니스트인 릴리 마이스키씨는 “스마트에 돈을 내야 하긴 하지만, 내가 예술인으로 번 돈을 법적으로 보장해주고, 클라이언트와 문제가 있을 경우 법적인 조치를 취하는 데 도움을 주기 때문에 오히려 얻는 것이 많다”고 했다.
예술인들이 모인 협동조합인 만큼 새로운 창작활동을 위한 플랫폼의 역할도 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스마트 건물 내에는 예술가들이 활동할 수 있는 창작공간이나 코워킹스페이스(Co-Working Space·여러 사람이 모여 작업할 수 있는 공동 공간)도 마련되어 있다. 조형예술가인 사미르 윌렘스씨는 “행정적으로 도움을 주는 것도 있지만 스마트 소속이 되면 프리랜서로 활동하는 예술가들이 정보도 교환할 수 있고 같이 프로젝트를 할 수 있는 기회가 많아지는 것도 장점”이라고 했다.
스마트가 민간 영역에서 예술인을 지원하는 기관이지만 벨기에에서는 공적 영역에서도 예술인을 지원한다. 대표적인 것이 예술인을 대상으로 한 실업급여다. 예술을 노동의 범주에 포함시킨다는 의미다. 그렇기 때문에 예술인들도 다른 직업인들과 마찬가지로 국가실업기관인 ONEM(Office National de l’Emploi)을 통해 실업급여를 받는 대상에 포함되어 있다.
릴리 마이스키씨는 “예술가들은 일 특성상 일이 있을 때도 있지만 없을 때도 있다. 하지만 실업급여가 있기 때문에 예술인으로 안정적으로 활동할 수 있다. 아티스트마다 다르긴 하지만 일반 직장인처럼 한달에 1천유로(약 130만원)를 받을 수 있다는 건 꽤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예술인의 경우, 프로젝트에 따라 일하고 정규직이 아닌 기간제 형태로 일하는 특성을 감안해 실업급여를 적용한다. 별도로 일한 날의 수를 계산할 수 있도록 ‘레그르 듀 캬쉐(regle du cachet)’를 도입했다. 자신이 일한 날을 확인해 매달 기관에 제출하고, 이를 바탕으로 실업급여를 지급한다. 일반적으로 실업급여를 받기 위해서는 정해진 기간 동안 나이에 따라 321·468·624일 동안 근로를 해야 하지만 예술인은 직업 특성상 근로일을 측정하기 어렵다는 것을 감안한 것이다. 실업급여를 받기 위해 예술가는 18개월 동안 156일을 근로해야 하며, 이 중 66.6%(104일)가 예술가로 활동한 날이어야 한다. 뿐만 아니라 실업급여는 한 고용주에 고용돼 일했던 마지막 4주 동안의 세전 월급 액수를 기준으로 산정하는데, 예술인의 경우 프로젝트당 보수를 받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이에 맞춰 실업급여 신청을 한 분기의 바로 전 분기 동안 받은 세전 보수를 기준으로 하고 있다.
미리암 반 임슈트씨는 “벨기에에서 사회안전망에 예술인에 대한 특별한 규정을 마련한 건 예술인을 직업으로 인정해주고, 아티스트이기 때문에 단기간 일하는 걸 정부에서 받아들인 것이라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글·사진=브뤼셀에서 최미애기자 miaechoi21@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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